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내 인생이 참 드라마틱하다라고 느낀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이번에 또 한 번 그런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 지금 뉴질랜드에 살구 있구요,
방학이라 잠시 한국에 갔다가 2월 21일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계획이었습니다.
21일 저녁에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서
22일 아침에 오클랜드에 도착하고,
(지진이 났던) 크라이스트 처치를 경유해서 제가 사는 도시로 오는 거였죠.
아침에 오클랜드 도착했을 때만 해도 아무런 일이 없었고,
뉴질시간 오후 1시쯤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했습니다.
환승하려고 게이트를 빠져 나오는데 공항에서 사람들이 마구 뛰고 있더군요.
사방엔 사이렌 소리로 엄청 시끄럽고, 경찰관들이 당장 나가라고 소리치고 있고...
영문을 모르는 저와 사람들은 그냥 총총총 걸음을 옮기고 있었는데
옆 쪽을 보니 CD 진열장이 엎어져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지? 하는 순간 우르르르~~ 하면서 떨리는 공항.
지진! 이더군요!!!!
모든 사람들이 정말 공포의 괴성을 지르며 죽을 힘을 다해 뛰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살겠다는 일념하에 죽어라 뛰어 그 큰 공항을 빠져나왔습니다.
밖에 나오니 국내, 국제선의 승객들로 바글바글 대더군요.
경찰분들도 많이 계시고 공사현장 분들도 많이 계셔서 정말 거대한 인파를 이뤘습니다
(치치 공항 바깥의 상황입니다. 정말 어마어마 했어요..)
상황 정리 될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데 한 경찰 아저씨께서
지진사태가 너무 심해 오늘은 공항 문을 닫는다고 했습니다.
헐-
돈도 한푼 없고, 폰도 큰 가방에 넣어둔 상태인데 정말 큰일이었습니다...ㅠㅠ
큰 가방은 아직 비행기 안에 있었거든요..
계속 걱정 하다가 걸어가는 무리를 무작정 따라가니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작은 호텔이 있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정말 고마우신 호텔 관계자분들,
위험하니 어서 들어오라며 손짓하셨습니다.
방은 다 차서 없지만, 호텔에서 머물게 해줄테니 걱정말라시던 분들..
정말 여러 나라에서 모인 몇 백명의 사람들이 그 호텔에 꽉 찼습니다.
호텔 로비, 회의실, 식당, 복도 할 것 없이 보이는 빈 자리엔 무조건 사람들이 찼죠.
저는 운 좋게 로비에 있는 쇼파를 차지해서 그나마 편안히 있었습니다.
상기된 사람들의 얼굴, 긴급 속보 뉴스를 보며 우는 분들,
충격에 소리 지르며 우는 아이들까지...
정말 피난민? 같은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호텔 곳곳에서 기다리던 많은 사람들이예요.)
뉴스를 보니 정말 심각했습니다.
지진 강도도 6.3 인데다가, 깊이도 깊지 않고
시내에서 그닥 멀지 않은 곳에서 시작되어 피해가 엄청났습니다.
뉴스를 보며 사태가 가라앉기까지 기다리는 일분 일초가
얼마나 가슴 떨리고 무섭던지...
큰 지진 이후에도 그곳에는 많은 여진이 일어났습니다.
호텔에 있는 큰 조형 나무들이 흔들리고 천장의 전등도 흔들리고...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는데 위험할 수 있다며 관계자 분들이 막으셨습니다.
미칠 것 같았어요. 이러다 건물 무너지면 한 순간인데...
머릿속이 하얗기만 했습니다.
가족들에게 전화를 하고 싶어도 폰도 없을 뿐더러
지진때문에 전화가 터지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여진을 버텨내며 눈물을 참으며 몇 시간을 기다리는데
호텔에서 모든 분들을 위해 저녁을 준비해주셨습니다.
정말 신사도 이런 신사분들이 없었어요...ㅠㅠ
화려하진 않지만 맛있는 부페를 준비하셨는데
관계자 분들이 너무 멋졌던게 음식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노인, 어린이, 가족, 그리고 젊은이 순으로 음식을 먹으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그 부탁을 거의 대부분의 모든 사람이 따랐구요...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호텔에서 제공해준 간식과 식사.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정말...ㅠㅠ)
밤 11시 (뉴질시간)가 되어갈 때 쯤,
공항 관계자 분이 오셔서 오늘 비행기는 전면 취소되었으니
다시 예약을 해야 탑승가능하다고 하셨습니다.
전화도 제대로 안 터지고, 지진 덕분에 항공사 전화는 불이 날 정도로 웨이팅이 길더라구요.
전 운 좋게 맘 좋은 아저씨께 폰을 빌려 집에 있는 동생에게 부탁해서
티켓을 예약했습니다.
(동생이 50분을 기다려 겨우 항공사와 연결이 됐다고 하더라구요.. 고마워!)
아무튼 그렇게 맘 졸이며 호텔의 작은 쇼파에서 식사도 하고 하루를 보냈습니다.
밤엔 담요와 베개도 제공해주셔서 춥지 않게 있었구요..
사람들 모두 호텔 바닥에 담요를 깔고 잠을 청했습니다.
(호텔 바닥에서 자던 모습...)
제대로 잠도 못자겠더군요.
잠이 들라 하면 여진이 일어나 깨버리고, 또 여진이 나서 깨고....
불안해서 거의 뜬 눈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음 날 새벽까지도 약한 미진은 몇 번 일어났구요...
하지만 다행히 국내선 공항은 오픈되어서
재예약 했던 비행기를 타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마중나온 가족과 친구를 보는 순간
아, 살았다...! 하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어찌나 감사하던지요...
너무너무 무서운 기억이었습니다.
지진 피해로 인해 사망자는 계속 늘어가고 있고
실종자도 너무 많다고 합니다.
정말 건물 속에서 두려움에 떨고 계실 분들,
모두 무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유명한 cathedral 입니다.. 지진으로 일부가 무너졌어요)
이런 상황을 겪어보니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두렵고 떨려요..
모두 가족, 친구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오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기도들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