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당시 강원도 XX사단에서 복무하던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할 기억이 있다.
군대에서 귀신을 본것은 두번이다.
첫번째 사건을 쓰고자 한다.
일병때 일이다.
군 복무를 해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야간 근무라는 것을 한다. 이 야간 근무라는 것이, 자다 깨서 1시간이 넘는 시간을 밖에서 경계 근무하게 된다.
당시 우리 부대의 근무초소는 탄약고 초소와 후문 초소였다.
주간에는 보는 눈이 많아 근무 교대를 FM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식으로 교대하지만, 다들 자고 있는 야간에는 교대를 소위 '가라' 치는 경우가 많다.
당시 내가 투입된 초소는 탄약고 초소였으며 탄약고는 작은 동산 밑에 위치하고 있어, 탄약고 경계초소는 동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동산 중턱의 초소까지 가서 교대를 해야 하지만, 가라교대는 동산 아래에서 후레쉬를 이용하여 깜빡거리면 근무자가 내려오고 후번근무자가 올라가서 근무를 서는 형태였다.
내가 몇번째 근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1시 즈음 근무자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근무를 서다보면.. 좋은 선임, 나쁜 선임이 있는데, 좋은 선임과 가면 근무시간이 편하지만.. 나쁜 선임과 가면 근무시간 내내 갈굼을 당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당시 친하던 '문XX 상병' 과 근무를 나가게 되어 그나마 편한 근무 시간을 보내리라 생각했다.
교대를 하고 올라간 초소에서 문상병과 나는 몰래 숨겨들어온 담배(근무시간에 라이타와 담배는 소지금지이며, 근무시간에 흡연도 금지이다. 이를 어길 시 징계를 받을 수 있다) 를 몰래 피운 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선임인 문상병이 하이바를 깔고 앉아 졸기 시작했다.
후임인 나는 당연히 순찰 간부가 오는지 감시를 하고 있었고..
자다 나와서 근무를 서던지라, 꾸벅 꾸벅 졸면서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저 멀리에서 후레시가 깜빡이는 신호가 보였다.
나는 문상병을 깨운 뒤 후번근무자가 신호를 보낸다고 알리고 초소 밑으로 내려갔다.
중간쯤 내려갔을까.. 보여야 할 후번 근무자가 보이질 않았다.
문상병은 꿈꿨냐며 질책을 했고, 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다시 초소로 올라가려 했다.
그때였다.
깜빡이는 후레쉬가 보였던 쪽에서 백구두와 흰색 정장, 흰색 중절모를 쓴 남자가 어떤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면서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헉!"
이 이상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마치 숨을 먹어버린듯한 헉 소리와, 미칠듯이 뛰는 심장..
문상병도 함께 목격했다. 문상병은 급히 내 철모를 찍어 눌러 엎드렸다.
참을수 없는 공포에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부대 내에 귀신이 자주 나온다는 초소는 따로 있었지만, 탄약고 초소에서 귀신을 목격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었기에..
엎드리며 본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를 힐끗 보는듯한 제스쳐가 보인 것 같기도 했다.
그들이 보인 방향을 다시 보자,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나와 문상병은 헛것을 본것은 아닌지, 대체 뭐일지 수근수근대며 다시 초소로 돌아가 빨리 후번 근무자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저 멀리서 후레시 불빛이 보이고, 우리는 다시 초소 밑으로 내려갔다. 아니, 내려가려 했다.
'타다다닥'
초소 뒤의 수풀 속에서 수풀을 헤치는 소리와 낙엽 밟는 소리가 들리며 빠르게 우리 쪽을 향해 덮쳐드는 소리가 났다.
"으..으아아아!"
소리를 질럿지만, 너무 놀랐는지, 목에선 바람 빠지는 쇳소리가 나왔다.
문상병과 나는 엉거주춤 바닥에 엎드려 벌벌 떨었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근무고 뭐고 도망가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니들 뭐하냐?"
당직 부사관(근무 교대 등을 위해 분대장이 돌아가며 당직근무를 서는 것)이 올라와서 우리를 보며 말을 건넸다.
고개를 들어보니, 어이없는 표정으로 우리에게 후레쉬를 비추며 후번 근무자가 쳐다보고 있었다.
우리를 덮치려 했던 그 소리는 무었이었을까..
민간인이 절대 출입할수 없는 부대 내에서 우리가 본 흰 양복을 입은 남자와 머리채를 잡혀 끌려가던 여자는 무엇이었을까..
후레쉬 신호를 보냈는데도 내려오지 않았다는 질책을 들으며 부대로 복귀했다.
문상병과 나는 부대로 돌아와 담배를 피우며 그게 무엇이었는지.. 이야기를 하였지만.. 당연하게도 결론은 없었다.
그 이후에 탄약고에서 귀신을 보았다는 사람이 몇 있었지만, 흔한 가십거리를 위해 지어내는 이야기였는지 우리가 본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이야기 뿐이었다.
그 이후로 몇번 탄약고 초소로 야간근무를 나갔지만, 다시 목격되지는 않았다.
대체 그들은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