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이야기*
--[연병장에서 들려오는 함성]--
기본군사 훈련이 끝나갈 무렵,
나는 무시무시한 경험을 했다.
하사관 후보생이었던 나는 훈련 기간 중 돌아가면서 C.P라는 것을 해야만 했다.
C.P란 일종의 보초였는데 야간에 게이트 바리케이드를 양쪽에서 두명이 지키는 것이었다.
물론 단독군장에 총을 들고서.
그날도 난 동기와 22:00~24:00 까지의 마지막 C.P를 서게 되었는데 이제 곧 훈련 수료를 하는 우리는 군기가 빠져 농담을 주고 받으며 쉬엄쉬엄 그렇게 근무를 서고 있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당직사관실로 가서 근무 하번 보고를 하고는 숙소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냥 들어가기가 좀 섭섭한 우리는 커다란 나무 뒤쪽으로 가서 담배를 한대씩 피우고 가기로 했다.
훈련단에서는 담배도 절대 맘대로 못피우기 때문에 이렇게 가끔 몰래 피우는 담배맛은 정말 끝내줬다.
그렇게 숨어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연병장 쪽에서 느닷없이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하나, 둘.
하나, 둘..."
나와 동기는 피우던 담배를 얼른 비벼 끄고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분명 누군가가 구령을 붙이고 한무리의 대원들이 구보(달리기)를 하고있는 소리였다.
그런데 이 밤중에 무슨 구보지?
이상하게 생각한 나와 동기는 나무를 빠져 나와 연병장쪽을 내려다 보았다.
컴컴한 연병장에는 사람들은 모습은 보이지 않고 함성소리만 들려오고 있었다.
"야, 어떻게 된거야?"
"몰라. 이 밤중에 도대체 누구야 저사람들..."
나는 그저 실장들이 훈련병들 중에서 잘못한 녀석들을 모아 저렇게 벌을 주고 있는 것인가 싶었다.
하지만 이렇게 밤 12시가 넘었는데...
아무리 잘못을 했어도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벌을 줄수는 없는 것이었다.
"야, 그냥 가자. 괜히 우리까지 걸려서 저놈들처럼 뛰지 말고."
동기는 어서 가려고 했지만 나는 아무래도 수상했다.
힘차게 연병장을 구르는 발소리, 나즈막하게 들려오는 구령소리...
보이지는 않지만 그들은 분명 연병장을 돌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모습이 보일때까지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한 쪽에 켜진 희미한 외등 불빛에 나타나는 그들!
나는 기겁을 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열심히 연병장을 돌고 있는 그들의 모습!
그들은 모두 하반신 뿐이었다!
전투복차림에 전투화까지 신은 하반신들이 4열 종대로 늘어서서 열심히 연병장을 돌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 둘...
구령소리는 그 하반신들 위쪽 텅빈 공간에서 공허하게 들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