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의 헤로인, 프리다 지아니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리다 지아니니는 매력적인 여자다. 세계 최고의 구찌를 총괄하는 능력을 지녔고, 묘한 분위기의 미소 또한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그녀는 나누는 법을 알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말을 알고 있는가? 사회적 신분에 걸맞은 도덕적 의무를 의미한다. 기원은 로마시대부터 시작된다. 당시 사회 지도층은 소외 계층을 위해 솔선수범하고 희생하는 행위를 마다하지 않았다. 기부를 하고 병역의무도 영예롭게 수행했는데, 이는 로마의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이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져 해외의 많은 지도층이 실천하는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 장성의 아들 142명이 참전한 것이나 마오쩌둥의 아들이 참전하여 전사한 것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에 입각한 것이다. 갑자기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얼마 전 길을 걷다 구찌 매장을 보고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구찌와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무슨 관계냐고? 구찌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충실히 실천하는 몇 안 되는 럭셔리 브랜드 중 하나다.
프리다 지아니니의 구찌, 구찌의 프리다 지아니니
구찌가 어떻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지 이야기하기 전에 프리다 지아니니(Frida Giannini)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구찌의 이런 행보는 프리다 지아니니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그녀를 빼놓으면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1972년에 태어난 프리다 지아니니는 1997년부터 펜디에서 여성복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2002년 구찌로 자리를 옮긴 그녀는 2년 만에 액세서리 전 라인을 책임지는 디렉터가 된다. 그동안의 경력을 생각할 때 파격적인 일이었다.
그녀가 액세서리 라인을 디렉팅하면서 구찌에는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구찌를 상징했던 요소가 신선하게 재해석되었고 모던함과 섹시함을 갖게 되었다. 이런 능력을 인정받아 2005년 여성복 디렉터를 겸하게 됐다. 가파른 상승세를 탄 그녀는 2006년 남성복 디렉터까지 역임하게 돼 구찌 라인 전체를 총괄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됐다. 평소 사회적 약자에 대해 유난히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자신의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 2005년부터 구찌와 유니세프의 공동 협력 사업을 시작했다. 고아와 아동의료 등에 관한 유니세프 프로그램에 자금을 후원하는 이 사업은 구찌의 가장 큰 사회 공헌 사업이다.
지금까지 기부한 지원금이 500만 달러 이상으로 구찌는 유니세프의 최대 후원 기업 중 하나다. 협력 사업은 단순한 홍보용이 아닌 실질적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프로그램을 위해 특별히 액세서리 컬렉션을 만들고 ‘Gucci for UNICEF’라는 주제 하에 가방을 만든다. 이런 컬렉션과 에디션을 통해 사람들의 참여와 관심을 유도하고 상당한 지원금을 모집한다. 프리다 지아니니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구찌를 사회적 공헌 기업으로 만들었고, 구찌라는 큰 후원자를 얻은 유니세프는 더 많은 어린이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게 되었다.
아시아에서의 또 다른 헌신
프리다 지아니니는 이제 눈길을 아시아로 돌려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녀가 처음 선택한 곳은 중국. 중국에는 최소 1200만 명의 약시(시력 교정용 안경을 써도 시력이 0.9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 어린이들이 있다. 이들은 경제적 빈곤 때문에 약시를 치료할 수 없고, 이로 인해 입체 시각이 결여된 채 살아간다. 구찌는 이런 어린이들을 위해 지난 2008년 약 10만 홍콩달러를 기부했다. 덕분에 많은 어린이들이 약시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지금까지 300여 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구찌의 지속적인 관심과 보살핌을 받고 있다.
올해도 구찌는 중국의 약시 어린이를 돕기 위해 자선행사를 열었다. 지난 6월 6일 파크 하얏트 호텔 93층에서 열린 자선 행사에는 홍콩 여배우 유가령, 리빙빙, 2007 미스월드 장지린 등과, 한국인으로는 최근 <엑스맨>에 출연한 할리우드 스타 다니엘 헤니와 한류 스타 윤은혜 등이 참석했다. 구찌는 이 행사를 통해 약시 아동을 돕기 위한 직접적인 자금을 마련하고, 그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고자 했다. 행사는 프리다 지아니니가 약 2억원의 기금을 CCTF(China Children & Teenager’s Fund, 중국 소아 및 청소년 기구)에 전달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번 행사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가 있다. 기부 행사가 열린 6월 6일은 구찌와 CCTF 모두에게 의미 깊은 날이다. 구찌에게는 중국 내 첫 번째 디자이너 콘셉트 스토어가 열린 날이고 CCTF에게는 자신들이 지정한 ‘눈 보호의 날(National Eye Care Day)’이기도 하다. ‘눈 보호의 날’은 약시 아동을 돕기 위해 해마다 기금을 모으는 날인데 프리다 지아니니의 노력으로 콘셉트 스토어 오픈일과 자선 행사일을 모두 이 날짜에 맞출 수 있었다. 그녀는 이런 노력을 통해 ‘눈 보호의 날’을 좀 더 널리 알리고자 했다. 프리다 지아니니는 현재 구찌의 아이콘이다. 구찌의 이미지를 만들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그녀가 없었다면 구찌가 이렇게 사회적 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을까. 그녀와 구찌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 부분이다.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 그리고 그것을 과감히 실천할 수 있는 용기. 이런 것들이 모여 구찌를 단순한 럭셔리 브랜드 회사가 아닌, 새로운 비전을 지닌 회사로 만들고 있다.
ⓒEsquire 에스콰이어 에디터 김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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