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겐 아직 100일이 채 되지않는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사귀기까지도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사귀고나서도 순탄치만은 않네요
여자친구를 처음만난건 작년 11월..
전역하고 얼마후에 문득 운전면허를 따야겠다는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차가 없기때문에 면허는 나중이라고 생각하고있었는데 왜그랬는지는 모르겠네요
그냥 시간있을때 따놓는것도 좋지않을까 하는 생각에 면허학원을 찾았습니다
면허학원도 여러군데 많아서 고민하다가 그냥 눈에띄는데로 골랐습니다
사실 거리도 거기서 거기인데다 평가도 천차만별이라 별 차이가 없겠다 싶었거든요
그렇게 면허학원에 등록하고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노래듣는걸 좋아해서 항상 이어폰을 귀에꽂고 돌아다니는 저는 그날도 변함없이 노래를들으며
대기실에 앉아있었습니다
패딩을 입고왔었는데 걸어오느라 더워져서 옆자리에 벗어두었습니다
아직 교육시간이 되지않아서 계속 음악에 빠져있었습니다
그때
옆에서 누가 제 어깨를 톡톡 두드리더군요
이어폰을 빼고 옆을 돌아봤습니다
"저기 전화왔어요"
"아 예..."
음악소리에 제 패딩에서 울리는 벨소리를 듯지못하는걸 보고
그 옆자리에 앉아있던 웬 여자분이 알려주시는거였습니다
그때부터였을까요
학원에 갈때마다 두리번거리게 되더군요
하지만 말을걸거나 번호를따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사실 군대가기전..을 마지막으로 여자라면... 거부감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남들 다하는 군대 후임에게 여자소개받는것도 안해봤습니다
그렇게 그냥 하루 이틀 시간이 흘렀습니다
11월 11일
다른사람은 몰라도 어머니랑 제 친한친구 두명은 챙겨줘야겠다 싶어서
파리바게트에 들러 빼빼로 세개를 샀습니다
그리고는 면허학원으로 향했습니다
변함없이 운전연습을 하고 대기실에서 카드를찍고 의자에 앉아있는 그녀를 지나쳐 문밖으로 나갔습니다
몇발짝 걷다가 멈칫,
'...줄까?'
갑자기 심장이이 미친듯이 쿵쾅거리기 시작합니다
그 떨림이란...
1분도 안되는시간에 수십번을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그래 까짓거 주자'.....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대기실에 들어가려했지만
의자에앉아서 다른곳을 바라보는 그녀의 옆모습에
더 떨리기만 하더군요
꾸욱 참고 다가갑니다
그리고 그녀가 나에게 했던것처럼 오른쪽어깨를 톡톡 두드립니다
그리고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빼빼로하나를 그녀에게 안겨주고 휙 돌아서 집까지 와버렸습니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집이더군요
그리고는 생각했습니다
'내일도 수업시간이 겹치면.. 이건 인연이야' 라고말이죠..
아직 어려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느끼는대로 하고싶은대로 행동합니다
이성관계에 있어선 말이죠
빼빼로도 그냥 주고싶었습니다 아무이유없이 그냥
그렇게 하루가지나고 또다시 면허학원을 찾았습니다
선뜻 대기실에 들어가지못하고 힐끔힐끔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녀의모습은 보이지않았습니다
아...
갑자기 진정되더군요
그래 뭐.. 하는생각에 그냥 돌아서려는데
저 멀리서 그녀가 걸어오는겁니다
정말 죽끓듯이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아무일없다는듯이 대기실에 들어가서 평소처럼 의자에앉아 수업시간을 기다리고있는듯했습니다
저는 들어갈까말까 하다가 에이 모르겠다 하면서 저도 아무일없다는듯이 그녀앞을 지나쳐
조금 떨어진의자에 앉아있었습니다
오늘도 시간이 같구나...
면허학원 다녀보신분은 아시겠지만 수업시간을 자기마음대로 조정할수있거든요
그래서 사람마다 수업받는시간이 천차만별이랍니다
그때 마음먹었습니다
번호...따자..!
평소 집에가는길에 힐끔힐끔 본탓에 그녀가 집에갈때 어느쪽으로가는지도 알고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수업마치고 후다닥 미리가서 가는길목에 기다리고있으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첫번째시간 수업이 끝나고..
두번째시간...
시동걸고 기다리고있으니까 강사분이 오시더니 기다렸다가 출발신호들리면 출발하라고합니다
별생각없이 기다리고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지 10분을 기다려도 출발신호가 들리지않는것입니다
제차만 움직이지않자 강사분이 다시 오시더니 왜 출발안하냐고 묻더군요
"출발신호가 안울리는데요..?"
이상하다는표정으로 앞에 네비를보더니
"에이.. 앞에 강사놈이 꺼놓고내렸네 이제 될거여 언능출발해"
......
뭐 이런경우가 있나...
