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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거 지겹다고 맘이 떠난다는게 아직 이해가 안갑니다.

삐약 |2011.02.22 09:50
조회 1,251 |추천 0

어제가 1주년되는 날입니다. 그 전날 헤어졌구요.

사귀는 동안에 크도 작은 싸움이 있었는데 물론 화해하고 다 넘어갔습니다.

전 그래서 싸움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았고.

헤어진 지금.. 우리가 헤어지는 원인이라는 그 싸움들이 기억조차 나질 않습니다.

어젠 날씨도 쾌청하더라구요.

헤어지자고 할 줄도 몰랐고 평소와 다름없던 다툼이라고 생각했고.

어제 새벽 전화에서 자기 친구와 통화도 시켜주고

그 친구는 다음에 OO(남자친구)랑 밥 먹자, 얼굴 좀 보자 라고 했었어요.

예상을 못했어요. 물론 가끔은 싸울때 지친다, 안맞나보다..라고는 생각 했지만.

헤어져야지. 마음이 떠난다. 라고는 생각을 못했거든요. 그건 순전히 제 마음이지만요.

사과하면 그냥 받아주고 얘기하지 말자던 그사람의 말에 전 그렇게 했거든요.

전 카페에서 당연히 싸움 얘기를 할 줄 알았는데..

첫 마디가 "우린 너무 가치관이 다른 것 같다. 매번 똑같은 일로 싸우는 것 같지 않냐."

이런 저런 우리가 서로 고집을 부리고 자존심이 세고..

주제는 다르지만 같은 방식의 싸움이 계속된다는 말들..

그래도 설득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좋았던 모습이 많다는 말을 하면서..

결국, "싸우는거에 지쳤다. 그래서 마음이 떠났다."

그 한마디에 더이상 말을 할 이유를 못 찾았습니다.

일어나자고 하고 나왔습니다. 당장 친구들을 만나야 될 것 같아서 중간에 가라고 했습니다.

카페에 더 앉아있거나, 집에 바래다 주는대로 가만히 따라가면 울 것 같았거든요.

"미안하다." "미안하다고 하지마" "더 좋은 남자 만날꺼야" "그런말도 하지마" "잘지내"

결국 지하철 화장실에서 울게되더라구요.

사람들이 나쁜놈이라고 그랬지만.. 제 기억엔 사실 나쁜 기억이 하나도 없어요.

싸우고 힘들게 했던 것들을 화해하면서 전 다 잊었거든요.

그래서 더 힘든 것 같습니다. 나쁜 기억이 없어서.

핑계대지 않고, 꼬투리 잡거나 잠수타거나 하지 않고 마음이 떠났다고 해준 그 사람이.

착하다고 생각 되는 제가 바보인 건가요??

아니면 착하고 좋은기억 뿐인 남자를 만났던거에 감사하면서 잊어가야 하나요.

어제 새벽에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날 카페에서 하고 싶던 말을 못했다는 마음에서 보낸 문자였어요.

다시 시작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싸우는거에 지쳐서 떠난 사람인데 앞으로 안 싸울 수도 없으니까요.

그저 어제랑 똑같이 그 사람을 사랑하는 감정 때문에 계속 울게 되네요.

이제 할 말도 없고, 연락할 생각은 더 없습니다.

정말 시간이 흐르기를 바라는거죠. 첫사랑이라 이 감정을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네요.

시간이 약이라는건 아는데, 자꾸 시도때도 없이 울컥하는게 감당이 안되요.

그 사람과의 모든 관계를 끊는게 당연하다는건 압니다.

하지만, 대화하고 얘기(서로의 얘기-그사람에 관한 정보가 아니라)를 하고 싶어서 끊을 수 없는 친구가 있어요.

지금 그 친구가 가장 저한테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 말해주는 친구거든요.

 

출퇴근길이 제일 힘이 듭니다.

갑자기 울컥하면서 울게되서 출퇴근길에는 커다란 후드점퍼로 항상 얼굴을 가리게 되더라구요.

그 사람이 마지막에 한 말 때문에.. 싸우는게 지겨워서 맘이 떠났다는 그 말에.

왜 지겨워져가는 그 어떤 순간에도 내색을 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그 말에 죄책감이 듭니다. 제 기억엔 좋은 모습 뿐인데..

그 사람에게 나는 나쁜기억이겠구나. 그가 말한 전 여자친구처럼 나도 곧 쉽게 얘기하게 되겠구나..

내가 더 잘할껄, 내가 더 참아볼껄..

사실 싸우면서 힘들고 아픈말들에 상처 받아도.. 사랑하니까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였습니다.

아, 이런모습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사과를 하니 그냥 받아들여야겠구나..

그사람이 상처 받을까봐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 내 마음들..

입으로는 그 사람의 나쁜기억이 있다고도 하지만..

결국 모두 포장해서 좋은사람, 착한사람 만들고 있는 제 자신이 보입니다.

헤어짐의 문제를 제 자신에게서 찾게 되네요.

저는 그사람의 말을 너무 맹신했던 것 같아요..

사랑한다, 결혼하자.. 니가 바람피는 일이 없다면 우린 헤어질 일이 없을꺼라고.

내가 결혼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너밖에 없다고..

항상 미래를 이야기했고, 전 그사람과의 미래를 준비했습니다...

남들도 다 겪는 아픔인데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도 알지만 정말 쉽지가 않네요.

아직 제 마음이 그 사람으로 가득차서 뭐 하나 들어올 자리가 없네요.

 

 

제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될까요.

만날 수 있는 친구도 별로 없고, 당장 해야될 일도 없고, 일도 손에 안잡히구요.

여러분은 어떻게 이별의 시간을 견디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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