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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지 25시간째. 보고 싶어 미치겠습니다.

상고녀 |2011.06.11 23:59
조회 259 |추천 0

안녕하세요.

어제 남자친구와의 이별을 맞이하고 답답한 마음을 풀어놓고자 글을 써 봅니다.

 

저는 정신지체1급 장애우를 동생으로 둔 여학생입니다.

아버지 월급은 150만원도 채 안 되는데 동생의 치료비가 만만치 않아 집안 살림이 너무 어려워

어린 나이에 대학 등록금을 마련할 형편이 되지 않는 것을 깨닫자마자

제 적성을 잘 살릴 수 있는, 1차 합격까지 했던 대원외고와

음악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제 취향에 딱인, 서울예고를 포기하고

취업 노선에 뛰어들기로 결정, 지금은 상업계 고등학교를 다니며 세무사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동생과 저는 2년차구요, 태어날 적부터 장애를 가진 탓에 부모님은 동생에게만 신경을 쓰셨습니다.

계산상으로 33개월만에 저는 부모님의 애정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랐습니다.

2살에서 6살이 아이의 성격 발달에 가장 중요한 시기인 거 아시나요?

저는 이 시기에 지독한 애정 결핍에 시달리며 제대로 된 성장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성격 장애가 있습니다.

성격 장애라고 해서 성질이 괴팍하다거나 한 건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타인은커녕 부모님과의 커뮤니케이션조차 거의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저는 아직도 제 감정을 남에게 드러내는 법을 모릅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한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과 전혀 다른 감정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철없는 어린아이의 자기중심적인 생각, 저는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 때문에 매년 같은 반 학생들과 어울리지 못해 초등학교 때부터 지속적인 따돌림을 당해 왔습니다.

 

이런 저도,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대학교 졸업반인데도 고등학생 이상으로 안 보이는 굉장한 동안에 애교가 많은 오빠였습니다.

제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아담한 키에 귀여움이 묻어나는 행동...

안드로이드 관련 서적 코너에 서서 책을 뒤적이던 그 순간,

바로 그 순간부터 두근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매일같이 문자를 주고받고, 주말이면 함께 공립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는 매 순간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오빠의 좋아하는 여자 후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집에서 새벽까지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나중에서야 '네 마음을 떠보기 위해 지어낸 거짓말'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너무 좋아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았으면서도 바보같이 표현하지 못하고 틱틱거렸습니다.

 

사귀면서도 어려움은 많았습니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웃게, 조금이라도 더 좋게 해주려는 오빠의 배려는 모두 와닿았지만

이렇게 과분한 사랑을 받아본 적은 처음이라서 표현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웠습니다.

별 것 아닌 일인데도 꼬투리 잡아서 말장난을 치다가 나중에는 그 말장난 때문에 싸우게 되는,

정상적인 여자와 연애했더라면 겪지 않았어도 될 이상한 일들을

오빠는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다 받아 주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정말 미쳐 날뛴 적도 여러 번 있었고,

그 일들 때문에 오빠는 너무 힘들어하다가 손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저에게 끝까지 한 마디 불평도 없이 그저 사랑한다는 말만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욕심낼 수가 없었습니다.

오빠가 이번 방학에 연수만 가면 가을에 취업을 하노라 하는 말을 들었을 때

제 일인마냥 기뻤지만 동시에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이 남자를 놓아줄 때가 왔다고...

더 이상 욕심 부릴 수 없다고...

 

저보다 더 예쁘고 더 착하고 더 능력 좋은 여자랑도 충분히 사귈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이제 저같이 나쁜 여자 만나지 말고 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남자를 만나라고 하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보여주고 싶은 감정도 하나 못 드러내는 바보 얼간이 같은 여자라서,

결국 또 바보같이 오빠 마음에 상처만 잔뜩 주고 끝내버렸습니다.

친구로 지내자는 제 말에 그럴 수는 없다고, 친구로 지내더라도 자기는 꾸준히 고백할 거라는 남자.

그것도 싫으면 평생 연락하지 말자는 제 말에 함께 맞췄던 커플링을 손에 쥐어주며

팔지도 말고, 버리지도 말아달라고, 마지막으로 5초만 더 보자고 하는 남자.

 

그런 남자와, 헤어진지 지금 25시간이 지났습니다.

공부는 손에 잡히지 않아서 수료증을 받기 위해 수강하는 인터넷 강좌만 듣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뭐라 그러는지 와닿지도 않습니다.

너무 힘들고 바보 같고 어제 했던 행동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하고 수십 번도 넘게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간다면 이 바보 같은 남자는 또 좋다고 웃으면서 저를 받아주겠지요.

제멋대로에 이기적인, 못돼빠진 여자를 꼭 안아주면서 사랑한다고 해 주겠지요.

그렇지만 더 이상 오빠를 잡고 있기엔 제가 너무 짐이 될 게 뻔하니까...

 

사귈 때는 하루종일 끊기지 않고 울려대던 휴드폰.

지금은 그나마 하루에 한 번씩 꼬박꼬박 연락오는 사람은 고작 한 명...고등학교에서 사귄 제 절친...

이 친구와도 그저 대여섯 통 정도의 문자만 주고받을 뿐입니다.

아무런 전화도, 문자도 오지 않는 휴대폰을 지금도 계속 힐끔힐끔 보고 있습니다.

혹시나 이 오빠가 술에 취해서 전화라도 걸어주지 않을까.

실수로라도 문자라도 한 통 보내주지 않을까 하면서...

 

너무 이기적인 여자.

그런 여자가 감히 사랑한, 그리고 감히 사랑받은 너무 과분한 남자.

어울리지 않는 사이라는 건 알고 사귀었고, 사귀는 내내 이별을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막상 상황이 되니 너무 힘들고 우울합니다.

언제쯤 이 아픔이 닳고 닳아 무뎌져 가슴 속 한켠에 추억으로 자리잡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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