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아홉......
열 네 시간을 기다려서야 자식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신을 믿지 않았지만 당신도 모르게 기도를 올렸습니다.
서른 일곱......
자식이 국민학교에 들어가 우등상을 탔습니다.
당신은 액자를 만들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어 두었습니다.
아직도 당신의 방에는 누렇게 바랜 액자가 걸려있습니다.
마흔 셋
일요일 아침, 모처럼 자식과 뒷산 약수터로 올라갔습니다.
이웃사람들이 자식이 아버지를 닮았다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당신은 괜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마흔 여덟
자식이 대학 입학시험을 보러 갔습니다.
당신은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했지만,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쉰 셋
자식이 첫 월급을 타서 내의를 사왔습니다.
당신은 쓸데없이 돈을 쓴다고 나무랐지만
밤이 늦도록 내의를 입어보고 또 입어봤습니다.
예순 하나.
딸이 시집을 가는 날이었습니다.
딸은 도둑 같은 사위 얼굴을 쳐다보며 함박웃음을 피웠습니다.
당신은 나이 들고서 처음으로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오직 하나 자식 잘되기만을 바라며 살아온 한평생..
하지만 , 이제는 희끗희끗한 머리로 남으신 당신.....
우리는 당신을 아버지라 부릅니다.
스물 하나
당신은 고개를 두 개 넘어 얼굴도 본 적 없는
김씨 댁의 큰 아들에게 시집을 왔습니다.
스물 여섯
시집온 지 오년 만에 자식을 낳았습니다.
당신은 그제서야 시댁 어른들한테 며느리 대접을 받았습니다.
서른 둘
자식이 밤늦게 급체를 앓았습니다.
당신은 자식을 업고 읍내 병원까지 밤길 이십리를 달렸습니다.
마흔
그 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습니다.
당신은 자식이 학교에서 돌아올 무렵이면
자식의 외투를 입고 동구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자식에게 당신의 체온으로 덥혀진 외투를 입혀 주었습니다.
쉰 둘
자식이 결혼할 여자라고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당신은 분칠한 얼굴이 싫었지만 자식이 좋다니까
당신도 좋다고 하였습니다.
예순
환갑이라고 자식이 모처럼 돈을 보냈습니다.
당신은 그 돈으로 자식의 보약을 지었습니다.
예순 다섯
자식 내외가 바쁘다며 명절에 고향에 못내려 온다고 했습니다.
당신은 동네 사람들에게 아들이 바빠서 아침일찍 올라갔다며
당신 평생 처음으로 거짓말을 했습니다.
오직 하나 자식 잘되기만을 바라며 살아온 한평생.
하지만, 이제는 깊게 주름진 얼굴로 남으신 당신.
우리는 당신을 어머니라 부릅니다.
예전에 퇴근길에 지하철역에서 삼성생명의 광고포스터에 눈길이 사로잡혀..
전 그자리에 멍하니 서서 이 글을 하염없이 읽고 또 읽었습니다.
이 글을 쓴 카피라이터가 누군지도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의무만 있고 권리가 없는 그야말로 구세대와 신세대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낀세대 에 존재하는 부모님들...
이 글이 나에게 전해준건 감동이 아닌 내 자신을 한없이 부끄럽게 만드는 놀림같았다.
PM 8:00 의식을 잃을만큼 바쁘게 지나가는 세상과 수많은 인파속에서...
멀뚱히 서서 이 글을 읽고있는 나 자신이 그들의 시선에 어떻게 비추던지 ...
그 날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