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핑크 고양이' 들이 사는 그곳
맛있는 차 한잔과 고양이가 어울리는 고양이 카페
활달한 데본 렉스가 뛰어 노는 '춤추는 고양이'
나무로 만든 '캐스퍼'라는 커다란 검은 고양이로 유명합니다.
여기엔 숨겨진 이야기가 있는데요.
1898년 영국의 사업가 울프 조엘이 사보이 호텔에 14명을 위한 만찬을 예약했습니다.
그런데 그 중 한 명이 만찬 직전에 참석할 수 없다고 통보를 해왔죠.
그때 누군가 울프에게 13명이 식탁에 앉으면 악운이 따른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죠.
하지만 울프는 그 이야기를 무시하고 13명이 자리한 가운데 만찬을 가졌습니다.
3주 후, 울프는 남아프리카로 여행을 갔다가 총에 맞아 숨지게 됐습니다.
그 사건 이후, 사보이 호텔에서는 사람을 대신할 만한 조각품을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 검은 고양이 캐스퍼입니다.
캐스퍼는 13명이 모인 만찬 자리에 늘 참석했고 음식은 물론 모든 서비스 등
사람과 똑같은 대접을 받으며 자리를 지키게 되었죠.
가로수 길에서 우연히 고양이가 그려진 커다란 간판 하나를 보니 캐스퍼가 떠오르더군요.
.'춤추는 고양이'라는 고양이 카페인데요, 음식과 고양이가
함께한다니 영락 없는 캐스퍼인 셈이죠.
저는 캐스퍼를 상상하며 망설임없이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이곳은 16마리나 되는 고양이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카페는 6층에 자리하고 있는데
높은 곳을 좋아하는 고양이의 습성을 고려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입구에서 들어서면 신발을 벗어달란 문구가 있습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안내에 따라 손 소독을 해야합니다. 여러 사람들이 드나드니
고양이의 건강을 염려한다면 필수 과정이겠죠.
마찬가지로 고양이들을 위해 이곳은 가정집처럼 되어있습니다.
입장료 를 지불하면 카페에 두 시간 동안 머물며 음료를 먹을 수 있는데,
음료를 주문하는 곳도 여느 가정집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주방입니다.
실내는 커다란 창문과 고양이들을 위한 캣타워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창문과 캣타워 주위에는 여러 종의 고양이들이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개 중 한 녀석이 제게 다가와 킁킁거리더군요.
아마 처음 만나는 사람이니 호기심이 발동한 것 같았습니다.
동물이다 보니 제가 맡을 수 없는 나의 체취를 들키는 것 같아 살짝 움츠러들더군요.
고양이는 냄새에 민감해서 싫어하는 냄새와 좋아하는 냄새가 분명히 갈리는데요,
물건의 냄새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가 물불 안 가리고 좋아하는 냄새가 있죠.
바로 개다래 향(캣닙)입니다. 개다래 향은 고양이를 성적으로 흥분시키는 작용이 있어서
개다래 향이 나면 고양이들이 멀리서부터 몰려들곤 합니다.
물론 개체 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숫고양이들은 대부분 다 좋아하는 편입니다.
고양이가 개다래 냄새를 맡으면 마치 마약에 취한 것처럼
한곳을 응시하며 침을 흘리기도 하는데요.
이 향을 너무 좋아해 개다래를 주면 그 위에서 구르고, 놀고, 심지어 먹기까지 합니다.
다비도프 특유의 향을 좋아하는 제가,
다비도프 담배를 피울 때 이런 모습인가 싶어서
괜히 머쓱해 지더군요.
하지만 춤추는 고양이에는 개다래가 없어도 마치 개다래가 카페 가득히 존재하는 듯
카페를 휘젓고 다니는 고양이가 있더군요. 바로 데본렉스인데요.
이름처럼 생김새도 일반 고양이와는 다르더군요.
알고 보니 우리나라에 스무 마리 밖에 없는 희귀 고양이였습니다.
헌데 이곳엔 데본렉스가 무려 다섯 마리나 됩니다.
놀라운 것은 이 아이들이 모두 형제라는 점이죠.
털이 짧은 단모종인 이 아이들은 일반 고양이들과 달리 털에 웨이브가 있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곱슬머리인 셈이죠. 그래서 털도 잘 날리지 않는다더군요.
