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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독재정권의 경제정책이 대한민국에 남긴 저주와 재앙

대모달 |2011.05.16 19:02
조회 151 |추천 0

[한겨레신문 2011-05-15]

 

오늘은 5·16 쿠데타가 일어난 지 꼭 50년 되는 날이다. 박정희를 미화·찬양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박정희 행정부 시대의 고도 경제성장 때문이다. 박정희 행정부 때 9%, 전두환·노태우 행정부 때 8%이던 경제성장률이 그 뒤 민주주의 선거 정권에 와서 낮아진 건 분명하다. 이를 근거로 경제성장을 위해선 독재정치가 불가피하다고 우기는 사람들도 있다. 이건 김일성·김정일 독재체제의 북한 파시즘 정치를 칭송하는 언행과 마찬가지인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박정희의 업적으로 간주되는 고도 경제성장에 대해서는 두 가지 생각할 점이 있다. 첫째, 어느 나라나 개발 초기에는 성장률이 높지만 나중에는 낮아진다. 모든 선진국의 역사가 그러했고, 현재 중국과 인도의 고성장을 봐도 그렇다. 둘째, 박정희 행정부 시대의 경제성장은 눈앞의 성장률은 높였지만 지가나 물가를 엄청나게 올렸기 때문에 뒤에 오는 정권의 경제성장을 어렵게 만들었다.

남한을 복지국가에서 멀어지게 하고 일본식 토건국가로 만든 것은 박정희의 작품이다. 박정희 집권 18년 동안 전국은 막개발과 토지투기의 광풍에 시달렸다. 전국 지가가 180배 이상 올랐고 토지 불로소득이 국민소득의 무려 두 배 반이나 됐다. 가히 불로소득의 천국이었고 부익부 빈익빈의 극치였다. 현재 우리나라 평당 땅값은 세계 1위인데, 이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 집권 시대에 대부분의 지가 상승이 일어났고, 김영삼·김대중·노무현 행정부를 합해서 2% 정도 책임이 돌아갈 뿐이다. 압도적인 책임은 박정희 행정부에 있다. 한국의 지가를 세계 최고로 만든 책임의 50%는 박정희 독재정권에 있다.

물가는 또 어떤가? 한국의 물가는 세계 1위는 아니지만 세계 최고급에 속한다. 물가가 비싸니 수출도 불리하고 관광객 유치도 어렵다. 역대 정부별로 물가 상승을 계산해보면 그 결과는 지가와 대동소이하다. 이승만·박정희 집권 시대에 물가 상승의 거의 대부분이 일어났고 특히 박정희 정권 혼자서 물가 상승의 45% 책임을 져야 한다. 뒤의 민주주의 선거 정권 책임은 합계 10%밖에 안 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지가와 물가는 독재정치의 유산이며 박정희의 책임은 크고도 크다. 높은 지가와 물가는 중산층, 서민, 노동자, 자영업자의 생활고를 가져오는 주요인이며 우리 곁에서 사라지지 않고 두고두고 괴롭힐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높은 지가와 물가는 수출주도형 남한 경제에 치명적 장애물이다. 남한은 수출경쟁에서 고지가와 고물가라는 두 개의 무거운 쇠뭉치를 달고 힘겹게 달려야 한다. 독재정권은 장기적 관점을 갖고 양심적으로 경제를 운용하는 게 아니라 눈앞의 성과 올리기에 급급하므로 경제를 잠시 흥청거리게 하고 오래 망친다. 독재정치가 국가경제를 살린다는 속설은 천부당만부당하다. 오히려 반대다. 민주주의 정치가 책임의식을 갖고 경제를 운용한다.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니 흑백을 구분하지 못하고 독재의 해악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쿠데타 50년 되는 이 치욕의 날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독재정치는 언제 어디서나 악이다. 독재자를 미화, 찬양하는 나라는 문명사회의 일원이 될 수 없다.

 

 

〈한겨레신문 이정우 경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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