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5살 차이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작년까지 5년가까이 둘이 자취를 했었고 그때 게으르고 잘 안치우는 내성격때문에 동생이 많이 짜증내고 힘들어했습니다. 그런것 때문에 서로 서먹하고 어색해진 부분도 인정합니다. 내가 생각해도 청소 안하고 엉망진창으로 지낸건 좀 너무 했다 싶거든요.
지금에 와서 변명을 하자면 내가 원래 게으른 성격도 있지만, 그때 직장 생활로 너무 힘들고 괴로운 시기였습니다. 우울증이 극에 달해서 정말 어느때는 내가 이러다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을까 두려웠던 적도 있습니다. 매번 동생에게 힘들다고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어쩌다가 한두마디 힘든 이야기를 하려하면 징징거리는거 듣기 싫다 나까지 우울해 지려고 하니 자기한테 말하지 말라고 딱 잘라서 말해서 아예 그후로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많이 서운해서 솔직 혼자 울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치하게도 내가 지한테 어떻게 했는데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동생이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지가 차없을때 배아프다고 회사 조퇴한다고 해서 우리회사 분위기 굉장히 경직되서 점심시간 늦게 들어오는거 눈치 엄청 보는 분위기지만 점심때 지 회사에 데릴러 가서 죽 사먹이고 집까지 데려다 주고 다시 회사에 들어가기도 했었고, 가끔 기분 우울하다고 하면 기분 전환하라고 십만원 정도 되는 선에서 가끔 선물도 수시로 해줬었습니다.
자기 회사에서 트러블 생겨 스트레스 받아 할때도 기꺼이 밖에서 내돈주고 밥 사먹여 가면서 위로도 해주고 기분 풀어주려고 애썼었습니다. 횟수로 몇번 이렇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동생이 기분이 안좋거나 스트레스 받는줄 알면서 냉정하게 대했던적은 없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내리 사랑 이였을수도 있겠네요.
사실 내 성격도 소위 말하는 천사표는 아닙니다. 한번씩 너무하다 싶으면 동생한테 퍼붓기도 하고 욕하기도 한적 있습니다. 아니면 내가 홧병이 나서 돌아버릴 지경일때가 몇번 있었거든요. 그런 몇번의 일때문에 동생도 나한테 쌓인게 많을수도 있겠지만,
서로 단점이 있으면 또 그만큼 가족간에 애정이 존재하기 때문에 섭섭했다가도 풀리기도하고 싸웠다가도 혼자 생각해보면 괜히 미안함이 들어서 잘해주고 싶고 그랬었습니다(적어도 나는...)
그런데 그것도 몇년이 쌓이고 동생은 무덤덤한데 나 혼자 섭섭했다가 화도 났다가 하면서 지내다 보니 어느순간 나도 덤덤해 지더라구요. 게다가 작년부터는 동생이 대기업에 취직해서 독립해서 나갔거든요.
오히려 홀가분 하다고 할까요?? 지금은 대놓고 말안하는 원수지간 처럼 지내지는 않지만 그저 필요한 말만 하고 서로 안부전화 이런거 안하면서 삽니다. 가족간에 꼭 해야하는 예의만 지키면서요.
글을 쓰다보니 동생하고 에피소드를 하나도 안적어서 동생이 뭘 그리 잘못했나 할수도 있겠네요.
1. 자취하기전 동생 대학때 호주로 어학연수 갔었습니다. 그때 우리집은 사기를 당해서 영어연수 시킬 형편이 못됐을뿐만 아니라 언니와 내가 벌었던 돈 수천만원도 빚갚는데 썼었죠. 하지만 언니와 내가 동생 하고 싶다는거 해주고 싶은 마음에 일년동안 월급타서 넉넉하지는 않지만 연수비용 보내줬습니다. 연수 막바지에는 그때 내가 외국에서 일하고 있었는데(월급이 한달에 고작 한국돈으로 백오십정도였음) 비행기표 일체를 보내주고 내가 있는곳에 와서 한달 같이 지냈습니다. 물론 관광도 같이 다니고 맛있는거 사준다고 돈도 꽤나 많이 썼고 다시 호주로 돌아갈때는 내가 가진 비상금 다 털어줘서 공항에서 배웅하고 돌아서 나오는데 지갑에 택시비가 없어서 한시간 가까이 버스타고 집에 돌아왔었으니까요. 그게 거의 십년전일이지만 그 이후에 아무리 내가 화가나고 꼭지가 돌아도 지금까지 동생한테 내가 니 연수비 대줬잖아 라는 소리 한번 한적 없습니다. 왜냐면 내가 좋아서 한일이였으니까요. 또 그때만해도 동생하고 사이가 이렇게 까지 소원해 지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2. 자취방도 내가 원래 내돈으로 혼자 지내려고 얻어놓은 곳인데 마침 내가 있는 곳에 취직이 되어 같이 살게 된것입니다. 한달에 생활비로 십만원 받았습니다. 월세로 나가는 돈과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 티비 유선비, 인터넷비 등등 한달에 삼십넘게 나올때가 많지만 십만원만 받았습니다.
