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냄비 아시죠?
가열하면 빠르게 열이 받고 가열을 조금이라도 덜하거나 멈추면 빠르게 열이 식는 그런 냄비...
요즘은 제가 그런 양은냄비 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처음 남친을 만났을 때 아니 만나기 전 서로 연락을 주고 받고 사진 교환만 했을 때 만나보기도 전에 사귀자는 말을 꺼낸
남친 처음에 그져 그런 놈인 줄 알았습니다.
만나던 날도 제가 뚱뚱하고 그래도 괜찮다면서 사귀자고 했을 때 그냥 데리고 놀려다 말겠지 나도 좀 놀다 말자 라는 생각
을 했던 게 사실입니다.
34년을 살면서 20년 넘게 거절당하고 까이고 이용당하고 이런 저런 일 겪다 보니 저보고 사귀자는 남친이 못 미더웠고 이상
한 놈으로 보였답니다.
하지만 아니라더군요!
괜찮다 했습니다.
널 있는 그대로 좋아한다 했습니다.
살을 빼면 기꺼이 도와주겠지만 그 모습 그대로 있어도 괜찮다 했습니다.
이젠 더 이상 할 말이 없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하고 문자를 보내곤 했습니다.
밥 챙겨먹었냐 일은 힘들지 않냐 아픈 덴 괜찮으냐 일 힘들어도 힘내라 등등...
믿지 못했던 것도 좀 있었지만 적응할 시간도 주지 않고 너무나 빠르고 저돌적으로 나오는 남친 때문에 살짝 힘들긴 했어도
나 좋다니까 점점 믿음이 가고 적응이 되어갔습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지루하지 않은 날들이였습니다.
회사 동료들이 얼굴에 꽃이 폈다면서 그렇게 좋냐고 놀려댑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40여일이 지난 후 상황은 점점 달라지고 있습니다.
아예 않하는 건 아니지만 전화도 뜸합니다.
아예 않하는 건 아니지만 문자도 뜸합니다.
만나면 늘 피곤하답니다.
그리곤 빨리 들어가려고 합니다.
일주일에 고작 하루 만나는데 늘 피곤하다면서 말도 잘 않합니다.
남친이 주말엔 바빠서 평일에 쉬는데 쉬는 날 당일은 잘 안 만납니다.
다음날 출근하는데 지장이 있다면서요!
그래서 쉬기 전 날 9시가 넘어 끝나서 만납니다.
남친은 그 다음날 하루 종일 쉬어도 되지만 저는 밤 늦게 만나서 담날 피곤에 쩔은 채로 일해야 됩니다.
하도 힘들어하니까 그걸 저도 너무나 잘 아니까 처음 몇 번은 맞춰주었지만 어느샌가 그걸 당연하게 생각을 하더군요!
이 정도는 약과네요!
얼마 전 제가 좋아하지도 않는 영화 보러 가자고 했습니다.
남친이 좋아하는 영화여서 그냥 보려고 보러 가자 했는데 처음엔 보러 가자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 말이 나온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고모님이 오라 하셔서 거길 가봐야 된다고 미안하단 말 한 마디 없이 약속
을 취소합니다.
그 날 처음으로 엄청나게 화를 냈습니다.
일부러 전화도 문자도 하지 않았고 전화 오는 것도 몇 번은 일부러 받지도 않았습니다.
나중에 전화를 받으니 미안하다더군요!
고모님이 부르셔서 어쩔 수 없었다 합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토요일날 하루 종일 같이 놀겠다고 먼저 말을 꺼냅니다.
자기가 먼저 꺼낸 말이니 지킬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집으로 불러 맛난 것도 해주고 저녁 때 제 친구 커플과 만나기로 했고 만났지요!
그런데 그 자리에 자기 친구들이 온다는 겁니다.
그 담날이 다른 친구 결혼식이였는데 그것 때문에 타 지방에 살던 친구들이 내려왔다는 겁니다.
