이병, 일병 땐 여자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틈도 없었습니다.
상병, 병장 달았을 때 이 정도면 고참이니까 휴가 나가면 여자친구가 생길 줄 알았습니다.
택도 없었습니다.
올해 1월 말에 전역을 하고
명절에 할머니 댁에 갔는데
눈이 쌓여 있길래
본능적으로
치울 뻔 하다가
아, 참 난 민간인이지
더이상 눈을 보고 화낼 신분이 아니다.
즐겨보자
눈을 뭉치기 시작했습니다.
진짜 사람을 만드려고 했습니다.
또 저도 모르게 군인을 만드려고 했습니다.
이제 사회에 적응해야하므로
군대에 대한 생각은 잊기로 하고
여자친구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눈을 덕지덕지 붙이고 얼굴을 만들어 올리니까 이렇게 됐습니다.
군대에 있는 동안 과격해져서 여자친구를 대하는 법이 서툴러졌나봅니다.
허리에 금이 가더니 우르르 무너지면서 목이 댕강 날아갔습니다.
제 앞에 얼굴을 눈에 묻고 있는데 너무 무서웠습니다.
얼굴을 고이 들어서 미안하다고 한 뒤 널 다시 살려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처음부터 한 주먹 한 주먹 눈을 뭉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눈을 쌓아서 여자친구의 얼굴을 다시 붙였습니다.
오전에 시작했는데 저녁 때가 되어서 여자친구가 만들어졌습니다.
제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행복했습니다.
여자친구가 시간이 얼마 없다고 했습니다.
날씨가 오랫동안 추우면 저랑 오래 있을 수 있지만
넌 갓 전역해놓고 후임들 생각도 안하냐고
군인들은 눈을 치워야 하지 않으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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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는 제가 20살 때 찍은 사진들입니다.
제가 만든 곰엄마와 애기, 아버지께서 만드신 할머니, 동생이 만든 그냥 멍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