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2011-04-26]
황보관 FC 서울 감독이 K-리그 최단 기간 재임 기록을 남기고 자진사퇴했다. FC 서울은 26일 "지난 24일 광주전에서 패하며 팀이 14위로 추락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25일 구단에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발표했다.
광주 FC전 패배가 컸다. 시즌 초반 극도의 부진에 빠진 FC 서울은 구단도 감독도 이 경기를 마지노선으로 정했다. 황보관 감독은 광주전 직전 경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4라운드 나고야(일본)와 경기(19일)에서 0-2로 패한 뒤 기자회견 자리에서 "언제 서울의 본실력을 볼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다음 경기 때 보여주겠다"고 답했다. 마지막 승부수였다. 하지만 광주와 경기에서 0-1로 패했고 황보 감독은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예상 외의 부진에 구단도 조급해졌다. 한웅수 FC 서울 단장은 "광주전 패배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상황이 좋으면 모르겠지만, 어려운 시기에 신생팀에 패한 건 큰 타격이다. 더 늦으면 반전의 기회를 잡기 어려울 것 같았다"고 밝혔다.
낯선 한국축구
서글서글한 외모에 댄디한 황보관 감독은 신선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 기록한 캐넌슛의 기억이 지금도 남아 있었다. 하지만 한국을 너무 오래 떠나 있었다. 1995년 유공에서 은퇴한 황보 감독은 일본으로 진출해 오이타 트리니타에서 선수를 시작으로 2010년까지 유소년팀 코치·감독, A팀 감독·단장 등을 두루 거쳤다. 축구저변과 행정이 잘 정비된 일본에서 축구수업을 쌓았지만 한국축구에 대한 정보는 부족했다.
K-리그의 한 관계자는 "황보 감독이 집에도 제대로 가지 않고 K-리그 공부에 매달렸다. 하지만 K-리그에서 20~30년간 경력을 쌓은 감독과는 선수를 파악하는 정도가 달랐다"고 전했다.
선수장악 실패
시즌 초반부터 잡음이 흘러나왔다. 황보 감독은 자유로운 팀 분위기를 강조한다. 성적이 좋을 때 자율의 힘은 새로운 여지를 창조한다. 하지만 팀이 어려울 때 구심점이 없으면 팀은 와해된다. FC 서울이 그랬다.
의욕에 찬 황보관 감독의 훈련량은 많았다. '훈련이 많다', '그래서 부상이 생겼다' 등 불만이 구단 밖으로 퍼졌다. 성적이 좋으면 황보관 감독의 의지대로 나아갈 수 있지만 성적이 받쳐주지 못 했다.
K-리그의 한 베테랑 선수는 "감독의 리더십도 중요하지만 베테랑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팀이 어려울 때는 여기 저기서 불만이 터져나온다. 고참들이 이를 조정하면서 코칭스태프와 의사소통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서울의 선수구성은 지난해나 올 해나 변한 게 없다. 소문난 '골목대장' 없이 지난 해 우승을 거뒀다. 하지만 그 때는 초반 성적이 좋았고 그 분위기가 끝까지 이어졌다. 올 시즌 서울의 주장 박용호는 벤치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져 입지가 좁아졌다. 맏형뻘 김용대와 현영민은 목소리가 큰 스타일이 아니다. 외국인 선수 위주로 돌아가는 전술도 국내파들을 의기소침하게 만들었다.
미완의 황보관식 축구
황보관 감독의 부임 일성은 '빠른 템포와 공격적인 전술로 팬들에게 감동을 주는 축구'였다. "바르셀로나 같은 축구를 하겠다"고도 했다. 점유율을 높여 경기를 지배하고 빠른 패스로 상대의 공간을 점령해들어가는 축구였다.
절반은 성공했다. 서울은 올 시즌 K-리그 7경기 중 6경기에서 점유율 싸움을 이겼다. 하지만 이 6경기에서 3무 3패, 한 번도 이기지 못 했다. 오히려 48:52로 점유율이 뒤진 지난 2일 전북과 경기에서 3-1로 유일하게 승리했다.
지난 시즌 같은 기간 점유율 기록을 보면 흥미로운 서울의 승리방정식이 발견된다. 넬로 빙가다 감독이 이끈 지난 시즌 서울은 개막 후 7경기 중 점유율이 앞선 경기는 겨우 2번에 불과했다. 하지만 5승 2패를 기록했다. 빙가다 감독은 수비안정을 우선하는 보수적인 전술을 구사했다. 결국 작년이나 올해나 서울의 승리법칙은 바뀐 게 없다. 황보관 감독은 새로운 축구를 구사했지만 선수들 속에 뿌리내리지 못 했다.
〈일간스포츠 장치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