뭐~ 올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해서 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자기가 먼저 하루 종일 놀아주겠다고 한 날 또 다시 그 친구들과 놀겠다고 하루 종일 놀아준다고 했던 그 약속을 저
버립니다.
그때 제 친구 커플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남친도 그렇고 술을 좀 마니 마셨는데 제가 안 가겠다고 너랑 놀 거라고 때를 좀
썼더니 절 두고 그냥 가버리네요!
길거리를 좀 헤매다가 남친한테 전화해서 있는 데로 간다고 했습니다.
막상 딱 갔더니 그 사람많은 거리에서 저한테 큰 소리로 화를 내더군요!
멀리서 친구들이 왔는데 그거 하나 이해 못해주냐면서 계속 화만 냅니다.
연거푸 두 번씩이나 약속 거절 당한 그리고 약속 중간에 딴 데로 가버린 남친을 보면서 속상했을 제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
나 봅니다.
그때 만났던 제 친구 계속 만나는 거 생각해보라더군요!
아무리 간만에 보던 친구들이라도 그건 여친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면서 자기가 보기엔 널 그닥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다고
까지 합니다.
저한테 남친을 소개시켜주었던 주선자마져도 한 번 더 그러면 자기 생각하지 말고 헤어지라고 합니다.
서로 좋게 얘기하고 좋게 풀고 이미 화해를 한 일이지만 점점 더 뜨뜻 미지근해지는 남친을 보면서 서운한 게 사실입니다.
이런 얘기까지 해도 되려나 모르겠지만 뽀뽀하는 거 마져도 자연스러운 게 아니고 한 번 해줄께 이런 식의 선심성 발언을
하면서 하더군요!
정말 자존심 상합니다.
아니 상했습니다.
웃고는 있었지만 제가 과연 여친이 맞는가 싶었습니다.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어 남친에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건강검진도 받아야 하고 인대 제건수술 때문에 서울에 있는 병원을 간다고 하고는 한 1~2주 연락도 안될 거고 볼 수도 없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거짓말이 옳은 방법은 아닙니다만 딴에는 생각했다는 방법이 이게 최선인 것 같았습니다.
일단 문자로 먼저 운을 띠웠는데 답장도 느리게 하더만 초고속으로 답장 옵니다.
그러더니 바로 전화까지 하네요!
무슨 소리냐고 무슨 말이냐고 수다쟁이처럼 쉴새 없이 물어봅니다.
그래서 차근차근 그 거짓말을 진짜인 거 마냥 진지하게 말을 했습니다.
언제가냐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보고 가면 되지 쓰잘때 없는 소리 말랍니다.
그런데 어제 설 가기 전에 저녁이나 먹자는 제 말을 사정이 있다는 이유로 거절합니다.
몇 번을 못 보고 가서 서운타고 운을 띠웠는데 또 다시 거절합니다.
제가 쐐기를 밖으려고 2주간 병원에 있을 거고 네가 이렇게 바쁘니 못 보고 가겠구나 섭하다 했습니다.
바로 내일 그러니까 오늘 집 앞으로 픽업 온다네요!
거짓말은 그대로 유지를 하되 오늘 그 동안 서운했던 거 또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잘못했던 거 진지하게 말해보고 서로 진지
하게 얘기를 한 다음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결정하려고 합니다.
절 진짜 장난으로 가볍게 만났다면 아버님도 뵈주지 않았을 거고 자기 직장 동료들한테도 뵈주지 않았겠지만 요즘들어 하는
거 정말 맘에 안듭니다.
하루라도 인생을 더 산 제가 좀 더 넓은 마음으로 넓은 아량으로 이해하고 보다듬고 해야 하는데 아직 거기까지는 모자른지
점점 버거워오네요!
거짓말로 사람맘을 떠본다는 게 옳은 방법은 아니여서 맘이 무겁지만 지금으로썬 더 좋은 방법이 딱히 떠오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