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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와 세시봉 열풍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박소영 |2011.06.03 00:16
조회 30,590 |추천 53

 2011년 3월 6일 일요일, MBC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나는 가수다>가 방영된 직후 인터넷은 정말 시끌시끌했었다. 프로그램이 엉망이다 라던가 문제가 많다는 얘기로 시끌시끌했던 게 아니라,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7인의 가수들이 보여준 꿈만 같은 무대는 방송을 보는 사람들을 순식간에 매료시켰다. 음원차트에서도 7인의 가수들이 불렀던 곡들이 상위권을 휩쓸고, 인터넷 포털사이트 연예 기사들이 <나는 가수다> 얘기로 도배될 정도로 그 파급력은 어마어마했었다.

 

 <나는 가수다>에서 나온 음원들이 음원시장을 계속해서 휩쓸자 대형 기획사들에게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들의 핵심 요지는 <나는 가수다>가 음원시장을 흔들고 있다는 것, 즉 7인의 가수들이 부른 노래는 기존 노래를 약간만 편집한 리메이크 곡들이고 상대적으로 주말 황금시간대 방영된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기존 음원시장에 이름을 올리던 가수들은 몇 달이 넘는 오랜 시간에 걸쳐 새 음악을 준비해서 들고 나오기 때문에 <나는 가수다>의 음원이 시장을 휩쓸고 있는 현 상황이 부당하다는 얘기였다.

 

 이에 <나는 가수다>를 통해 감동을 받았던 시청자들과 네티즌들은 대형 기획사들의 그러한 주장을 비난하고 나섰다. 애초에 대형 기획사들과 아이돌들로 인해 대중음악계가 저질스러워진 상황에서 <나는 가수다>를 통해 대중이 7인 가수들의 음원을 구매하는 게 뭐가 잘못된 것이며, 좋은 노래를 듣겠다는데 뭐가 잘못이냐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 맞물려 아이돌들까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아직도 <나는 가수다>에 대해 갑론을박이 진행중이다. 필자는 지금부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논쟁을 시장논리에 근거하여, 지난 1980년대부터 큰 획들을 한 번씩 짚어보려고 한다.

 

 1980년대 가요계는 대형스타들이 등장하며, 여러 장르들이 크게 성장하던 시기였다. 트로트, 발라드, 댄스음악 등 80년대 초중후반은 다양한 음악과 대중이 공존하던 시기였다. 이 시기에는 가요계의 전설 조용필은 물론 트로트의 현철, 주현미, 발라드의 이문세, 이승철, 여성파워 이선희, 김완선 그리고 들국화, 송골매, 산울림 같은 밴드는 물론 소방차 같은 댄스그룹들도 활동하였다.

 

 1990년대는 1980년대의 다양성을 떠안고 출발하였다. 기존 80년대 인기를 얻던 가수들은 물론, 현진영, 엄정화, 강수지, 심신, 김건모, 신승훈, 박진영, 임창정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엄청난 수의 가수들이 데뷔하여 대중 앞에 섰다. 1992년 가요계에 등장한 서태지는 대중음악계의 한 획을 그어버렸고, 이후 솔리드, 쿨, 룰라, 터보, R.eF 등 수 많은 댄스가수들이 등장했고, 이후 HOT, SES, 젝스키스, 핑클 등으로 대표되는 소위 아이돌 1세대를 주축으로 대중음악계의 판도가 변화하게 되었다.

 

 그래도 이때까지 만해도 대중음악계의 주 수입원이었던 음반판매량은 어마어마했었다. 당시엔 적어도 70만장은 넘어야 베스트셀러라는 얘기를 들었고, 수 많은 밀리언셀러들도 등장했던 시기였다. 김건모 95년 3집 250만장, 서태지 93년 2집 220만장, 신승훈 1996년 5집 220만장 등 여러 가수들이 밀리언셀러로 국민가수라는 칭호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었다. 이 때가 소위 대중음악계의 르네상스 시기이다보니 다양한 계층의 대중들이 각자 원하는 대중음악을 구매하며 살았다. 당시엔 지금처럼 mp3 같은게 거의 없었다보니 대중이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창구는 공연, TV, 라디오, 테이프, 음반 정도가 대표적이었다.

