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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미친여자라 욕해도 좋아요. 이 사람이야기 들어보실래요?

고맙습니다. |2011.06.10 23:26
조회 547 |추천 0

이야기가 길어질지도 몰라요.

누군가의 답변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이런 사랑도 있구나. 라는 이야기가 하고 싶네요.

 

저를 미친년이라고 욕해도 좋아요.

저도 제가 나쁜년인거 충분히 아니까.

과분한 사랑받는거 아니까.

분명 언젠가는 벌 받겠죠.

하지만 지금은 그 사람때문에 고맙고 행복하고 미안합니다.

 

저는 5년을 사귄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결혼을 약속할 만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지방에 살던 저는 육개월 전 직장문제로 서울로 혼자 올라왔습니다.

뭐든지 열심히 잘 해낼 수 있을것만 같았는데

막상 집 떠나서 이 먼 서울땅까지 와 혼자 지내다 보니 너무 힘들었습니다.

 

가진돈 하나없이 무작정 일을 해야겠어서 상경하다 보니 정말 고시원 한칸 얻을 돈이 없었습니다.

회사 주방옆에 딸린 콘테이너 방 한칸에서 옆방에 사는 사장의 어머니와 함께 생활했습니다.

방 한쪽은 난방이 안되지, 따뜻한 물은 나오다 말지, 창문도 없지, 화장실 문도 안 잠기지, 씻을곳도 없지,

방 열쇠도 안주지, 할머니는 아가씨 혼자사는 방에 마음대로 들어가 물건 뒤지지, 잠잘 때 코 시렵지, 온풍기는 전기세 나온다고 가져가버렸지, 방온도도 18도 이상 못 올리게 하지, 공장 사람들 밥먹을 설거지를 나한테 시키지, 남자친구 한테 받은 시계 두개나 도둑 맞았지, 안경 도둑 맞았지, 그런데 누구한테 하소연한번 제대로 못하지..

정말 하루하루 울면서 잠드는게 일이었습니다.

아침 아홉시부터 일곱시까지 늦어지면 아홉시 열시까지 꼬박 일주일 중 6일간을 일하는 것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 이곳에서 정말이지 정신이 이상해 질 것만 같았습니다.

 

사람들하고 이야기 하기 좋아하고 늘 쾌활하던 제가 점점 말수도 적어지고 늘 울면서 전화를 하니 남자친구가 그럼 이거라도 해봐. 라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어플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러다 한 사람과 친해지게 되었고

어쩌면 핑계일지도 모르지만 옆에 있어줄 수 없는 남자친구를 대신해 어느새 저의 두번째 남자친구가 되어있었습니다.

물론 그 사람은 저에게 오래만난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늘 회사 끝나면 혼자 추운 방에 웅크리고 울다 잠드는게 일상이었던 제 생활에 변화가생겼습니다.

일이 끝나면 늘 그 사람이 와서 기다리고 있고

잔병치레가 많은 저에게 늘 상비약을 챙겨다 주고

아프다고 보고싶다고 하면 한걸음에 달려와 주고

아픈 절 위해 손수 장을 봐 닭죽을 끓여다 주고

늘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하고

맛있는거 좋은걸 보면 사주고 싶어서 안달이고

어떤 예쁜여자 보다도 니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럽다고

언제든지 그 사람의 빈자리를 자기가 채워주겠다고

많은걸 바라지 않겠다고 하던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힘든 시기에 누군가가 내 옆에서 나를 챙겨주고 좋아해주고 걱정해 주는게 싫지 않았습니다.

남자친구를 속이면서 만나는게 너무 힘들고

두 사람 모두에게 못할 짓인걸 알면서도 쉽게 끊을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두달정도 만나고 나니 도저히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고향에서 나만 믿고 기다리고 있는 남자친구에게도

언젠가 헤어지고 자기한테 올거라고 기대하고 있는 그 사람에게도

도저히 할짓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그 사람에게 이별통보를 했고 그 때 사건이 터졌습니다.