뭐 어찌됬든 수업을마치고 내리려는데 아까 그 강사분이 뛰어오시더니
"10분 늦게출발했으니까 한바퀴 더돌고와"
하시는겁니다
그래서 별생각없이 다시 출발했는데..
아차!!!!!!!!!
먼저가서 기다려야되는데..!!
한번도 밟지않은 엑셀을 밟으면서 주차도 반주차만찍고 후다닥 나왔습니다
'가버렸으면 어쩌지..?'
대기실로 뛰어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
다 집에가고 사람들이 몇 남지않은 대기실에 그녀가 앉아있습니다
'어...? 아직안갔네..?'
그리고는 원래 계획대로 나가는길목에 서있었습니다
5분정도가 지나고..
'왜 안나오지?'
다시 대기실로 가서 보니 아직 앉아있습니다
그러다 그녀가 이쪽으로 휙 돌아봤습니다
'헉..!'
그냥 일어선건지 돌아본건지 제대로 보지도못했지만 혼자 봤다고 생각하고는
다시 길목으로 가려는순간
"저기요!"
...!
"예?"
"어제 그 빼빼로.. 맞죠?"
"예 맞아요"
"그 빼빼로 왜준거예요?"
이유따윈 없었다
"........그냥요, 그냥 주고싶어서 줬어요"
피식...
웃었다
그녀가
그렇게 번호를알게되고
날이 어두워지는줄도 모르고 커피한잔을 3시간동안 마시고
평소라면 절대로 걸어가지않을 거리를
순식간에 걸어서
그녀의 집에 바래다주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매일매일 만나고
매일매일 그 먼거리를 함께 걸었습니다
매일매일 설레는 시간을 보내던 어느날
그녀가 면허학원 수업중에 학과수업 5시간을 하루에 다 들어야한다고 합니다
오전 오후 합해서 5시간이.. 점심시간을 끼고있었던겁니다
수업 중간에 쉴수있는시간은 40분...
처음 던킨도너츠에서 그녀가 사준 커피를 마셔서
꼭 맛있는 점심을 먹게해주리라 마음먹고
닭을 좋아한다는 그녀의말에 주변에 닭집이란 닭집은 다 찾아보고
이래저래 연구했지만
40분이란 시간은 짧기만했습니다
결국에 김밥이라는 결론에 도달해..
아침일찍 일어나 김밥집에가서 김밥 3줄을 삽니다
그녀가 시금치를 못먹는다는말에 갑자기 생각나서
시금치는 빼달라고 하려는데
이미 썰고계시는 이모님..
'하아.. 나중에 먹을때 내가 빼주지뭐'
그리고 편의점에들러
목메지않게 바나나우유 하나
후식으로먹을 초콜릿하나
수업듣다 마실 17차 하나를 삽니다
그리고 학원에가서 수업을 마치고
학원주변에 앉을곳을 찾는데...
마땅한곳이 없습니다.......
하는수없이 별로 깨끗하지않은 오래된 철길건널목 옆 계단에 앉습니다
앉을자리가 마땅치않아 미안해하는 저에게 그녀는
"괜찮아요 원래 아무데나 털썩털썩 잘앉아요"
그 말한마디에 얼마나 예뻐보였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젓가락을 챙겨주고 김밥을 꺼내 열었는데
... 다 식었습니다
아... 이런... 모자란.....
식어서 굳어서 잘 떨어지지않아서 먹기편하라고 하나씩 떼주면서
"시금치 못먹는대서 빼달라고 하려고했는데.."
"괜찮아요 쪼끔있는건 먹을수있어요"
다시한번 입가에 웃음이 번졌습니다
제가먹어봐도 별로 맛없는 식은 김밥이라 너무 미안해서
"아 미안해요 맛있는거 사주겠다고해놓고 식은 김밥이라니.."
"에? 맛있는데요 뭐"
그때 다짐했습니다
이여자에게... 모든걸 걸어보자고
여자에대한 거부감은
그때 깨어졌습니다
아니 이미 처음봤을때부터 깨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던중
그녀가 말했습니다
조만간.. 한국을 떠날거라고
가슴이 철렁했지만 아무렇지않은척 했습니다
운동선수인 그녀는 겨울에는 추워서 필리핀에서 연습을 한다고합니다
...
그렇게 보낼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작은 선물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날씨가 추워도 계속 울리는 휴대폰때문에 손을 주머니에 넣지않고
폰을 꼬옥쥐고 찬바람을 맞으며 다녔기때문에
장갑을 사주기로 했습니다
조그마한 선물상자에
제일 위에는 한번 웃을수있는.. 택시기사분들이쓰는 땡땡이장갑,
그리고 그 밑에는 그녀처럼 새하얗고 귀여운 곰돌이장갑
가장 밑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초콜릿을 깔아놓고
위에다 적었습니다
'기다릴게'
그리고 그날 마지막으로 그녀와 꿈같은 하루를 보내고
그녀의 집까지 함께 걸었습니다
너무나 짧은 길을
그녀의 집 옆에는 교회가 하나 있습니다
다음달이 크리스마스라 여러가지 장식을 해놨습니다
"크리스마스도... 같이 보내지 못하는구나.."