알레르기 중에는 고양이털로 인한 알레르기도 있다는데
이 녀석들은 털이 잘 날리지 않아서인지 알레르기를 거의 유발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데본렉스의 또 다른 특징은 몸집이 작고 말랐다는 점입니다.
이건 이 녀석들의 성격 탓인데, 무척이나 활발해서
하루 종일 뛰어다니니 살이 붙을 틈이 없는 것이죠.
성묘인데도 아직 아기인 5,6개월 된 다른 녀석들과 몸집이 비슷하더군요.
활동적인 데본렉스들과 달리 낮잠에 빠져있는 녀석들이 꽤 있었습니다.
보통 고양이들은 대게 낮잠을 많이 잔다고 합니다.
다가가 쓰다듬어 주니 귀찮다는 표정으로 실눈을 떴다가 이내 다시 잠들어버리더군요.
고양이는 영물이라고 하던데 사람처럼 구는 녀석을 보니 이해가 됐습니다.
이곳에는 사연을 가진 고양이들도 많습니다.
까맣고 늘씬한 펜디라는 녀석은 이름이 괜히 펜디가 아닙니다.
이곳에 처음 입양되었을 때 잠시 맡았던 분이 펜디 가방에 넣어 녀석을 데려왔다고 합니다.
그 모습이 너무 재미있어서 이곳 사장님이 곧바로 펜디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이죠.
나름 고급스러운 태생이죠.
‘춤추는 고양이’에는 미취학 아동이 입장할 수 없습니다.
동물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아직 부족한 탓이겠죠.
하지만 단 한 사람, 예외가 있습니다.
6살짜리 꼬마 아가씨인데요. 토미의 주인입니다.
꼬마가 토미를 키우고 싶어 집에 들였지만 결국 부모님의
반대로 눈물로 이곳에 입양 보냈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 꼬마는 토미의 주인 자격으로 이곳에 맘껏 드나든다고 합니다.
이곳 한 켠 벽에는 이 꼬마의 그림이 붙어 있습니다. 토미를 그린 그림이죠.
순수한 사람일수록 동물을 좋아한다는 말이 있죠.
요즘 버려지는 고양이들이 많아 사회적으로도 많은 이슈가 되곤 하는데
순수한 어린아이의 마음이 느껴져 어른으로서 새삼 부끄러운 마음이 들더군요.
또 다른 위탁 고양이인 만두는 성묘가 되는 날 이곳을 떠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마침 카페에 전화가 한 통 걸려왔습니다.
귀동냥을 해 보니 누군가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를 위탁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장님은 주위에 고양이를 분양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알선해 줄 수는 있다며 다른 해결책을 말씀하시더군요.
다 큰 어른이 책임감 없이 자신이 들인 고양이를
내치려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과 함께 씁쓸하더군요.
요즘 같은 때엔 길바닥으로 내쳐지지 않은 것을 감사히 여겨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어느 순간 고양이들이 일제히 주방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사장님이 간단히 식사를 때우던 햄버거를 발견한 것이죠.
어린 고양이들이 하나같이 달려들어
사장님 손만 쳐다보며 야옹거리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요.
그런데 사장님은 아이들의 울부짖음에도 간식을 떼어주지 않더군요.
사람이 먹는 음식은 고양이들이 소화할 수 없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우유 얘기를 하셨습니다.
영화나 TV에서 어린 고양이들에게 우유를 먹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우유는 고양이들에게 굉장히 안 좋은 음식이라더군요.
사람들 중에도 우유를 먹으면 화장실에 달려가야 하는 분들이 계시죠.
그건 유제품을 소화하는 효소가 부족하기 때문인데 고양이들에겐 이 효소가 아예 없답니다.
그래서 소화기관에 무리를 주는 음식인 것이죠.
혹시나 길에서 굶주린 어린 고양이를 발견하신다면
이 점을 기억해 두시는 게 좋겠습니다.
고양이들이 자기 몸을 할짝거리는 모습은 많이들 보셨죠? 이걸 그루밍이라고 하는데요.
워낙 깔끔한 걸 좋아하는 습성인지라 몸 곳곳을 핥으며 샤워를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몸 전체를 관리해야 하니 다양한 자세로 그루밍을 하죠.