나가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만나서 이야기 하자던 그 사람은 밤 열한시가 넘어서 제가 사는 건물옥상으로 찾아왔습니다. (이사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사는 고시원입니다.)

안나오면 문 때려 부수고 소리를 지른다고 협박을 하더군요.

술에 약간 취한 그 사람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미안하다고 분명 나는 당신에게 이럴수 있다고 충분히 말해왔었다고 아무리 설득하려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정말 그 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람이 무섭다 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열두시, 한시, 두시, 세시, 네시까지.

그 사람은 절 붙잡고 집에 돌려보내지 않았습니다.

혼자서 울다가 웃다가 화내다가 빌다가 그것도 안되면 소리지르고 혼자서 자해하다

제가 일어서면 강제로 앉히고 한발자국도 못 움직이게 했습니다.

너무 무서웠습니다.

추운 옥상에서 네시간을 떨면서 울었습니다.

아무리 울고 빌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우선 여기를 벗어나고 싶었고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빌고 빌어서 밖으로 나왔고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절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기랑 같이 밤새 있어주지 않으면 회사도 안 보내겠다고

어디 두고보자는 그 사람이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멍청하게도 끝까지 그 사람이 믿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돌면 진짜 아무 소용없다는 것도 그 때 알았습니다.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깨끗하게 끝내줄테니 그날만 자기랑 같이 있어달라고 했습니다.

아무짓도 안 할꺼고 같이만 있어주면 회사도 보내주고 다시는 이런짓을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믿고 싶었고 너무 무서웠습니다.

몇번이고 다짐을 받고 새벽다섯시에 모텔을 갔습니다.

모텔을 가니 이제 자랍니다. 제가 자는걸 봐야겠답니다. 무서워서 온 몸이 덜덜 떨리는데 잠이 오겠습니까?

못자겠다고 했더니 안자면 잡아먹는답니다.

도저히 못자겠다고 그냥 같이 있어주기만 하면 된다고 하지 않았냐고 했더니 너 오늘 끝까지 한번 가보자며 덮치더군요.

태어나서 그런 기분 정말 처음이었습니다.

한때는 나를 위해 무엇이든지 해 줄 수 있을 것 같던 사람이 헤어지자는 말 한마디에 미친놈으로 돌변해서 이렇게 될거라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한시간을 넘게 싸웠습니다.

이번엔 제가 소리도 지르고 울기도 하고 제발 좋은 모습 기억하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아무소용없었습니다.

작정하고 덤벼드는 남자의 힘을 당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침 일곱시가 되서야 온몸을 떨면서 빠져나왔습니다.

회사도 갈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끝냈다는 생각에 그나마 속이 후련했습니다.

정말 남자친구한테 잘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주말이 되었고 남자친구가 올라오기로 했습니다.

그날 그 사람에게서는 하루종일 전화, 문자, 카카오톡, 마이피플 온갖 연락수단은 다 이용해서 연락이 왔고 안받았더니 회사로 전화 오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폭력전과가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집앞으로 와서 기다린답니다.

남자친구도 집앞으로 오기로 했는데요.

솔직히 너무 무서웠습니다.

착한 남자친구한테 해꼬지 할까봐 그게 가장 무서웠습니다.

지금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되더라도 피해가 가게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결국 남자친구에게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회사앞으로 데릴러 온 남자친구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믿고 있던 저에게 받은 배신감때문에 주먹을 부르르 떨면서도 남자친구는 저를 안아주었습니다.

얼마나 무서웠냐고.

그 놈은 자기가 알아서 해 주겠다고 걱정말라며 안아주었습니다.

팔이며 다리며 온 몸에 멍이든 저를 보며 오히려 자기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했습니다.

 

도대체가 어떻게 이런 남자가 있을 수 있는지..

그리고 남자친구가 직접 그 사람과 통화를 했습니다.

