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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일본어판 어린왕자 (Le Petit Prince in Japanese)

어른공주 |2011.03.07 01:18
조회 218 |추천 0

일본어도 영어도 못했던 반벙어리 첫 번째 일본 행에서는 감히 엄두도 못 내고,

영어만 조금 할 수 있게 됐던 2008년 1월 두 번째 일본행에서야 일본인 친구를 들들 볶아서 서점에 갔다.

빡빡한 일정에 부지런히 돌아만 다녀도 모자란데 구태여 이 책 사겠다고 교토 시내를 휘젓고 다니던 나한테 그 친구가 그랬다.

 

"책은 읽으려고 사는 거 아니야?"

 

그래서 그냥 생각없이 대답했다.

 

"나에게 모든 말하기의 시작은 이 책이야. 이제 일본어 배우려고."

 

그리고 그 말을 지키려고 2월부터 일본어 스터디에 등록하고 히라가나부터 차근차근 배우기 시작했다.

 

...라는 이야기는 다 뻥이다.

 

일본어 어린왕자는 그냥 핑계였을 뿐 일본어를 배우게 한 동인은 따로 있었는데, 차마 그 때문이라고 말하기가 자존심 상해서 (누가 물어 보지도 않았지만) 그냥 이 책 핑계를 댄다. 애꿎은 친구를 꽤 오래 팔아먹었다.

 

어쨌든 2008년 2월에 시작된 내 일어공부는 넉달 동안 글자만 배우다가 또 다른 계기로 인해 때려치우는 듯 싶었으나, 그 이후 몇개월 간 휴지기를 거친 후, "아깝다" 라는 생각 때문에 다시 재개된다.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와는 상관없는 일인 척 했지만, 사실은 그만두고 다시 시작하고 또 쉬다가 못이긴 척 다시 배우고 했던 그 모든 과정이 처음의 동기와 연관되지 않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지루하고도 감질나게, 진전도 없으면서 놓지도 못한 채로 조각조각 공부 도합 일년 반의 시간을 투자했다.

 

일어 인증시험을 본 것도 아니고, 회화가 술술 나올만큼 출중한 실력을 갖추게 된 것도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일어를 몰라서 죽지 않을 정도에는 다다랐고, 그러는 동안 서서히 아주 자연스럽게, 처음의 그 계기와는 상관 없는 이유로, 손을 떼게 되었다.

 

그 상태로 다시 6개월.

 

그 6개월 동안 일본어를 놓고 많은 생각을 했다. 아무도 모르게, 그러나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을 만큼 심각하게 고민했다. 마음을 조금만 돌리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뻔 하기도 했고, 실제로 그러고 싶기도 했고, 그러나 절대로 그럴 수 없다는 걸 참 뼈아프게 새기고 또 새기는 시간들이었다. 애초에 끝을 보지도 못할 일본어를 왜 시작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런 후회는 어리석은 일이라는 걸 안다. 다 끝났어도, 그 시간들이 내게 남긴 좋은 것들이 분명히 있으니. 단지, 변치않고 내 안에 있을 그 좋은 것들을 생각하면서도, 일본어를 배우는 건 정말 너무도 힘든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겐 일본어가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었다.

아마 앞으로도 그렇게 어려운 언어가 다시 있을까 싶다.

그 어려움들을 거쳐온 나를 기꺼이 칭찬 해 주고 싶으나 두 번 다시 배울 일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일본어는 정말 어려우니깐.

 

그래도......

나한테는 일본어가 최고였어.

 

일본어 같은 언어를 두 번 다시 만날 수는 없을거야.

 

너무나 완벽했고

완벽해서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끝까지 배울 수 없을 줄도 알고 있었어.

 

그래서 더 열심히 배웠던거지.

할 수 있는 한 열정적으로.

언제나 즐거운 맘으로.

 

 

 

그래서,

이 책이 바로 그 책이다.

나의 일본어 공부의 명목상 계기가 되었던 책. 일본어 어린왕자.

일어 제목대로 번역하면 별의 왕자. 호시노 오지사마.

 

 

 

 

보통 내 책장에 꽂아 둘 책이라면 이렇게 거추장스러운 책날개부터 벗겨내고 보지만

영원한 명작이라고 써 있는 반투명 책날개가 맘에 들어 아직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거 싫다고 진짜.

내가 누누이 말했지만 이 그림은 책표지 심심하지 말라고 넣는 그냥 그런 삽화가 아니야.

철새들의 이동을 통해 B-612를 떠나는 어린왕자라고 제대로 설명 해 달라고.

원작과 작가의 의도를 훼손해도 정도가 있지. 늘 이런식이야. (투덜투덜)

 

 

 

 

그리고는 본문이 시작되어야 하는데 이렇게 서문이 있다.

뭔가 어색한데 뭐가 이렇게 어색할까 곰곰이 생각 해 보니,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외서의 경우 작자서문이 제일 앞에 오고

역자의 소감이라든가, 작가와 작품의 세계, 연표 등을 본문 제일 마지막에 두는 것 같다는.

아무튼, 어차피 안 읽는 부분이므로 패스.

 

 

 

 

본문 내용이야 늘 똑같으니 항상 확인하는 부분만 체크 해 본다.

21장, 여우와 어린왕자의 첫 만남.

일본왕자에 일본여우일테지. 둘은 "곤니치와"라고 인사를 하고있다.

그 밖에 확인할 점이라면, 일본어로 여우가 "키즈네"라는 것 정도?!

 

 

 

 

더 볼 건 없고 빠르게 빠르게 뒷장으로 넘겨본다.

2000년 초판1쇄를 찍고 7년 동안 21쇄까지 찍었으니 1년에 세 번씩 다시 찍었구나.

고전에다 문고판인데 이 정도면 스테디셀러 아님?! 한 번에 몇 부씩 찍는지 알아야 한다고? 네 맞네요.

교토에서 샀는데 발행처는 도쿄란다. 프린티드 인 재팬. 일본 책 맞다.

 

 

 

 

뒷 표지는 이렇게 되어있다. 바코드는 왜 두개인걸까.

천엔이라고 쓰여 있지만 정확히는  저 가격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 한 건 좋아하던 만화 단행본 한권과 함께 샀기 때문이다.

그 때가 꽤 늦어서 서점 문 닫기 직전이었는데, 아슬아슬하게 손에 넣은 책 두권을 가슴에 소중히 품고서 난 거의 춤을 추면서 숙소로 돌아왔던 것 같다.

친구랑 어떻게 헤어졌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살면서 행복했던 순간들을 꼽는다면 그 때가 손가락 열 개는 아니더라도 발가락 열 개 꼽는 중에는 들어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 기쁨과 행복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뒷날개에는 어렸을 적의 레옹베르트에게 보내는 작자서문의 일부가 적혀져 있다.

 

"어른들도 누구나 처음에는 어린아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들은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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