한 쪽 다리를 든 채 열심히 그루밍을 하는모습을 보니
얼마나 깨끗하고 싶은지 그 마음이 다 느껴지더군요.
이곳에 있는 고양이들은 형제들이 많다는데요.
그러다 보니 형제가 아닌 녀석들끼리도 자연스럽게 서로 그루밍을 해줍니다.
사장님은 아무래도 이젠 전부 형제인 줄 아는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몸을 관리 하는 또 하나의 습관은 스크래치를 하는 것인데요.
발톱을 위해 거친 표면을 긁는 것이죠.
그래서 여기에도 곳곳에 스크래처들이 있었습니다.
삼줄처럼 거친 재질로 기둥이나 판자를 감아 주면 자기들이 알아서 그곳에 스크래치를 합니다.
이걸 준비해 주지 않으면 집안의 소파나 침대 귀퉁이에 발톱자국을 내버린답니다.
고양이는 이렇게 스스로 알아서 행동하는 신통한 점들이 많은데요,
화장실 가리는 것 역시 영리합니다.
깔끔한 고양이는 한 곳에서만 볼일을 보는데 바로 고양이 모래가 있는 전용 화장실이죠.
볼일을 보고 나면 꼭 모래로 덮어둔답니다.
한적한 골목 전봇대엔 어김없이 노상방뇨의 흔적들이 있죠.
동물이 사람보다 낫다는 말이 괜히 나온 건 아닌 가 봅니다.
‘춤추는 고양이’에는 고양이 말고도 이색적인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타로카드죠.
타로카드를 봐주시는 분을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시는
사장님의 말을 듣고 저도 한 번 받아봤습니다.
제가 뽑은 카드들로 풀이를 해주시는데 신기하게도 맞아떨어지더군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저의 생년월일에 맞는 카드였는데
카드 이름은 ‘운명의 수레바퀴’였습니다.
‘이 카드의 사람은 외국에서 생활하는 게 잘 맞다’는 말을 듣고
나니 그 분에 대한 완전한 신뢰가 생겨버렸습니다.
저는 운명이 정해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더군요.
앞으로 힘들 때마다 투덜거리지 말고 겸허히 운명을 받아들이도록 해야겠습니다.
고양이들과 어울리고 타로카드까지 보고나니
두 시간이 눈 깜짝 할 사이에 흐르더군요.
아쉬운 대로 사진 몇 컷을 더 담고 카페를 나섰습니다.
나올 때 보니 고양이들에게 정신이 팔려 주문한 아메리카노를 반이나 남겼더군요.
고양이들을 극진히 보살피는 이곳의 사람들을 보니 다시 한 번 캐스커가 떠올랐습니다.
그들이 고양이에게 애정을 쏟는 것은 분명 그만큼 얻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겠죠.
고양이들 사이에서는서로 교감하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눈인사를 하는 것인데요. 이것은 사람과도 가능합니다.
고양이와 따뜻한 시선으로 눈을 마주보고 천천히 깜박거리면
고양이도 함께 깜박거리며 반응해줍니다.
이것을 눈 키스를 나누었다고 표현하는데 모습도 마음도 아름다운 교감이죠.
이 밖에도 소리와 냄새 등을 통해 같은 고양이들이나 다른 종과 의사 소통을 하곤 합니다.
고양이는 앞 이마와 입 주변이나 꼬리의 밑동 가까이에 냄새샘이 있는데요.
이 샘을 이용해 사람이나 물건에 고양이의 냄새를 묻히는데,
불행하게도 이 냄새는 고양이와 몇몇 다른 동물만이 맡을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람이 맡을 수 있는 고양이의 의사 소통 냄새도 있습니다.
그건 바로 수고양이가 짝짓기를 위해 뿌려대는 오줌냄새인데요.
불행하게도 이 냄새는 아주 지독한 향을 풍기고 있습니다.
뭐 당분간 고양이들과 냄새로 소통하려는 생각은 접어야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양이를 흉물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는 편인데
이 곳에 와보시면 그런 생각들을 완전히 날려버리실 수 있을 겁니다.
이 날 저는 고양이들에게서 동심과 순수함을
한껏 담아 왔으니 캐스커처럼 만찬이라도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