누구누구 남자친구다. 그쪽한테도 나한테도 누구누구가 나쁜년이다.

근데 여자친구 관리 제대로 못한 내 잘못도 있다.

내가 미안하다.

이제 그만 괴롭히고 놔 달라.

 

잘못한거 하나 없는 남자친구가 그 사람에게 미안하답니다.

정말 미안해서 미칠것 같았습니다.

남자친구와 이야기를 했습니다.

헤어지자고 해도 할말이 없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이해할 수 있답니다.

타지에 나와서 혼자서 그렇게 외롭고 힘들었는데 누구한테든 의지하고 싶지 않았겠냐고

너 아플 때 그 사람이라도 챙겨줄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그리고 정식으로 결혼을 하자고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미안하고 염치없지만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될것 같았습니다.

남자친구 조건 좋습니다.

번듯한 집안에 번듯한 학벌에 번듯한 직장에 번듯한 외모에. 착한 성품에 어디하나 빠지는데 없는 사람입니다.

주변 친구들한테도 저희 가족한테도 늘 이만한 남자 없다고 넌 복받은거라는 이야기 들었습니다.

(제 친동생이 골반을 다쳐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가족도 아닌 제 남자친구가 대소변 다 받아주고 목욕시켜 주고 병간호를 했습니다.)

 

이 사람 분명히 저 아니면 더 좋은 여자 만날 수 있을겁니다.

그러라고도 했습니다.

난 자기한테 너무 나쁜여자라고 더 좋은 여자 만나라고 아무리 이야기 해도

자기한테는 제가 딱 맞는 여자랍니다.

 

결국 제가 고향으로 내려가기로 했고

구체적인 결혼이야기는 부모님과도 모두 마무리 지었습니다.  

회사에 이야기만 하면 바로 내려가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지금..

결코 벌어져서는 안될 일이 벌어졌습니다.

 

임신이랍니다.

그 사람의 아이입니다.

미칠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미칠것 같은건 남자친구입니다.

양가에 결혼얘기가 오간 지금.

저는 원했든 원치 않았든 결국 다른남자의 아이를 가졌습니다.

 

이것마저 다 이해할 수 있다는 남자친구를 제가 어쩜 좋습니다.

 

정말 많이 생각해 봤는데.

만약에 그 아이 때문에 내가 너를 버리면 말이야 니가 너무 불쌍해 질 것 같아.

내가 떠나면 그 사람이라도 니 옆에서 널 돌봐줘야 할텐데 넌 그러지 않을거잖아.

그 사람한테 이야기도 안 할꺼고 분명 이야기 해봐야 그 사람이 니 옆에 있어줄 것 같지도 않아.

그냥 내 아이라고 생각하자.

내 아이야. 그런데 우리 딱 한번만 우리 아이 보내자.

그리고 결혼하면 예쁜 아이 낳고 살자.

난 니가 혼자 아프고 힘들게 너무 싫다.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찢어진다.

차라리 내가 같이 힘들고 말지 너 혼자 그러는게 너무 싫다.

무슨일이 있어도 내가 옆에 있어줄께.

우리 결혼해야하잖아^^

 

라며 웃어 보이는 이 남자를 제가 어떻게 해야하나요..

 

살명서 평생 갚아야 할까요.

더 좋은 사람을 만나라고 보내줘야 할까요.

 

너무 미안하고 고마운 이 사람에게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분명 나보다 더 좋은 여자를 만날 수 있는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자꾸 저를 안아줍니다.

바보같이 저만 바라봅니다.

난 그렇게 좋은여자가 아닌데.

착한 여자가 아닌데

이 고마운 사람이, 이 천사같은 사람이 자꾸 저를 안아줍니다.

 

저는 전생에 무슨 죄를 그렇게 지었길래

나를 사랑하는 이 사람을 자꾸 아프게만 하는 걸까요..

 

저는 정말 나쁜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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