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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외계인 : 폴

김동호 |2011.03.28 00:47
조회 25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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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네이버에서 펌) :

 외계인과 SF를 좋아하는 절친한 괴짜들 그램과 클라이브는 SF 코믹콘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미국 여행길에 오른다. 코믹콘 행사 이후 SF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외계인 성지 순례길이라고 불리우는 UFO의 메카, 외계인 연구 비밀 구역까지 찾아간 두 남자. 오마이 갓뜨! 그 곳에서 인간들에게 쫓기고 있는 진짜 외계인을 만나게 되는데, 지구에 온 지 60년이 된 '폴'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는 음주가무과 음담패설을 즐기며 외계인 포스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폴'을 이용해서 한 몫을 챙기려는 이들로부터 '폴'을 돕기 시작한 두 남자. 이제 쫓고 쫓기는 사상 최대의 글로벌 추격전이 시작된다!

 

 

review :

 3월 24일 인사동 UPI 코리아 시사실에서 있었던 <황당한 외계인 : 폴>의 시사회에 다녀왔다.

 

 <황당한 외계인 : 폴>은 마니아 영화 팬들에게는 익숙한 <새벽의 황당한 저주>와 <뜨거운 녀석들>의 제작진과 출연진이 다시 만난 작품이다. 사이몬 페그와 닉 프로스트가 이번에도 투톱의 주연으로 등장하고, 감독은 에드가 라이트 대신 그렉 모톨라가 함께 했다.

 

 

===== 여기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 영화보실 분들은 관람 후 읽으실 것을 추천합니다. ==

 

 

 <황당한 외계인 : 폴>의 단점이라면 산만해 보이는 진행이다. 두 주연배우가 작업한 각본은 더 다듬어졌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폴과 창조론 대 진화론 논쟁을 하던 룻이 기독교를 믿는 아버지의 영향이 깊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램의 설득으로 그동안 고착된 종교관에서 너무 쉽게 벗어나는 부분도 흠이다. 폴이 죽은 새를 살려내는 장면에서부터 예감했었던 클라이맥스와 결말 역시 예상했던 그대로 흘러간다.

 

 반면, (<새벽의 저주>를 변주한) <새벽의 황당한 저주>와 (<나쁜 녀석들>을 차용한) <뜨거운 녀석들>에서 만날 수 있었던 비틀고 뒤집기의 패러디는 <황당한 외계인 : 폴>에서도 계속된다.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볼 때 스티븐 스필버그의 <E.T> 히피 버전 같다. 미국 정부의 필요성에 의해 비밀리에 감금된 채 이용되었던 폴이 <엑스 파일>과 스티븐 스필버그의 <E.T> 제작에 영감을 주었다는 엉뚱함(스필버그와 통화하는 장면에서 들리는 스필버그 목소리는 진짜 스티븐 스필버그의 것이다. 영화가 <E.T>를 패러디한다는 소식을 듣고 스필버그는 카메오 출연을 결정했다.)이나 실제로 밥 딜런은 이미 죽었고 현재 활동하는 밥 딜런은 외계인임을 암시하는 유머는 낄낄거리며 웃게 만들었다. 외계인 폴을 쫓는 검은 선글라스, 블랙 슈트의 FBI 요원들은 <맨 인 블랙>에 대한 패러디로 보였다.

 

 이 영화가 쏟아내는 유머들은 패러디를 즐기는 마니아들이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보편적으로 빵! 터지는 것들도 상당하다. 특히 타라 여사 집의 가스 폭발로 인해 현장 주변에 있던 아버지가 걱정된 룻이 아버지 쪽으로 달려가다가 무사한 것을 발견하자 다시 되돌아가는 장면에서 엄청난 폭소가 나왔다. ‘FUCK YOU!’ 문구에 덧붙여 폴이 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는 그림이 폴을 목격했던 술집 불량배들에게 공포의 소재로 활용되는 장면도 웃음이 터졌다. FBI 요원들에게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리며 목소리로만 등장하던 ‘더 빅 가이’가 후반부에 드디어 그 정체를 드러낼 때는 대단한 카메오가 등장한다. 외계인을 이용하려는 악당으로 등장하는 배우는 바로 SF 영화계의 대모, 시고니 위버! SF 영화 팬들에게 이 영화는 상당히 흥미로울 듯하다.

