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제가 지난여름에 친구들이랑 여자애들 몇 끼고 콩돌 해수욕장에 갔었어요. 왜 해수욕장 이름이 콩돌인가 했더니 해변에 모래는 없고 정말 둥그런 콩 같은 자갈들이 깔려 있더라구요. 파도가 칠 때마다 자갈들이 서로 부딪쳐서 따다다다 소리를 내는 것이 참 듣기 좋았어요. 저는 기분이 좋아져서 친구들한테 누가 더 오래 잠수할 수 있나 내기하자고 했어요. 사실 저는 숨을 오래 참을 수가 있거든요. 여자애들 앞에서 폼 한 번 잡아보고 싶었던 거죠 뭐.
데리고 온 여자애들 중에 가장 예쁜 애한테 하나, 둘, 셋 하라고 시킨 다음에, 저는 셋 소리 들리자마자 깊이깊이 물 밑으로 들어갔어요. 역시나 친구 녀석들은 다들 얼마 버티지 못하고 물 위로 올라가더라구요. 그리고 이건 다들 신기해하는 건데요, 제가 물속에서도 눈을 잘 떠요. 그래서 친구들이 언제 물 밖으로 줄행랑쳤는지 다 본 거죠. 물 밑에 뭐가 있는지도 저는 다 볼 수가 있어요.
그래서 거기서 제가 봤는데요 어머니, 어머니 저 아래 마을이 있어요. 천안함 탔던 군인 마흔여섯 명이랑 금미호 아홉 아저씨들이랑 한주호 준위님이랑 거기 살고 있었어요. 마을 한가운데에 큰 복숭아나무가 한 그루 서 있고요, 길목마다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그 동네에는 일 년 내내 꽃이 지지를 않는대요. 일 년 새 병장님들이랑 상병님들은 벌써 다 제대하셨어요. 김 병장님은 머리를 멋들어지게 길렀네요. 요리사가 꿈이라던 최 상병님은 마을에서 제일가는 요리사가 되었어요. 음식을 해도 해도 장정 수십을 먹이기에는 늘 모자란다고 최 상병님은 불평하지만 입가에 미소가 가시지 않는 것을 보니 은근히 뿌듯한가 봐요. 엊그제만 해도 일, 이병이었던 분들은 이제 군모에 작대기 네 개 달고 게으름 피우다가 중사님한테 걸려서 꿀밤 맞고 있네요. 그래도 뭐가 그렇게 좋은지 김 상사님부터 정 상병님까지 다들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어요.
그런데 말이에요 어머니, 여기 사람들은 자주 울어요. 왜 우냐고 물으니까, 지금 뭍에서 엄마가 운대요. 엄마가 울면, 나도 운대요. 엄마는 일 년 전부터 오늘까지 아들 방을 집 떠나던 날 그대로 해 놓고 매일 쓸고 닦는대요. 방을 구석구석 다 닦고 나면 자기 책상을 손바닥으로 쓸어보면서 매일 운대요. 그걸 보고 아들도 울고 있었어요. 저는 도저히 해줄 말이 없어 그냥 등 한 번 쓰다듬어 주고, 이제 숨이 가빠져서 물 위로 올라가려는데 아드님이 저한테 이 말 전해 달라고 그랬어요.
저는 이곳에서 잘 살고 있어요. 그러니까 어머니 이제 울지 마세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