그것도 동생이 이직하기전 일년 가까이 백수로 놀때는 받지도 않았습니다.
동생은 항상 자기는 합리적이고 공과사를 딱부러지게 구분하는걸 좋아한다면서, 지 돈 안나가는 경우에 그 똑똑한 머리가 갑자기 둔해지는지 그냥 두리뭉실 넘어갑니다. 뭐 그건 그럴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건 패스...
3. 백수로 지내면서 해외여행이야 뭐야 다니더니 급기야 돈이 다 떨어졌는지 은행 대출은 어떻게 내냐고 물어 보길래 내가 일단 백만원은 현금으로 빌려줬습니다. 몇년전에 자기가 직장 생활 시작할때 차가 필요하다고 해서 나한테 사백정도를 빌려갔습니다. 직장생활 몇년을 해도 갚을 생각을 안했었기에(지 말로는 나 시집갈때 줄 생각이라고 하더군요. 현재 나는 결혼 계획이 전혀 없음. 앞으로도 결혼 가능성... 별로 높지 않음) 백만원은 주면서 이건 내 시집갈때 갚을 생각말로 취직해서 돈 벌면 먼저 달라고 했습니다.
지금 현재 아빠가 갑자기 치매에 대장암까지 걸려 서울 언니집에 직장도 때려치고 올라와 있습니다.
저는 현재 4개월째 아빠 병간호 하느라 백수로 지내고 있고, 동생은 대기업에 취직해서 연봉이 사천몇백이라고 언니하고 이야기 하는거 들었습니다. 하지만 내돈 백만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습니다.
4. 아빠가 암 진단 받았을때도 언니와 엄마, 나는 동생이 막내인데다가 새로운 직장에 들어간지 얼마되지 않아 충격받을까봐 최대한 동생한테는 수술 전전날 알렸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나름 자기 배려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암선고 받았을때 억장이 무너지고 두려운 마음, 암병기를 알기위해서 했던 수십가지 검사 그리고 초초하게 기다리던 피말리던 시간들... 그 고통을 될수있으면 안받게 해줄려고 검사가 다 끝나고 수술만 잘 되면 완치도 가능하다는걸 알고 알려줬습니다. 하지만 수술 당일 감기에 걸렸서 아빠한테 옮길까바 겁난다면서 손님처럼 먼발치에 있다가 그날 오후에 언니가 애들때문에 수술 잘된것 보고 간다고 하니 같이 가더군요. 아빠가 치매 여서 엄마가 없으면 불안해 하셔서 엄마가 간이침대에서 주무시고 나는 병실 바닥에 이불깔고 밤을 지세고 이틀을 삼십분에 한번씩 소변량 체크하느라 사실 잠 한숨 못잤고 낮에도 계속 내가 있어도 교대한번 해줄까 소리 안하더군요. 그때는 나도 직장 다니던 중이라 월차를 써서 병간호했고 병원은 서울, 내직장은 부산이였습니다. (동생 직장은 경기도임)결국 언니가 둘째가 이틀이나 밤을 샜으니 하루는 니가 좀하라고 해서 하룻밤 병원에서 지내기는 했습니다.
