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홍대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음.. 맨날 보기만 하다가 막상 쓰려니까 어색하네요.
그럼.. 스타트?
음슴체
1. 신발
모두 알다시피 서구권에서는 집안에서나 집밖에서나 모두 신발을 신고 다님. 하지만 한국에 왔으면 실내에서는 신발을 벗어야 할 것 아님? 게다가 우리 사장님 다른 건 다 웃고 넘어가는데, 신발신고 실내 들어가는 거 진짜 싫어함. 밖에서 자기가 뭐 밟고 다니는지도 모르면서 왜 생활하는 공간까지 더러운 것들 다 끌어 들이냐고 욕하심. 그래서 내가 일하는 게스트하우스에는 입구마다 신발을 벗어달라는 글이 아주 크게 붙어있음. 그러면 웬만해서는 다 자기들 불편하더라도 신발 벗고 들어옴. 근데 유럽인들은 신발 잘- 신고 들어옴. 미국인도 캐나다인도 호주인도 신발 벗는데, 꼭 신발 신고 들어오고 지적하면 "Oh~ I'm sorry~ I forgot!" 이럼. 처음에는 아 깜빡했구나, 하고 넘어갔는데 계속 그럼-_- 신기하게도 진짜 이런 사람들은 ‘유럽인’들이 대부분임. 유럽사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지분율이 아주 높음. 그리고 양말만 신고 있는 느낌이 어색하다고 해서 실내용 슬리퍼를 객실에 비치했음. 그랬더니 그 슬리퍼를 신고 외출을 하는 것이 아니겠음? 하아, 제발 한국에 오면 한국의 방식을 따라줬으면 좋겠음.
2. DMZ 투어
나는 여기서 일하기 전까지 DMZ 투어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음. 근데 그게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인기 넘버원 투어임. 정확하게는 모르겠는데 남한국적을 가진 사람들은 못 가는 걸로 알고 있음. 손님들 이거 하고 오면 꼭 모든 사람(다른 손님, 나, 사장님) 붙잡고 Amazing을 외쳐댐. 그러면 갔다 온 다른 손님들도 함께 Amazing을 외치고, 아직 안 간 손님들은 꼭 가봐야겠다고 다짐함. 처음에는 그냥 신기했음. 근데 계속 전쟁이나 북한에 대해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어메이징 어메이징 하니까 좀 신경이 쓰이는 거임. 그래서 식사시간에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해줌. 그 후부터 북한 어메이징 하는 사람들은 없어짐. 대신 한강의 기적 어메이징을 외침. 하지만 그때 그 손님들이 다 떠난 후, 게스트하우스는 다시 북한 어메이징 소리로 가득 참. 또 자꾸 자기네들은 북한 봤다고 자랑? 비슷한 거 함. 그래서 나도 강화도가서 북한 본 적 있고, 고등학교 때는 금강산도 가봤다고 대꾸해줌(사실 못 가봄. 우리 학교는 딴 데로 수학여행 갔는데 뻥쳤음ㅜ). 서울에서 라디오 듣다보면 북한 방송도 들린다고 했더니 깜짝 놀람(사실임? 그렇다고는 하는데 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음. 근데 왠지 내가 우위에 서야 할 것 같아서 아무 말이나 주워 삼김). 마지막으로 안녕하십네까 성대모사와 반갑습네다 모창으로 게스트하우스에서 북한에 대한 1인자로 군림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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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빅뱅
나 솔직히 빅뱅 별로 관심 없음. 근데 저번에 빅뱅쇼인가? 그때 정말 빅뱅의 위대함을 느꼈음
동남아에서 빅뱅소품으로 도배하고 빅뱅쇼보러 날아온 사람들 진짜 많았음. 나한테 계속 한국에서의 빅뱅입지에 대해 묻는데 나 잘 모름ㅠ 대신 나의 영원한 사랑인 1세대 아이돌들 노래를 들려주고 사진도 보여줌. 무참히 씹힘. 옛날 아이돌 외모는 동남아에 별로 어필을 못하는 것 같음
. 공감대 형성 실패 후 내가 빅뱅에 대해 유일하게 아는 게 생각남. 바로 힙합의 요정임. 태양 별명이 힙합의 요정 맞음? 친구한테 들었는데 나 그거 듣고 숨도 못 쉬고 웃음. 별명이 너무 귀여움. 그래서 나는 그들한테 태양은 한국에서 Fairy Hiphop으로 불린다고 말해줌. 그들 발끈함. "He is not Fairy Hiphop!" 그러거나 말거나 난 계속 태양을 힙합의 요정으로 불렀고 그들은 내게 다시는 빅뱅에 대해 질문을 하지 않았음.
4. 동성애에 대처하는 한국의 자세
필리핀 손님들이 인터넷에서 찾아온 한국 소개 글에서 보고 미친 듯이 웃었음.
