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유일 사설 정치박물관! 헤이리 아고라박물관
헤이리 마을에 있는 '아고라 박물관'에 다녀왔다. '아고라'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사설 정치박물관이라고 했다. 아고라에 있는 전시물의 양은 한 개인이 모았다고 생각하기에는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정치 관련 자료들이 1000여 점 정도 전시되어 있었고, 또 우표박물관도 겸하고 있었는데 3000여 종의 우표가 전시되어 있었다. 1층은 '세계전시관'으로 세계 여러국들의 정치관련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2층은 '한국전시관'으로 이승만 시절의 자료들부터 현재 정치 관련 자료들까지 다양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3층에서는 주제별로 전시를 해둔 우표들과 압화를 볼 수 있었다.
우선 1층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이 '전자투표 기계'였다.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것으로, 전자투표가 가능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전자투표가 이루어질 준비는 되어있는데, 전자투표 결과를 믿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정치권의 논쟁으로 인해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 기계는 기록도 남도록 하여, 조작가능성 문제를 해결한 기계라고 들었다. 박물관에서는 직접 이 기계를 체험해 볼 수도 있었다.
(터치스크린 투표 체험기계)
1층의 벽면에는 선거포스터가 빽빽이 붙어 있었다. 나라별로 선거포스터 형식도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미국은 선거포스터에 대한 규제가 없어서 형식이 다양했다. 우리나라 선거 포스터는 모두 후보의 얼굴과 당, 기호 그리고 이름이 나와있는 일률적인 형식인 것과는 달리 재미있는 것들도 많았다. 일본 선거 포스터 중에는 후보자가 권투글러브를 끼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도 있었고, 고르바초프의 일러스트레이션 선거포스터에는 제임스딘의 '이유없는 반항'을 패러디하여 '국가 없는 반항'이 적혀있었다. 영국의 보수당 포스터에는 'socialism in our time'이라는 글귀와 함께, 빈곤해 보이는 남자가 난로를 쬐고 있는 모습의 그림이 담겨있는데 이것은 보수당에서 사회주의 모습을 비판하는 포스터였다. 인도네시아의 투표방법을 홍보하는 포스터도 전시되어있었는데, 못으로 투표지에 구멍을 뚫어 투표를 하는 방법이 재밌게 느껴졌다.
(1층 전시관의 모습: 벽면에 다양한 선거포스터들이 빽빽이 전시되어 있다.)
또 신기했던 것이 2000년도에 개표방식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플로리다주의 투표기계였다. 이 기계는 투표용지에 펀치를 뚫는 방식으로 투표를 하는 기계인데, 펀치가 완전히 종이를 뚫지 못하는 표가 다수 생기면서 문제가 발생하였다. 펀치가 완전히 종이를 뚫지 못한 투표지들을 일일이 개표하면서 한달이 넘도록 개표가 계속되고 대통령이 결정되지 못했는데, 시간이 너무 지연되자 대법원에서 개표기한을 정해주고 그 때까지 개표한 표만으로 결과를 정하라고 판결하였고 그에 따라 부시가 당선이 되었다. 투표기계에는 종이가 완전히 떨어지도록 종이를 뚫어야 한다는 안내글이 써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생겼고, 플로리다 주에서는 그 이후로 이 투표기계는 모두 폐기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 기계는 세계에서도 몇 개 남지 않은 것이고, 당연히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아고라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하였다.
(2000년 당시 미국에서 문제가 되었던 플로리다주의 투표기계)
그 외에 여러 국가들의 투표용지도 볼 수 있었다. 나라별로 투표용지의 형태도 제각각이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투표용지에서 특이한 점은 높은 비율의 문맹자 때문에 후보자와 정당이 글씨가 아닌 사진으로 나와있다는 것이었다. 또, 동티모르의 투표용지는 칼라 투표용지였는데 언뜻 '이 나라는 돈도 없는데 어떻게 투표용지를 칼라로 했을까' 생각했는데, 이것은 다 국제기구에서 지원해 준 것이라고 한다. 아르헨티나의 대통령이었던 '페론의 투표용지'가 있었는데, 이것은 아르헨티나에서는 후보자마다 투표용지가 있어 그 용지를 접어 투표함에 넣는 것이 투표방식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또 특이한 투표용지로는 일본의 것이있었는데, 일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투표용지에 후보이름을 직접쓰고, 비례제를 뽑을 때에는 정당이름을 직접 쓰는 방식이었다.
(세계각국의 다양한 투표용지들)
이 외에도 각국의 정당 당원증, 선거 버튼, 정치인들 관련 여러 상품들 등 여러가지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2층 전시관에는 한국정치와 관련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여기서 희귀자료는 5.16 쿠데타 당시 박정희가 당시 참모총장이였던 장도영에게 썼던 친필편지의 복사본이었다. 그 내용은 참모총장에게 같은 편에 서서 나라를 구하는데 앞장서달라는 것이었다. 또 1956년 때의 대통령선거 포스터도 볼 수 있었다. 이 포스터에는 후보의 기호가 숫자가 아닌 작대기로 표시되어있었는데 당시에는 문맹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한쪽에는 일년의 한장짜리 달력이 여러 장 전시되어 있어서, 무엇인지 궁금하게 봤는데 5-60년대에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사람들에게 나누어줬던 달력이라고 했다. 당시에는 달력을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는데 농민들에게는 꼭 필요한 정보들이 그 달력에 많이 들어있어서, 선거 홍보 효과가 매우 높다고 하였다. 우리나라가 양원제를 실시하던 1960년의 민의원, 참의원 투표용지도 볼 수 있었다.
(1956년 당시 대통령,부통령 선거포스터)
3층 전시관에는 여러가지 주제별로 우표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그리고 한쪽 전시관에서는 압화도 구경을 할 수 있었다.
방대한 양의 정치관련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고, 또 희귀한 자료들도 많아서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가서 구경해보면 매우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http://www.agora500.co.kr/ 에서 정확한 위치와 가는방법, 관람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