5. 내가 다니던 직장에서 아빠 수술하신다고 하니 십시일반 모아서 80만원 주셔서 엄마한테 전달해드렸습니다. 내돈으로 준건 아니지만 나도 직장 생활하면서 동료들 경조사에 부조를 많이 했었기에 아주 내돈이 아니라고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에 들어간 똑똑한 동생은 아빠 암보험 나오는걸 잘 알고 있어서 그런지 엄마한테 금일봉 십원한장 전달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지 회사에서 가족 병원비 지원이 된다면서 병원비 영수증을 다 챙겨 달라더니 싹 가지고 갔습니다. 그리고 그와중에 사촌 동생 결혼식이 부산에 있어서 엄마가 동생보고 가족 대표로 갔다오라고 하니 지 차비까지 십만원 내 놓으라고 해서 축의금과 차비 별도로 엄마가 십만원 줬습니다. 자기는 공과사는 분명히 한다고 또 똑똑한 포스를 한껏 풍기더군요.
6. 그리고 설연휴... 형부가 아빠 병간호때문에 온 식구들이 힘들었으니까 기분도 전환할겸 명절에 다른데안가니 대신 그돈으로 온가족 디너쇼를 예매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서로 괜찬은 시간 조율한다고 동생에게 언제가 좋은지 물어보니 동생은 해외여행을 간다며 자기는 빼달라고 했습니다. 사실 나는 아빠 때문에 온식구가 언니집에 마음편하게 와서 지내는것도 고마운데 형부가 한장에 이십만원 가까이 하는 디너쇼를 저희 부모님을 비롯 온가족(총 5명)을 위해서 준비해주셔서 너무 감사했고 내가 백수 입장이라 돈을 못보태드려서 죄송했습니다만... 동생은 오로지 홀로 가질 시간이 급한 모양이였던듯 합니다. 아 그때 동생은 여행떠나기전 엄마에게 명절 금일봉 십만원을 줬습니다.
7. 참 그리고... 동생이 한참 직장 구한다고 면접 다닐때 내 마음에 동생에 대한 섭섭함이 이미 있었지만 티 안낼때(참 표현이 유아틱하네요.. ), 그때 지 생일 선물겸해서 면접 정장 삼십몇만원 주고 사주고, 며칠뒤 면접 잘 본것 같아 기분 좋다고 해서 비싸다는 식당가서 밥 사줬습니다.(둘이 먹었는데 근 팔만원돈 나왔음) 하지만 그 다음날... 네비게이션이 없는 나에게 자기는 새 네비를 샀다며 지 중고 네비를 이만오천원에 사라고 하더군요.
8. 직업상 해외 출장이 잦았습니다. 나는 갈때 마다 거의 매번 스와로브스키 목걸이, 명품 브랜드 립스틱, 향수등등 하다못해 홍콩 출장때는 야시장을 뒤져서 짝퉁 가방이라도 사다줬습니다. 물론 내가 좋아서 한짓이지요.
하지만 오년동안 같이 살면서 내 기억에는 단 한번도 나가서 밥 한번 얻어 먹은적 없고, 내 마일리지로 제주도 여행간다고 사람 일하는 시간 내내 전화해서 예약 빨리해야 한다고 닥닥해서 제주도 갔다 올때도 썩어빠진 귤한조각은 고사하고 고맙다는 한마디도 안했습니다. 딴에는 귀여운 막내둥이 앙탈쯤으로 생각하는듯 했습니다.
이런저런 일들이 쌓이다 보니 첨에는 열통터지고 분했지만... 가족간이라고 꼭 우애가 철철 넘칠 필요가 있나 나도 뭐 나 그리 좋다 안하는 동생한테 덤덤해지자고 생각하니 점점 마음이 편해진것 같습니다.
꼭 필요한 말만 하고 살고, 서로 최소한의 예의만 지키면서 대면대면 살겁니다.
동생이 아니라 그냥 알고 지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사니 이제부터 내가 동생한테 안퍼주고 살면되고 동생이 나한테 얼만큼 안해준다고 섭섭하게 생각되지도 않습니다. 물론 살면서 지한테 무슨 여러움이 닥치거나 결혼을 한다고 해도 나는 그냥 아는 사람 수준에서 얼굴 안붉힐 만큼 형식만 갖추고 살 생각입니다.
쓰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졌는데 여태 쌓인것을 한번에 쏟아 붓다보니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아 졌습니다.
혹시 내가 너무 속이 좁은 언니인가요?? 제게 객관적으로 조언 해주실 의견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혹시라도 제 동생이 아직 철이 없어서 그런다고 생각하실 분이 있을까봐 알려드리면 저는 37세, 동생은 32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