 

 폴은 그동안 외계인 소재 영화에서 등장하던 외계인들과는 많이 다른데, 폴의 캐릭터는 (이안 감독의 <테이킹 우드스탁>에 등장하는) 1960년대 말 우드스탁 페스티벌에 열광하던 히피 청년들의 자유롭고, 법과 질서에 얽매이지 않으며, 금기를 무시하는 사고로 무장되어 있다. 줄담배를 피우고, 길거리에서 거리낌 없이 춤을 추고, 짓궂은 장난을 친다. 초능력을 엉뚱하게 활용하고, 거친 욕을 자연스럽게 뱉는다. 폴과 동행하는 지구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고, 폴에게 영향을 받아 변화한다.

 

 <황당한 외계인 : 폴>에는 아웃사이더의 코드가 가득하다. 그램(사이몬 페그 분)과 클리브(닉 프로스트 분)는 주류 문학이라 할 수 없는 SF, 그리고 (아웃사이더의 상징적 코드인) 외계인에 집착하는 위인들이다. 둘은 몸만 큰 어른일 뿐 철부지 아이들에 가깝고, 두 사람은 종종 게이 커플로 오해받는다. 두 사람이 열광하는 작가 애덤 섀도우차일드(제프리 탬버 분)도 - 섀도우차일드라는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 아는 독자만 안다. 외계인과 SF 매니아인 그램과 클리브가 ‘외계인을 믿느냐?’고 하자 숙소 직원이 ‘이주노동자를 믿느냐?’고 되받아치는 부분은 의미심장하다. 현실 세계의 땅을 딛고 사는 아웃사이더인 이주노동자의 눈에 황당하고도 비현실적인 세계 속의 아웃사이더를 동경하는 두 사람이 곱게 보일 리 없다.

 

 로드 무비의 공식을 따르고 있는 이 작품에서 그램과 클리브, 그리고 외계인 폴은 룻과 타라 여사와 여정을 함께 하게 된다. 룻과 타라 역시 주류의 인물은 아니다. 룻은 희귀병으로 한쪽 시력을 잃은 상태였고, 타라 여사는 자신의 외계인 목격담을 아무도 믿지 않아 미친 사람 취급을 받고 있었다. (타라 여사는 후에 집이 가스 폭발로 날아가자, 다른 재산보다 집에 두고 온 대마초를 아까워하기도 한다.)

 

 이 영화는 아웃사이더의 코드를 담고 있지만, 아웃사이더끼리의 연대를 꿈꾸지는 않는다. 폴이 지구를 떠난 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그램과 클리브다. 그들이 작가로서 소위 성공을 하고 환호를 받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지나치다 싶은 정도로 오랜 시간을 소요한다. 다른 인물들은 그들에게 박수를 치는 역할이거나 아예 화면 밖에 존재하여 이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보이지 않는다.

 

 비주류에 대한 애정으로 출발한 영화는 주류에 편입된 아웃사이더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며 끝난다. <E.T>가 없다면 <E.T>의 패러디 영화가 탄생할 수 없는 것처럼 주류가 없이는 주류를 까는 비주류도 있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율배반적인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 아웃사이더의 지향점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단상에 올라 자신들에게 환호하는 관객들에게 손을 흔드는 그램과 클리브의 얼굴은 그동안 현실의 쓴 맛을 묵묵히 감내하며 살아야 했던 비주류가 마침내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았을 때의 감동을 표현했다기보다는 어쩌다 긁어본 복권에 대박으로 당첨된 행운아의 감격으로 읽힌다.

 

 이 아웃사이더들이 완전히 가짜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주류적 사고에 제대로 저항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평범한’ 외계인은 외계인이 아니다.

 

 4월 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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