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에는 듯 한 칼바람이 부는 추운겨울날. 별들도 추운지 이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차가운 밤. 그 남자의 뒷모습은 한 없이 초라해 보인다. 세상의 모든 격정과 고통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것 같다. 비틀비틀, 술에 취해서 지나가는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힐 때 마다, 힘없이 옆으로 밀려날 뿐이다. 그 남자 는 집 앞에 다다랐다. 하지만 바로 들어가진 않았다.집 앞 계단에 앉아, 소리를 지르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 들려줄 수 없는, 들려주기 싫은. 오직 본인 만 이 들을 수 있는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
차마 집에 들어갈 수 가 없는 남자는 집 앞 슈퍼로 들어갔다. 냉장고에서 소주 한 병을 꺼내 계산대 앞에 가져다 놓았다. 지갑을 열자 있는 거라곤 천 원 짜리 한 장 뿐이다. 주머니를 뒤져 보았다. 주머니엔 아무것도 없다. 가게 주인은 쓴 표정을 지으며 남자를 계속 쳐다보고 있다. 깎아 달라고 하면 내쫓을 기세로 째려본다.
"아주머니, 내 지금 동전이 쬐끔 모잘른디, 담에 갖다 드리면 안되겠십니꺼.."
부정확한 발음으로 가게 주인에게 부탁을 하는 남자. 가게 주인은 이번일이 한 두번 있었던 일이 아닌 양,
"아휴, 계속 그러시면 곤란하죠..하루 이틀도 아니고.."
남자는 웃음 지으며 계속 사정사정을 해서 소주 한 병을 사들고 가게를 나왔다.
병속 액체들이 병 과 부딪히면서 내는 소리가 남자의 무거운 발걸음에 박자라도 맞추듯 요란하게 들린다. 지은지 족히 20년은 되어 보이는 허름한 5층짜리 아파트 계단을 오르는 남자. 아직 2층 까지밖에 올라오지 못했는데, 남자는 숨을 헐떡인다. 오른손 으로 벽을 짚고 왼손 으로는 바닥을 짚고 주저앉아 버렸다. 술병이 바닥에 부딪혀 울리는 소리가 통로를 소란스럽게 하였다. 남자는 깊게 한숨을 내 뱉었다. 다시 일어서려고 손에 힘을줘 몸을 일으키려하지만 남자에게는 그럴 힘이 없었다. 그리고 다시 주저앉아 한숨을 깊게 내 뱉는다.그리고 눈이 감길 듯 , 말듯 감길듯, 말듯..
...
"아빠.. 아빠.."
통로등이 그의 눈을 따갑게 만들어 그는 겨우 눈을떴다. 고3 인 그의 아들이 남자를 불러 깨우고 있다.
"집에가서 주무세요.."
남자는 힘이 없는지 대답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이후로 그 남자는 기억이 없다.
-
한번 한숨을 쉰다. 쩍쩍 거리며 발바닥이 방 바닥에 붙었다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집안엔
Tv 속에 유재석이 깔깔 거리며 웃고있다. 대각선 방향 으로 비스듬히 누운 한 남자. 배게 를 높이 베고 Tv를 보고있다. 그 는 오락 프로그램을 보고 있지만 계속 한숨을 쉬고있다. 휴대폰 폴더를 열어 시간을 한번 확인하고, 그는 일어서서 냉장고로 갔다. 냉장고 문을 열자 오래된 반찬통 몇 개, 문 맨 윗칸에는 계란 서너개, 그리고 물병 한 개가 있었다. 남자는 물을 컵에 따르지도 않고 벌컥벌컥 마신다. 그리고 냉장고 문을닫았다. 냉장고 문 앞에 붙여진 빨간색 종이 한 장. 떼어서 보던 남자는 바닥에 던져버린다. 다시 Tv 앞으로가 앉은 남자. 다시한번 휴대폰을 확인해 보았다. 문자가 한 통 와있었다.
'휴대폰 미납 요금 <178,420 원>. 곧 정지 될 예정이오니 빠른 시일내에 납부 바랍니다.'
폴더를 닫고 다시한번 더 한숨을 쉬는 남자. 멍하게 Tv를 보고 있는데 통로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