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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생활여행] 2. ¿HABLAS ESPAÑOL?(스페인어 할 줄 알아요?)

해질해질 |2011.05.03 10:33
조회 2,717 |추천 15

오늘은 내가 다니던 어학원 이야기.

 

 

 

 

 

내가 다니던 어학원은 ENFOREX라는 곳으로,

스페인 전역에 분원이 있는 꽤나 크고 유명한 학원이다.

 

 

나는 여름이 끝나가는 8월 31일에 스페인에 똑 떨어졌으므로

(이 날은...영국의 노팅힐 카니발이 있는 날이다.

작년 1년동안 여행하면서 축제란 축제는 이런 식으로 다 피해갔다ㅠㅠ)

학원 생활은 정확히 9월 1일에 시작되었다.

여름방학 기간이 끝난 지라 이미 많은 학생들이 빠져나가고,

 이 맘때쯤 해서는 장기연수하는 아시아인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나처럼 이렇게 스페인어 단 한마디도 모르면서

스페인 와서 학원다니는 무식하고 용감한 사람들은 많이 없어서,

아시아인들은 대부분 중급이상의 반에 배정된다고 한다.

 

 

매주 코스가 시작되기 때문에,

월요일에 학원을 가면 새로 온 학생들과 함께 반편성테스트와 오리엔테이션을 한다.

 

 

 

선생님 : "Hablas Espanol? "

 

나 : .................

 

 

선생님 : "Tu habalas Espanol?"

 

나 : ...............

 

 

 

 

 

선생님 : "You....speak...Spanish? no? "

 

나 : ".............. No "

 

 

 

 

선생님 : " A little bit? "

나 : "NO"

반편성테스트없이 바로 '초급A1'반으로 떨어졌다.

 

 

 

나중에 보니, 옆 반에 앉아서 열심히 문제 풀던 아이들 몇 명도 같은 반으로......

 

 

우리반엔 14살짜리 독일애꼬마 베넷,

네덜란드에서 온 당차고 매력적인 카린,

사랑스러운 웃음을 가진 벨기에에서 온 사라,

 늘 같이 붙어다니는 독일여자애들 크리스티나와 엘레나,

 미쿡여자애 린지 등등

국적이 다양했다.

 

 

-14살짜리 꼬마 베넷 -

 

 

베넷은 어린나이에 혼자 와서 한 달동안 스페인어 공부를 하는 아이였다.

수업시간에 절대 필기는 하지 않고 딴 짓만 하다가 선생님한테 혼나곤 했다.

하루는 보다못한 선생님이

 

'베넷, 선생님이 가르쳐 주는 거 다 공책에 적어야지!'

 

했더니,

 

'선생님, 그걸 다 적더라도 전 제가 집에가서 절대 다시 보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런데 왜 적어야하죠?'

 

란다.

소...솔직하다...

 

 

반 친구들과 함께 플라멩고 보고 돌아오는 길.

 

 

 

내가 이렇게 여행을 하면서 그 나라의 현지어학원을 등록한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은 한 나라에서 꽤 오랜 시간 머물면서

 그 나라의 언어를 기본적으로나마 알고,

현지인들과 의사소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문화코드를 읽어오자는 내 생활여행의 컨셉에서 그 나라의 언어가 빠질 순 없는 것이다!

 

 

물론...짧은 기간 동안 딱 현재형밖에 못 배웠기에..

내 스페인어로는

 어제 얘기, 내일 얘기도 못하고....

만고불변한 절대적 진리나, 오늘 얘기 밖에 못하지만...ㅋㅋ

 

 

두번째로는,

생활여행이 줄 수 있는 무료함이나 나태함을 사전에 방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 곳에서 생활하며 문화코드를 익히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벅찰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나면 나태해져서는 게으름 부릴 내 성격을 알기에

이렇게 오전 중에 어학원을 다님으로써

늦잠으로 날려버릴 오전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며칠 지나고 나서는 늦잠 대신 낮잠을 자는 불상사가..-_-

 

씨에스타도 스페인 문화니...까..........핫핫핫

 

 

세번째로는,

예전에 썼던 생활여행 글에서도 잠깐 언급했었던 거지만

약간의 역발상으로 한 도전이었다.

어학연수로 1년이라는 시간을 한 곳에서만 보내기엔 너무 아까웠고,

실제로 영어를 어학원에서 배우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학원에서 같이 어울리는 친구들은 다 나와 영어실력이 비슷비슷한 아이들이고

반에 단 한명있는 영국인 = 선생님 이랑 수업 외 시간에 만나서 어울린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길에서 만나는 영국인들을 붙잡고 나랑 놀아주세염 하기엔-_-....

 

 

그 때 중국에서의 경험이 떠올랐다.

중국 어학연수를 하던 시절,

우리반 친구들은 대부분 중국어를 배우러 온 미국+유럽 아이들이었고,

수업시간 외에는 죄다 영어로만 대화 했기 때문에

나까지 덩달아 영어회화가 늘었었다.

스페인 + 프랑스에서 현지어학원을 다니면, '

영어네이티브'들을 같은 반 친구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조금 무모한 도전인 것 같았지만, 그냥 해보기로 했다.

 

 

 

만약 실패한다면 친구들에게 '나쁜 예' 의 하나로 남아줘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반에서 영어권 친구들을 많이 만났던 것은 물론,

스페인+프랑스어가 너무나도 초보였던 우리반 아이들은

수업 외의 시간에는 무조건 '영어'로 대화했고,

영국 교실에서 배웠던 영어를 실제로 원없이 썼던 곳은

 오히려 스페인이나 프랑스였다.

 

 

영어공부하러 스페인가요! 라고 사람들을 설득시킬 자신은 없지만,

나에겐 꼭 이렇게 생활여행을 해야했던 그 밖의 다른 이유들

(한국알리기프로젝트, 문화코드 배워오기, 유럽여행)

에 a+ 로 영어, a++로 생각지도 못한 스페인어(+프랑스어)까지!

 얻어왔기 때문에 정말 알 찬 1년이었고,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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