 

 사실 1990년대 음악프로를 기억해보면, 대부분 립싱크가 주를 이루었다. 댄스가수들은 거의 다 립싱크로 방송에 나왔고, 그나마 소위 실력파 뮤지션들은 라이브로 방송에 임했다. 그러다 대중음악계에 자성의 목소리가 등장하면서 이젠 라이브로 승부하자는 흐름이 생겨났고, 덕분에 당시 많은 댄스가수들이 숨을 헐떡이며 차마 방송으로 듣기 민망할 정도의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대중음악계는 아이돌 1세대를 주축으로 빠르게 변화해가고 있었는데, 가요계의 라이브화는 소위 아이돌 1.5세대를 탄생시켰다. 그 대표 주자가 1999년에 데뷔한 GOD라고 볼 수 있다. 이들부터 아이돌들을 비롯하여 가요계는 라이브 실력을 갖춘 가수들이 2000년대 중반까지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조성모, 백지영, 박정현, 이수영, 홍경민, 왁스 등 여러 가수들이 아이돌들과 함께 대중음악을 이끌었었다

 

 그런데 대중음악시장에 1990년대부터 감지되어온 큰 변화가 있었다. 바로 팬덤문화의 본격화이다. 1992년 서태지를 시작으로 아이돌 1세대에서 GOD까지 이어온 팬덤문화(이들 간의 아이돌 사랑은 유혈사태까지 불러왔던 것으로 유명하다.)는 대중음악의 주 소비층을 다양한 계층에서 10대와 젊은 20대로 바꿔놓았다. 1990년대 말 한국의 경제위기 탓에 중장년층들이 허리띠를 졸라맨 것 역시 어느 정도 시장 판도를 바꾸는데 영향을 주었으리라 생각된다.

 

 어쨌든, 이러한 팬덤문화의 성장을 감지한 기획사들은 팬덤문화로 큰 돈을 벌었다. 물론 실제로는 20-30대의 돈 있는 소비층들도 SM, YG, JYP 같은 소위 3대 기획사들을 지금처럼 거대하게 키우는데 많은 도움을 주긴 하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다들 경험했듯이 1990년대 말 한국의 경제위기 이후 학생들의 용돈은 많이 줄었을 테니까 말이다.

 

 얘기가 좀 샜지만, 어쨌든 기획사들은 이때부터 적극적으로 팬덤문화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이때 10대들이 선호하는 비주얼과 중독성 강한 후크송으로 무장한 아이돌 2세대가 등장하였다.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SS501같은 2000년대 초중반 데뷔그룹을 시작으로 빅뱅, 카라, 소녀시대, 브라운아이드걸스, 2PM 등 셀 수도 없이 많은 아이돌들이 등장해 ‘아이돌 제국’을 형성한 아이돌 3세대까지, 대중음악계는 결국 대형 기획사와 그들의 아이돌들이 장악하게 되었다.

 

 실제로 <나는 가수다>가 방영되면서 많은 시청자들과 네티즌들이 가진 의문이 있었다. ‘이렇게 실력 좋던 가수들은 언젠가부터 왜 방송에서 못 본거지?’라는 의문. 그 해답은 간단하다. 대중음악시장은 탄탄하고 주된 수요계층이 된 팬덤을 공략한 대형 기획사들이 장악하게 되었고, 그들의 경쟁은 지금의 아이돌 제국을 낳아 방송사에서도 시청률을 위해 팬덤이 선호하는 아이돌들 위주로 방송을 꾸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가 <나는 가수다>를 통해서야 오랜만에 방송 무대를 볼 수 있게 된 가수들이 방송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이다.

 

 정리하자면, 철저한 시장논리에 의해 시장은 주 수요계층을 중심으로 재편되었고 이들에 의해 밀려난 가수들은 그늘 속에 가려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돌들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아이돌들은 세계 무대로 뻗어나가며 한류열풍의 주역이 되었고, 한국대중음악산업의 ‘파이’를 키우는데 일조하였다. 과거에도 물론 몇몇 실력파 가수들이 일본이나 중국 시장을 공략하려 했으나 당시엔 너무 높은 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돌들은 그 어려운 벽을 피땀나는 노력으로 뛰어넘었다. 최근 보도된 프랑스 한 도심에서 일어난 K-POP 공연 연장을 요구하는 이색적인 시위는 커져가는 한류의 위상을 우리에게 다시금 일깨워준 계기였다.

