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미나님의 '스페인-너는 자유다'에서 알게 된 영화
'Spanish apartment'
에라스무스(유럽의 교환학생제도)를 통해 바르셀로나로 유학 온 아이들이
한 아파트 안에서 살면서 생기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담아 낸 영화.
보고 난 후에 조금 허무하기도 하지만 왠지 모르게 몽환적인 느낌에 한동안은 멍- 할 수 밖에 없었던,
주인공 자비에의 어리숙한 모습이 매력적인 이 영화를 보면서
'나도 한번 쯤은 저렇게 살아보고 싶어' 라고 생각했다.



The Spanish Apartment, L'Auberge Espagnole, 2002
.
.
.
.
그리하여 시작된,하이린 버전 발렌시아 아파트먼트 ![]()
좀 더 스페인스럽게 한다면, Mi piso de valencia :]

런던에서의 다사다난한 6개월의 일정을 끝내고, 스페인으로 떠나는 비행기에서
발렌시아는 어떤 곳일까
스페인어 한마디도 모르는데 괜찮을까
같이 살게 될 사람들은 다들 좋은 사람들일까, 어느 나라 사람들일까
두 달동안 무사히 잘 지낼 수 있을까
수많은 물음표를 안고 꽤나 복잡한 마음으로 런던을 떠났다.
당장 다음 날 부터 시작되는 스페인어학원에 대한 호기심 역시 잔뜩 안은 채 :]
픽업하러 나온 기사아저씨를 따라, 드디어 도착하게 된 나의 피소(Piso, 스페인어로 아파트)
띵동
띵동
헉
왠 남자가 문을 열어준다.
"...헬.....헬로? 저....여기....이 주소.....맞나요?"
"yeap! 오늘 오기로 한 사람 맞죠? 웰컴, 짐 무거워 보이는 데 도와줄까요?"
어학원 브로슈어에 따르면, 아파트쉐어를 신청하면 발렌시아 내에서 어학원 다니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아파트에서 생활한다고 나와있다.
나는 당연히 성별도 나뉘어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의 심한 착각 이었다.
거실로 들어서니, 또 다른 남자 한 명과, 어려보이는 여자애 한 명이 TV를 보고 있었다.
복잡한 마음으로 인사를 나눴고, 다행히(-_-) 내 룸메이트는 이 여자 아이였다.

나의 불안한 마음(?)이 민망할 정도로
같이 지내는 약 두 달여간의 시간 동안
아무런 불편한 일 없이 잘 지냈다.
발렌시아 아파트먼트 스토리에서 빠질 수 없는
짜잔, 나의 피소메이트들을 소개합니다 :]

내 룸메이트, 리나 루. 독일에서 온 젖살도 안빠진 '고등학생'.
예쁘고, 성격도 밝고, 예의도 바른 아이.
담배 피냐는 말에 정색 하며
"나 가끔 마약은(가벼운 거겠죠..;;;;) 하지만 담배는 절대 안펴" 라고 말하던.......
고 3인데도 휴가로 발렌시아에 두 달 정도 어학연수 겸 여행 온 내 고3 시절과는 사뭇다른
시간을 보내는 아이.
독일 시골 출신이라 뮌헨에서 온 또 다른 피소메이트 마커스가 매번 놀려댔다.
실제로 리나루는 사람보다 양이 많이 사는 마을에서 왔다고....
처음 도착했을 때 문 열어주며 짐들어주던 피소메이트, 역시 독일에서 온 마커스.
항상 인상 쓰고있고, 말하는 것도 직설적이고 어딘가 모르게 신경질적이라
처음엔 정말 무서웠다.
시간이 지나니 이런 게 다 마커스의 독특하고 재밌는 캐릭터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파티를 좋아하는 마커스,
술이 취해서도 완전 인상쓴 진지한 얼굴로
" 아무리 오늘 늦게까지 술을 마신다해도 내일 아침엔 바로 학원을 갈꺼야.
독일에는 늦게까지 파티하는
사람은 늦게까지 일도 할 수 있다 라는 말이 있어"
라더니 다음 날 저녁 6시에 일어나서 굿모닝이라고 하는 그런 아이^^
그리고 이 친구는, 마커스의 단짝친구 크리스. 역시 독일에서 왔다.
피소메이트는 아니지만 항상 마커스와 붙어다녀서 거의 피소메이트나 다름없었던 아이.
나는 처음에 마커스랑 크리스가 사귀는 사인지 알았을 정도로;; 둘이 항상 붙어 다녔다.
커플티 비슷하게 맞춰입고...;; 무뚝뚝한 마커스와는 달리 자상했던 크리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덜란드에서 온 마루.
대박인 건? 이제 막 중학교 졸업한 아이라는 것.. ...;;
골초에, 매일 밤마다 와인을 홀짝홀짝 마시던 심하게 문화충격 주던 아이.
긴 금발머리에 예쁘장하고 몸매도 좋아서 발렌시아 해변에서 늘 인기가 많았다.
늘 네덜란드 친구들이랑만 붙어다녀서 우리랑은 그렇게 친하게 지내지 못했던 마루.
비록 6주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멋진 친구들과 함께 보낸 나의 Valencia apartment1 :)
오후 두 세시의 씨에스타를 끝내고
바닷가로 달려가 저녁 8시까지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누워있다가
어슬렁어슬렁 집으로 돌아와 밤10시에 늦은 저녁을 먹고
소화도 안 시킨채 11시에 잠들어도
아무도 '너 왜 이렇게 게을러!' 라고 욕하지 않던 2009년 발렌시아의 여름.
일 년이 훌쩍 지나버린 지금, 지구 반 바퀴를 돌아서 서울로 컴백한 나는
여전히 발렌시아의 뜨거운 햇살이, 한가로운 오후가, 정열적인 밤이 그립다.
친구들과 함께 해서 전혀 외롭지 않았던 발렌시아 생활여행 이야기,
다음 편엔 어학원(Enforex)을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