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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만남, 이별, 그리고 그 이후

종이한장차이 |2011.03.17 04:47
조회 137 |추천 0

나는 지방소재 6년제 대학에 재학중인 20대 대학생이다

 

내가 2학년때, 신입생 OT에서 그녀를 처음봤다

 

과 특성상 우리끼리 폐쇄적으로 노는자리가 3박4일동안 지속됐지만

 

바쁘고 정신없어서 제대로 이야기도 못해본 채 그대로 끝나버렸다

 

개학전에 계속 문자하면서 이 아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고민도 많이 하고

 

그 아이가 행여나 나를 피하는 것은 아닐까 오해도 많이 했지만

 

내가 너무 무서웠다던 그 아이는 결국 내 멋없는 고백에 수줍게 대답해줬고

 

그렇게 앞으론 항상 즐거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선배들이 밤마다 불러서 술먹고 학교일 한다고 하루종일 정신없고

 

동아리 챙긴다고 바쁘게 살아가던 무렵 나빠진 건강만큼이나 나빠진 우리 관계는

 

나의 치명적인 실수와 더불어 끝이 나는 것으로 보였다

 

사귀면서 절대 헤어지자는 말은 하지말자고

 

진심이 아니거나 후회하지 않을거라면 그런말은 절대 하지말라고 했었는데

 

그때를 기점으로 그 아이는 자주 내게 헤어지자고 이야기 했다

 

어르고 타이르고 미안하다고도 해보고

 

하지만 한번 시작된 균열은 점점 더 커져만 갔고

 

결국엔 나는 지쳐버리고, 그녀가 헤어지자고 하는 것에 그만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땐 그 아이는 나를 많이 좋아했었는지

 

며칠뒤에 다시 울면서 미안하다고 사죄하는데

 

한번 식어버린 마음은 다시 불태울 수 없는지

 

어쩌다가 다시 사귀게 되었지만 예전같지 않다는 걸 알아버린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헤어지자고 했고

 

많이 울었지만 붙잡진 않던 그녀를 그렇게 두고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가끔 길에서 마주치기도 하던 우리는 서로 눈빛도 마주치지 않았다

 

행여나 마주치기라도 하면 다음부턴 그 길로 다니지도 않았다

 

그 아이가 싫어서라기 보다는 그냥 그 상황이 너무 싫었으니까

 

그 아이는 내게 먼저 연락도 하고 잘 사냐고도 물어보고

 

지금 생각하면 그 때 그 아이는 나에게 돌아와 달라고 말하는 것 같았지만

 

미묘한 해방감과 자유로움에 젖어있던 내 머리는 알지 못했지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오랜만에 본 그녀는 많이 달라져 있었지만 어디가 달라져 있었는지 모르겠고

 

내가 그녀에게 정말 무심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을때

 

근 10개월만에 처음으로 예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얼마나 슬프던지

 

이젠 그 아이는 나랑 밥도 같이 안먹고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고

 

어쩌다 마주쳤을때 웃으며 인사하지도 않고

 

그냥 그렇게 없어져 버린다는 것을 알았을 때 찾아온 두려움은 무엇보다 크게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찾아오는 후회들, 그 땐 왜 그랬을까.

 

적어도 그냥 친한 선후배로라도 지내고 싶어서 다시 연락을 했다

 

맨정신에는 도저히 못하겠어서 술먹고 문자를 보내봤다

 

온몸에 바퀴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어색함, 단지 문자만으로도 강렬히 느껴졌다

 

다음날 저녁이나 같이 먹기로 하고 핸드폰을 덮었을 때

 

문득 나란 놈이랑 연락해주는 그 아이에게 너무 고마웠다

 

그렇게 다 잘풀릴줄 알았건만

 

다음날 막상 저녁먹고 몇시간전에 연락해보니 연락이 없어서 동기들과 먹기로했다는 그녀

 

그렇게 늦게 연락한건 아니었는데

 

이상하다는건 느꼈지만 눈치없는 나는 그녀가 나를 피하는지 모르고있었다

 

나중에 다시 먹기로 했지만 찜찜한 마음을 지울 수는 없었고

 

며칠후 다시 문자를 했을 때 그녀는 답이 없었다

 

그렇게 몇번이고 연락을 해봤지만 답이 없는 그녀는

 

학교 건물에서 우연히 마주치자 굳은 표정으로 나에게 목례를 하고 지나갔다

 

순간 너무 붙잡고 싶고, 너 왜 연락안받았냐- 내가 싫냐 묻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다

 

공부때문에 힘들어서 그렇겠지, 실습때문에 힘들어서 그렇겠지 대신 내 자신에게 변명하고

 

나때문이 아니라고 자기합리화 중에 있던 나는

 

그 아이가 내려가면서 다른 사람들과 즐겁게 웃는걸 봐버렸고

 

다른 후배가 그 아이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 아이도 썩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들었다

 

슬프기 보다는 미안했다

 

그리고 완전히 알아버렸다

 

나 때문이었구나

 

내일도 시험이고 모레도 시험이지만 머리에 아무것도 들어오질 않는다

 

새벽 네시까지 도서관에 그렇게 무의미하게 있다가 도서관에 나만 남은걸 알고

 

터덜 터덜 집에 혼자 걸어오는데 정말 죽고싶었다

 

집에 들어가는길에 편의점에 들러서 맥주 한 캔, 소주 한 병을 사들고

 

혼자 한숨쉬며 안주도 없이 그렇게 술을 마시고있다

 

 

 

 

 

 

 

미안해. 나는 아마 알고있었을지도 몰라.

변명하는거 싫어했으니까 길게 이야기하진 않을게.

쿨하지 못해서 미안해.

이젠 그냥 놓아줄게.

슬프지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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