 

 그래도 다시 글의 처음에서 지적한 대로, 따질건 따지자.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대중음악계를 강타한 세시봉, 그리고 <나는 가수다>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바로 또 한 번 대중음악시장의 판도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기존 아이돌 제국에서 소외되었던 계층들이 세시봉과 <나는 가수다>를 통해 과거의 향수를 느꼈으며, 인터넷 음원이나 모바일 등을 통해서 과거보다 원하는 가수들의 음악을 듣기가 용이해지자 그들이 ‘시장’으로 돌아온 것이다. <나는 가수다> 음원의 음원차트 올킬은 바로 이를 증명하고 있다. 세시봉 이후 포크송이나 어쿠스틱 기타 수요가 증가한 현상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기존의 시장이 하나의 파이만을 팔고 있었다고 하면, 이제 세시봉과 <나는 가수다> 이후로 새로운 파이가 같은 진열대에 오르게 되었다. 어차피 본인의 기호가 뚜렷한 사람은 한 쪽의 파이만 살 것이다. 하지만 한 쪽 파이만 사던 사람도 옆의 파이에 관심을 갖게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러다 한 쪽 파이에만 수요가 쏠릴 수 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게 부정적인 현상이 될 수는 없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게 바로 시장의 논리니까. 딱히 대형 기획사들이 주장하는 바처럼 ‘불공정 경쟁’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이 자연스러운 현상을 막을 이유는 없다. 대중이 원하는대로 항상 대중음악시장의 판도는 변화해 왔기 때문이다. 새로운 수요계층이 시장을 장악했다 하더라도 이것이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그 내용이 변화할 계기가 된 것이다.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대형 기획사들의 볼멘소리는 사실 시장논리로 따져보면 ‘사다리 걷어차기’에 가깝다. 본인들이 장악한 대중음악계에서의 지위를 빼앗기고 싶지 않은 것이다. 왜냐하면 새로이 등장한 수요계층은 본인들이 마음만 먹으면 음반이건 음원이건 공연이건 모두 소비할 수 있는 구매능력을 갖춘 사람들이니까 말이다. 지금과 같은 <나는 가수다> 열풍이 계속된다면 분명 대중음악시장의 판도는 이들에게 넘어갈 것이다. 대형 기획사들은 이 변화를 막고 싶은 것이다. 왜냐하면 본인들의 밥그릇과 위상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형 기획사들은 계속해서 방송사에 <나는 가수다>에 관련된 소속사의 가수들을 출연시키지 못 하게 하려고 압력을 넣거나, KBS에서 임재범이 갑자기 뮤직뱅크 차트에 등장한 것처럼 지금의 인기에 편승에 본인들의 이득을 더 취하려 하고 있다.

 

 그간 한국대중음악산업을 키우는데 공헌한 대형 기획사들의 공로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누군가는 그들 덕분에 문화적 만족감을 얻고 살았을 것이다. 다만, 대중의 요구와 이에 따른 시장의 변화를 막아보려는 그들의 행태는 본인들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뿐 만 아니라, 새로 등장한 수요계층을 아이돌 제국의 적으로 돌려버리는, 기획사와 아이돌 입장에서는 상당히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시장의 변화는 어차피 그 시장의 구성원들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소비자와 생산자, 이 둘 중 누구에게 변화할 수 있는 힘이 있을까? 당연히 둘 다 그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이돌들이 시장을 지배했을 때부터 지금까지는 생산자들이 대중음악계를 좌지우지했다. 이제는 아니다. 소비자가 대중음악계를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물론 그 계기는 일부 생산자들이 제공해줬을지라도.

 

 최근 대중음악계의 지각변동과 대형 기획사들의 볼멘소리를 지켜보면 떠오르는 비틀즈의 노래 구절이 있다.

 'Let it be.'

 지금의 변화에 가장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그냥 변화하는 데로 내버려두자. 변화란 필연일 수 밖에 없다.

추천수53
반대수11
베플강병우|2011.06.04 16:28
위에서 언급한것 같이, 가창력과 열정보단 외모력 앞세운 아이돌과 대형기획사로 뭉친자들이 티비를 차지한것에 대해 목이 말랐던 우리들에게 세시봉은 "가수란 이런것" 이라는 실력과 열정으로 뭉친자들의 추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나는 가수다도 역시 그부분에 목말라있던 우리에게 단비로 다가왔습니다. 제가 유학생이라서 나는가수다와 세시봉에대해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 이런 열풍들이 다가온건 시청자들이 갈구해왔던 부분에 맞아 떨어졌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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