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글을 쓴 것이, 정말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요. ^^: 그 동안 맛없는 것만 먹었던 것은 아닙니다만...
일단 몸풀이 삼아 가볍고 심플하게...
수요일부터 오늘 오전까지 대만에 있었습니다. 2월의 대만은, 춥지는 않았지만 습하고 뼈의 틈바구니로 파고들어 오는 인정 없는 공기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일하면서 뜨거운 차와 커피를 계속, 계속 마셨습니다.
그러다 돌아온 서울은 따뜻하다 못해 덥게 느껴질 정도 였습니다. 꽁꽁 싸매었던 옷을 풀고, 종종걸음으로 돌아온 집에서 남겨두었던 것들을(예를 들어 설겆이 라든지...)처리 하고 나니 등에 땀이 베어 나왔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싶었는데, 집에 있는 원두 커피는 왠지 왠지 보기도 싫더군요. 시원한 커피가 마시고 싶었습니다.
신사동 가로수길 부터 압구정동까지 정처없이 걸었습니다. 어디를 가겠다고 맘 먹고 걷는 것 보다, 눈에 들어 오는 곳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결국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지는 못했고, 이전에 원두를 사러 한번 들렸던 곳으로 발길이 향하고 말았습니다.
'카베하네(Cavehane) 라는 곳입니다...이러면서 사진이 있으면 좋겠지만 오늘같이 지친 날에는 이것 저것 다 귀찮더군요.
베트남 커피를 마시고 싶었습니다. 찌는 열기가 정글 저편에서 스믈스믈 올라오기 전, 고요하지만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하는 아침의 노점에서 파는, 진하디 진한 커피 원액에 얼음과 연유를 듬뿍 넣은 베트남 커피...마치 마셔본 것 처럼 이야기 하지만 실제 마셔 보지는 못했고, 어디선가 들었던 그런 상상의 장면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곰씹어 왔더랬습니다. 언젠가 마셔 보겠다고...
오늘, 스트레스와 출장동안 쌓여왔던 피로, 그리고 이상하게 더웠던 서울의 온도는 나에게 있어 그 정글의 열기 같이 다가왔습니다. 저에게는 이 더위를 식혀버릴 차가운 커피가 필요 했습니다. 그렇지만 식힌 뜨거운 커피같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아닌 그런 커피가 필요 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곳에 베트남 커피는 없었습니다만, 그에 적합한 커피를 발견 할 수 있었습니다.
독일식 아이스 커피 : 8천원
(Take out의 경우, 300 ~ 500 ml에 1만2천, 1L에 3만5천 원 이었던 것 같습니다.)
뜨거운 물이 아닌, 차가운 물에 10여 시간 이상 한방울 한방울 우려낸 커피 입니다. 왠지, 이른 아침 풀에 맺힌 방물방울을 담아 낸 듯한 정성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그런지 그 맛이 그 이슬 마냥 깔끔합니다. 잔에 얼음을 담고 그 위에 시럽을 약간, 바른 다는 느낌으로 살짝 붓습니다. 그 위에 조금씩, 조금씩, 얼금과 시럽을 같이 녹인다는 느낌으로 유리병의 차가운 커피를 녹여 조금씩 마십니다. 코끝에 스치는 달콤한 향이 곧 은근하지만 진한 커피향에 밀려 스러집니다. 바짝 마른 입술에서 갈라지는 소리가 날 듯 합니다. 참지 못하고 한 모금 삼킨 커피는 담백하면서도 무게감 있게 입안을 적십니다. 기분이 좋아 집니다.
이제야 여유를 가지고 가게를 둘러 봅니다. 전에 왔을 때 보다 사람은 더 많았지만, 그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는 여전 합니다. 미모의 여성분이 능숙한 솜씨로 실험실의 플라스크 같은 유리기구에서 커피를 능숙하게 따라내고 있습니다. 그 뒤의 벽에 웨지우드의 커피잔, 핸드밀, 주석으로 만든 것 같은 투박한 에스프레소 주전자 등이 진열 되어 있네요. 은은한 음악도 흐르고 있었군요. 행복한 한숨이 가슴속에서 밀려 나옵니다. 그리고 다리를 쭈욱 뻗고, 집에 돌아 왔다는 기분을 천천히 다시 되새겨 봅니다.
위치 : 압구정 어딘가? /Tel : 02 - 3443 - 34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