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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주현은 왜 1등하고도 저평가 당하는가?: '나는 뮤지컬 배우다'

뮤직큐 |2011.05.31 21:36
조회 128 |추천 3

뮤지컬 배우는 나가수에 어울리지 않는다.

뭔 헛소리냐고?

 

나는 가수다에서 '가수'의 범주를 규정할 때 생략된 조건이 있음을 부정해선 안 된다.‘나는 가수다’는 곧‘나는 대중가수다’이다. 그게 아니라면 앞으로 성악가, 오페라가수, 국악인들도 출연 가능하다고 인정할 수 있겠나?

 

대중가수와 뮤지컬 배우가 무슨 차이인가? 청중평가단이 옥주현에게 1위의 영예를 안겨줬음에도 상당수 음악 대중이 이를 평가절하하는 현상 속에 그 답이 있다. 음악 대중은 대중음악의 정수를 보고 나가수에 열광했고 청중평가단은 '무대에서 공연되는 음악'에 열광했다.

 

6, 70년대에 형성된 대중음악의 기본적인 속성은 '얼굴없는 가수'의 예술이다. 대중가수는 거의 전적으로 LP, CD등의 매체를 통해 대중과 소통해왔다. MTV가 대중문화계 판도를 흔들기 전까지 대중과 가수 사이의 비주얼적 소통이란 접근성이 낮은 순회공연이나 앨범 자켓 속 몇 장의 사진을 통해서만 간간히 이루어졌을 뿐이다. 대중가수는 음성에 의존하여 대중에게 어필해야 하기 때문에 성악이나 뮤지컬 가수와는 다른 종류의 음악적 표현과 기교를 진화시켰다. 공연장 자체의 울림이 아니라 마이크와 앰프, 음향 전달 매체와 스피커(이어폰)를 통해 전달되는 보컬은 성악가 수준의 성량보다는 음색의 디테일이 중시되고 선 굵은 분위기의 표현보다는 노랫말의 섬세한 전달이 중시된다.

 

요컨대 훌륭한 대중가수의 우선적인 요건은 성악가에 필적하는 성량이나 넓은 음역이 아니라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감성을 맛깔스럽고 절절하게 표현해줄 수 있는 감정표현과 음색의 디테일이다. 성량이나 음역대만 놓고 보면 가왕이라 칭송받는 조용필 조차 옥주현보다 못하다.

 

반면 뮤지컬 가수는 노래뿐만 아니라 얼굴표정, 행위, 무대장치를 통해서도 감정을 전달한다. 메시지 전달에 있어서 노래에 대한 의존도가 대중가수에 비해 낮다. 뮤지컬은 CD를 통해 전달되는 소리예술이 아니라 공연을 통해 전달되는 공감각형 예술이다. 특성상 노래를 통해서는 전반적인 분위기만 깔아주고, 미묘한 감정는 비주얼로 처리하더라도 소기의 메지시 전달에 성공할 수 있다. 

 

작금의 대중음악 역시 비주얼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대중음악에 있어 비주얼적 요소는 어디까지나 부가적이다. 뮤지컬은 태생적으로 비주얼과 소리가 함께 전면에 부각되는 예술이다. 양자 사이에 시류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은 유사할지라도 그 본질은 분명 다르다.

 

나가수는 비주얼적 요소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공연 예술'의 틀 안에서 소리예술인 대중음악의 가치를 평가하는 경연이다. 현장에서 평가하는 관객이 뮤지컬 가수와 대중가수에게서 받는 감동을

비슷한 것으로 혼동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현장에서 멀어질수록, 대중은 양자의 차이를 분명히 느끼게 된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옥주현의 노래는 천일동안의 슬픈 분위기는 분명히 표현하지만 가사에 담긴 구체적인 감성은 흥미롭게 전달하지 못한다. 가사 내용이 마음에 쏙 들어오기 보다 그냥 화려하다, 잘부른다, 분위기가 슬프다는 막연한 느낌만 전달된다.

 

그러한 모호한 느낌은 영화배우가 애니메이션의 성우 배역을 수행할 때 종종 나타나는 어색함과도 흡사하다. 영화배우에게도 발성은 중요하지만 성우만큼은 아니다. 영화배우의 감정표현 수단은 감독의 연출, 표정연기, 그리고 목소리이며, 성우의 표현수단은 오직 목소리다. 오스카를 휩쓴 영화배우보다 이름이 생소한 성우가 애니메이션이라는 제한된 장에서는 더 빛을 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뮤지컬 배우 옥주현의 보컬은 성우의 발성이라기보다 영화배우의 발성에 가깝다. 음성예술로서 특화된 것이 아니므로, 구체적인 가사내용에 맞는 음성적 디테일을 구현하는 데에는 기존 나가수 가수에 비해 부족한 면이 있다. 장기호 자문위원의 말마따나 내면을 표현하는 데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가 한 두곡으로는 쉽게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탁월한 대중가수의 진가는 여러 장의 앨범과 여러 회의 단독콘서트를 통해 드러난다. 뛰어난 대중가수는 오로지 음성만을 통해서도 대중에게 속삭이거나, 화 내거나, 고백하거나, 투정부릴 수 있어야 한다. 대중이 경험하는 인생사의 다양한 감정들을 두루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누차 말하지만 성악가 수준의 성량과 음역이 아니다. 그런 건 거창한 희비극을 담아내는 드라마틱하고 선이 굵은 공연무대의 표현에 필요한 요소이다. 다양한 곡들로 하나의 앨범과 하나의 콘서트를 구성하려면 훨씬 미니멀한 기예에 능해야 한다. 신체연기를 통해 '보여주는' 감성까지도 음성에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대중가수의 이상적인 음성에는 감정뿐만 아니라 얼굴표정까지 담겨있다.

 

나는 지금 문화 상대주의를 주장하는 것이다. 뮤지컬 배우가 대중가수의 경연인 나는 가수다에 나와서 내로라하는 대중가수들을 제치고 1위를 한다는 것은, 조금 불편한 일이다. 옥주현은 이제껏 출현했던 가수와 뭔가 많이 다르다. 급이 높고 낮고의 문제가 아니다. 예술의 존립 기반이 다르다. 옥주현은 선 굵은 표현, 풍부한 성량, 넓은 음역대를 자랑하는 뛰어난 뮤지컬 가수다. 그러나 그러한 특성이 대중가수로서의 출중한 역량을 입증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의 '공연’으로 가수의 서열을 도출하는 나가수의 경연방식에서는 공연예술로서 특화된 뮤지컬의 선 굵은 표현이 소리예술로서 특화된 대중음악의 섬세한 감정표현보다 더 높게 평가 받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결국 나가수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원론에 귀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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