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오후의 당신과 나..
나무들은 잎을 떨어뜨리는 것이
그들의 생을 가장 사랑하는 방법이듯
내가 당신에게 포기의 기미를 내비치는 것이 어쩌면
다신을 가장 사랑하는 최선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나는 시집을 읽으며
어젯밤의 숙취에서 천천히 깨언난다.
우린 서로에게 좀 더 직접적일 필요가 있어.
에둘러 말하지 않았어야 했어.
식은 커피를 사이에 둔 우리 둘 사이는 여전히 고요하고
그날의 오후는 등기로 부쳐 온 이별의 서류처럼 낯설다.
잠시 산책이라도 하고 올께.
나는 어디로든 발걸음을 옮겨야 햇기에 집을 나섰지만
당신을 조금 더 사랑해야 했기에
바다로 향하는 길을 생각했다.
그 길은 길고 또 길었으면 좋겠고
길 끝에는 비밀스런 운명처럼 붉은 등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당신이 식탁의 모서리를 오래오래 문지르며 울음을 참는 것처럼
어쩌면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랑의 방식일는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