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곳은 순천에 있는 외진마을 입니다.
요즘 사는 세상이 좋아져서 이런 시골에 까지도 양담배가 들어옵니다
저는 주로 던힐을 피웠는데 동네에서 담배를 파는 가계는 딱 한군데가 있습니다.
동네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담배가게입니다.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운영해 오셨다고 하니까 30년은 넘게 이곳에서 담배를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셨습니다.
동네사람 몇 된다고 담배팔아 생계가 유지 되겠냐 싶겠지만,
할머니는 자식도 없고, 남편도 없어서 돈 쓰실 일이 별로 없다고 합니다.
신기한건 이 할머니가 한글도 모르고 산수도 못하시는데 가게를 운영하신다는 겁니다.
나름 본인만의 표기법과 계산법을 가지고 노트에 표기해 가시면서
장사를 하시는데 그동안 계산이 틀린적은 단 한번도 없으셨습니다. (참 저도 그게 신기하더군요)
오늘도 변함없이 던힐담배 한갑사러 담배가게를 갔습니다.
그랬더니 할머니가 담배 한갑을 주시면서 심각한 고민에 빠지셨더군요.
최근 5년동안 한번도 돈계산이 틀린적이 없었는데 이상하게 요 몇 일 계산이 하루에 600원
정도 차이가 나더라는 겁니다. 자기가 돈을 흘리거나 잃어버린게 아닌가 싶어 가계를 구석구석
뒤졌는데도 계산이 맞지가 않다고 하네요.
할머니는 매우 낙담하시면서 '이제 죽을때가 된 것 같다' 라고 말씀하시면서
제게 공책을 보여주셨습니다. 거기에는 빼곡히 짝대기를 기호로 표시해서
담배의 수량과, 돈의 액수가 적혀 있었습니다.
몇 번 보다 보니까 금방 알아볼 수 있었고 동네 사람들만 상대해서 파는
담배라 금액도 크지 않았습니다. 한 20분 정도 살펴봤을까요.
엇그제인가 시점부터 돈이 안맞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엇그제 무슨일이
있었냐 할머니께 물어봤습니다.
할머니는 생각이 가물가물 거리는지 한참 생각하더니,
'던힐파는 총각' 이 왔다갔다고 하시더군요. 생각해 보니 저도
기억이 납니다. 다마스 같이 생긴 차량에 담배 잔뜩 싣고 와서 풀어놓고
가는걸 엇그제 봤습니다. .
앗 ! 그제서야 떠오르는게 있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던힐 담배값이 200원
오른다고 했던 뉴스. 할머니에게 물어봤습니다.
"할머니 그 던힐 총각이 담배값 올랐다고 하지 않던가요?"
그제서야 할머니는 무릎을 딱 치고는 "맞다, 맞어, 던힐 총각이 저번 언젠가
부터 던힐은 200원 더 받으라고 했었지, 이런 저 놈만 200원인가 오르니까
내가 까먹어 부렀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뭐 결국 저는 할머니에게 엇그제 부터 200원 덜 드리면서 담배를 산 셈이 됩니다.
쩝...미안해서 오늘은 던힐 한갑 사고 3,000원 드리고 잔돈은 받지 않았습니다.
하긴 담배값 오른지 오래되긴 했네요. 그리고 던힐만 200원 오르니 취급하는 담배도
몇종 안되는 조그만 동네 담배가게 할머니 입장에선 잊어 버릴만도 하고요.
어째든 할머니가 또 계산이 틀릴 수도 있고, 가격 오른게 은근히 부담스럽기도 해서
예전에 피우던 타임으로 다시 바꿔 피울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