"그러게.."
"그럼 우린 오늘 크리스마스 하자"
"응? ... 그래~"
그렇게 우리의 크리스마스는 11월 30일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그녀를 보냈습니다
고백은 하지않았습니다
그녀는 저에게 그렇게쉽게 만나고 헤어지고 할만큼
가볍지 않았기에
아직 내가 어떤사람인지
빙산의 일각만큼도 보여주지 못했기에
그렇게 보냈습니다
저는 그동안 아는분이 소개해줬지만 미뤄오던 일을 시작했구요
한달도 되지않는 시간밖에 함께하지 못했지만
정말 눈깜빡할새 지나간 시간이었지만
같은시간에 장내기능 연습을하면서
서로 지나쳐가면서
내눈을 보면서 환하게 웃어주던 그녀의 얼굴을
아직도 잊을수가 없습니다
그 후로 가끔 서로 안부를물으며
절대 가지않을것같던 시간도
조금씩 조금씩 흘렀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너무나 보고싶은 마음에 당장이라도 달려가고싶었지만
전 일을하고있는 상태였고
그녀는 한국날씨에 적응하기도전에 또다시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힘들게 시간을 맞춰서 만나기로 하고
친구 잠깐 만나고 연락하겠다는말에
6시간이나 일찍 약속장소 주변에 나가 근방에 갈만한곳 할만한것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길 1시간
너무 시간이 많이남았습니다
결국 이젠 게임을 안해서 갈일이 없는 PC방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문자로 연락을 하던중에
문자 하나가 전달되지 않아서
오해가 생기고
그렇게 5시간이 흐르고..
서로 화가난상태로 뒤늦게서야
제가 집앞까지 찾아가기로 합니다
한손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빵을 한가득 들고
한손에는 회사에서 직접 레이저마킹한 호신용 전자호루라기를 쥐고
택시를 탔습니다
6시간동안 들떠서 만날때만 기다리던 저는
오해때문에 던진 그녀의 한마디에
가슴속에 쌓아놨던 무언가가 와르르 무너지는것처럼
섭섭하기도하고 화가나기도하고
만나면 화낼까 따질까 여러생각을 하면서 그녀의 집앞으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끝에 그녀의 집앞에 도착하고
멀리서 걸어오는 그녀를 본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언제 화났냐는듯
언제 섭섭했냐는듯
모든게 눈녹듯이 사라지고 할말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눈앞에 서자
전 손에 들고있던 빵봉지를 말없이 그녀의앞에 내밀었습니다
"이거줄려고 기다린거야?"
"..응"
그리고 현관 앞..
주머니속에 쥐고있던 호루라기를
그녀의손에 꼬옥 쥐어주고
돌아섰습니다
그렇게 3개월여만의 만남은
단 1분만에 끝나버렸습니다
그 이후로도 그냥 그만둘까 생각도 하고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3월 13일
그녀에게 고백했습니다
너무나 고맙게도 받아주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연인사이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사귄지 86일째 되는날입니다
86일동안.. 3번밖에 만나지못했습니다
여자친구는 운동선수라 항상 바쁘고
저는 회사에 계속 다니고있었기때문에..
물론 핑계에 불과하다는거 잘 알고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여자친구에게 미안한마음뿐입니다
얼굴도 보지못하고 연락도 잘안하면서 싸우는일이 더 많지만
그래서 다 던져버리고싶을때도 있지만
헤어질 뻔한 적도 있지만
면허학원에서 보았던 그녀를
잊을수가없어서
날보며 웃어주던 그녀를
믿고싶어서
그녀가 나를 아무리 아프게해도
놓지못합니다
솔직히 그녀와 전 정말 잘 안맞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이후로 정말 하루도 빼지않고 그녀때문에 아팠습니다
그래서 더 많이 싸우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싸울때마다 B형남자는 싫다고 B형남자는 자기와 맞지않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저는 말합니다
잘 맞아서 만나는 연인은 없다고
서로 만나면서 맘에안드는부분은 서로 말하고 이해하고 고치고 하면서 맞춰나가는거라고
그녀와 저도 지금은 이렇게 삐걱대기만 하지만
왜 사귀는지도 모른채 사귀고있지만
같이찍은 사진한장 없지만
곧 서로를 이해하고 아끼고 사랑할 날이
올거라고 믿습니다
그때까지 아무리 아프고 힘들어도
그녀가 기댈수있는 나무가 되고
찾으면 언제나 곁에있는 하늘이 되고싶습니다
그러다보면 언젠가
그녀가 제마음을 알아주고
닫힌 마음을 저에게 열거라 믿습니다
항상 미안한마음뿐인 못난 남자친구지만
니맘에 드는것 하나없는 나지만
난 너뿐이라는것만 알아줘
사랑한다 단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