There is virtually no gay or ethnic bashing or abuse in Korea, but gay couples should avoid overt displays in public to avoid snickering by Korean high school girls.
이 글 누가 씀? 누가 이렇게 잘 쓴 거임? 번역하자면, 동성애나 인종에 대한 차별은 없지만, 한국의 여고생들이 낄낄거릴수도 있으니 공공장소에서 애정행각은 자제하세요. 이런 내용임. 아 진짜 누가 썼는지 아주 궁금함.
5. 서양권/동양권
서양권은 대부분 배낭을 메고 다님. 동양권은 캐리어+옆으로 드는 가방임. 그리고 서양권 사람들은 돈을 아주 열심히 모은 후 일 때려치고 몇 년씩 세계여행 다니는 케이스가 많음. 보통 보면 미국-(비행기)->호주/뉴질랜드-(비행기)->일본-(배)->한국-(배)->중국-(기차)->러시아-(기차)->유럽-(비행기)->미국 이럼. 근데 동양권 사람들은 휴가 등을 이용해서 1주일 정도씩 여행을 다님. 나는 개인적으로 짧게 다니는 여행 방식이 맘에 듬. 왜냐하면 체류기간이 1주일 넘어가면 체력이 떨어져서 아무것도 못하고 호텔방에만 있어야 하기 때문임. 서양권 사람들은 체력이 좋아서 몇 년씩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는가 봄. 전에 어떤 영국손님이 있었는데, 그 분은 영국에서 비행기를 한 번도 안타고 서울까지 왔음. 기차타고 북경까지 가서 거기서 배타고 인천항으로 들어온 것임. 그리고 부산에서 또 일본으로 배타고 감.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음.
6. 일본인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영어가 공용어임. 그리고 일단 여행객이라면 어디에서 왔건 간에 다들 영어를 꽤 잘함. 근데 일본 손님들은 진짜 대책이 안 섬. 영어를 한마디도 못함. 내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고, 내가 그 쪽 말을 알아들을 수도 없음. 결국 우리의 공용어는 구글번역기임. 일본에서 온 손님들이 “아노-” 하고 말걸 때마다 완전 긴장됨.
(다행히 사장님이 일본어를 잘 하심.)
7. 교포
재일교포들이 특히 많이 옴.(민족계 사람들은 거의 안 오는데, 그 분들은 한국말을 아주 잘함. 여기서 말하는 재일교포들은 남한계 사람들임.) 연세어학당을 다니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 사람들 뭔가 좀 안타까움. 3세, 4세 이러다 보니까 완전히 현지화 되어서 외모도 일본인 같고(그래도 키는 우월함
) 모든 게 다 일본인 같은데 여권은 한국 여권이고, 근데 주민등록번호는 없고, 굉장히 애매한 입장임. 이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 외국에 나가서 사고를 당했을 때 자신들의 위치가 가장 슬프다고 함. 우리가 외국 나가서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대사관을 찾지 않음? 재일교포들은 일단 국적은 한국이니까 한국대사관에 가야 한다고 함. 근데 한국대사관은 교포들까지 보호해주지는 않는다고 했음. 그렇다고 일본대사관이 그들을 위해 힘써주는 것도 아님. 왜냐하면 그들은 일본국민이 아니니까. 뭐랄까, 그들이 일본인으로 귀화하는 것도 솔직히 싫지만, 그렇다고 한국정부의 외면을 받으면서 한국인으로 남아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음. 한국계 미국인들은 American at Heart이런 의식이 있음. 핏줄은 달라도, 나는 미국인이다! 이런 소속감 같은 것이 있는데(그리고 그들은 미국국적을 가지고 있음) 재일교포들은 그런 게 없는 것 같음. 또 일본국적 취득하기도 더럽게 어렵다고 함.
8. 김
손님들이 고국에 사가는 선물 1등은 김임. 양념김이 든 쇼핑백이 방마다 한 가득임. 그리고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우리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성경김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음. 내 생각엔 한 손님이 사니까 다들 그거 보고 아 저게 좋은건가보다 하면서 우르르 사는 것 같음.
9. 태국 컵라면
이상하게 태국 손님들은 꼭! 자기네 나라 컵라면을 잔뜩 사와서 그것만 먹음. 내가 전에 한번 달라 그랬는데 “Ok! I'll give you one tomorrow morning" 해 놓고선 체크아웃 해버림ㅠ 근데 그 손님들 이후로 지금 태국에서 온 손님이 없어서 아직도 못 먹어보고 있음.
10. 쇼핑
여자 손님들 쇼핑하다가 짐이 너무 늘어서 배로 부치는 경우가 꽤 있음. 이대, 동대문에서 쇼핑을 진짜 무지막지하게 함. 옷이 너무 싸고 예쁘다고 함. 난 이대랑 동대문에서 옷 사 본적이 없어서 가격이 얼마나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싼가봄.
지금 생각나는 건 이것밖에 없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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