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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물건 잃어버리면 찾는 건 포기해야 하는 건가요ㅠ_ㅠ

:ㅇ |2011.07.09 20:45
조회 219 |추천 0

 

 오늘 막 있었던 일입니다...

 

저는 아르바이트 때문에 일산에서 서울로 버스를 타고 다니는 여대생입니다.

오늘도 1500번 버스를 타고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는데요, 글쎄 그만 제가 안경을 버스에 놓고 내린 겁니다.

 

 가방에 넣는다고 넣었는데, 가방이 캔버스 천으로 된 어깨에 매는 가방에 지퍼까지 없어서 잠금이 허술했거든요. 아마 무릎에 놓고 졸다가 안경이 가방에서 스르륵 빠져나온 것으로 추측됩니다.

 

 일단 비몽사몽한 와중에 버스에서 내려 아르바이트 하는 곳까지 도착은 했습니다. 제가 일하는 가게는 버스정류장에서 좀 가까워서 2분도 안 걸리는 곳입니다. 도착하고 나서 잠깐 화장실에 갔다가 안경을 쓰려고 보니 안경이 없더군요. 제가 내리는 곳이 영등포 타임스퀘어 앞인데, 사람이 워낙 많이 타고 내리는 곳이고, 또 아마 종점이라서 차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바로 정류장으로 뛰어 갔는데 버스가 없더라구요.

 

 좌절한 저는 일단 렌즈를 끼고, 휴대전화로 버스 회사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전화를 했습니다. 여기까지 불과 10분, 13분 남짓 걸렸습니다. 전화해보니 여기가 아니라며 다른 번호를 알려주시더군요. 그래서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알려주신 다른 번호에서 전화를 받으신 분이 정말 대박이었습니다.

 

 그분과의 첫 통화 내용입니다.

 

 아저씨 : 네, 여보세요.

 저 : 네, 안녕하세요. 혹시 분실물 중에 안경 들어온 것 없었나요?

 아저씨 : 네, 없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끊어버리시더군요. 정말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정말로 저런 내용의 통화였습니다.

 

 사실 이때는 제가 말을 잘못하기도 했죠. 방금 출발한 버스에서 분실물이 신고들어오긴 힘들테니까요. 안경을 잃어버린 건 또 처음이라 너무 당황해서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저런 짤막한 통화를 한 번 하고 나니 더 벙벙하더라구요.

 

 어떤 안경 말씀하시는 겁니까, 내지는 어느 버스에서 잃어버리셨나요, 그런 질문 한 번 없었습니다. 정말 일말의 재고도 없이 끊어버리시는, 쿨한 아저씨셨습니다. 저는 기가 막히긴 했지만 그래도 일단 다시 그 번호로 걸었죠.

 

 아저씨 : 네, 여보세요(아까 그 아저씨시더라구요).

 저 : 아니 아저씨, 저 방금 전화한 사람인데요, 제가 방금 영등포 타임 스퀘어에 2시 조금 넘어 정차한 1500번 차에서 안경을 잃어버렸거든요. 혹시 이것 찾을 수 있을까요?

 아저씨 : 아, 그 차 아직 안 들어왔어요. 30분 있다 걸어봐요, 학생.

 저 :아,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러고 끊은 게 두 번째 통화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통화가, 몇 번이나 반복됐게요??

 

 제가 지금 휴대전화에 화면캡쳐 기능이 없는데, 정말 거짓말 안하고 이런 식의 통화가 5, 6번은 반복되었습니다.

 

 다시 전화해보니, 30분 있다 걸어라. 한 시간 있다 걸어라, 아직도 안 왔다 나는 그 차 요 앞에 오는 줄 알고.... 한 30분 있다 다시 걸어라 미안하다........

 

 아저씨. 제가 그리도 만만해 보이셨나요. 저는 점차로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아저씨, 제가 잃어버린 물건에 대해선 관심이 정말 요만큼도 없으시더군요. 하다못해 안경이 무슨 색깔이냐, 묻지도 않으시더이다.

 

 

 저는 일부러 안경색깔이나 모양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거는 사람마다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으니까요. 가령 갈색 안경이라고 했는데, 아저씨 보기엔 주황색이라 버려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날까봐 일단 안경이란 안경은 버리지 말아주셨으면, 하는 생각을 했던 겁니다.

 

 근데 이 아저씨는 나중에 가면 갈수록 그런 거는 못 찾으니 포기하라,는 식으로 나오시는 겁니다.

 

사실 애초부터 그런 기미가 보이기는 했습니다. 아저씨가 너무, 진짜, 지나치게 퉁명스럽고 불친절하셨거든요. 말은 존댓말인데 말끝마다 학생, 학생 무슨 지나가는 애 붙잡고 훈계하시는 어조 있잖아요, 나이드신 어른들이 자주 쓰시는 말투요. 그리고 간간이 반말 섞어가면서 답답하다는 듯이 말씀하시는데.

 

 우와, 이거 정말 열받더라구요.

 

 누가 주워간 것 아니냐는 식으로 말씀하시는데, 아니 안경을 누가 주워갑니까. 막말로 안경은 도수가 정해져있는 거라 주인 밖에 못 쓰는데.

 

 나중에는 두 번이나 찾아봤다면서 그런 것 없었다고 말씀하시는데, 제가 그 기사님이랑 청소하시는 아줌마가 지금 누가 안경 잃어버린 거 알고 있냐고 여쭤보니 당황하시더군요. 그래서 말씀 좀 드려주세요, 하니까 운행중에는 전화 못한다고 하시면서 끊으시더라구요....... 잘만 하시던데.... 어쨌든 이건 사실이니 할 말은 없습니다만, 버스 안에 회사 같은데서 뭔가 간간이 방송 같이 짤막하게 기사 아저씨들 전달받으시던데... 누가 전화해달라고 했습니까. 그리고 운행중에 말해달라고 누가 그랬습니까. 종점 오시면 말씀드리는 거지요. 그런데 뭐 듣지도 않고 끊으시니....

 

 뭐하시는 겁니까. 아저씨.

 

하다못해 버스 일정도 앞에서 헷갈리셨고, 제가 전화 걸 때마다 같은 분이 받으시는 걸 보니, 운전하시는 분 아니신 것 같던데..... 무슨, 실무 같은거 보시는 분이 지금 전화 받고 계시는 건가, 싶더라구요.

 

 그러면서 자꾸 하시는 말씀이, 그런 신고는 많이 들어온다, 핸드폰이며 하다못해 우산까지도 접수가 들어오는데 제 주인 손으로 가는 경우 거의 못 봤다는 이야기, 이 정도로 못 찾으면 그냥 못 찾는다고 봐야 한다는 이야기........ 이 소리만 자꾸 하시는 겁니다.

 

 아저씨. 이 정도로 못 찾으면이라구요??

 

 이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저한테는 말씀도 안 하시고, 기껏해야 30분 있다 걸어달라, 한 시간 있다 걸어달라만 6번 반복하시던 분이, 이정도?? 계속 말씀 바뀌시고, 귀찮다는 듯이 끊으시고. 찾으면 어디로 연락드릴까요, 그 8번의 통화 내내 묻지도 않으시던 분이??

 

 대체 어느 정도를 말씀하시는 건지.

 

 결국 제가 찾으면 여기로 연락해주세요, 전화번호 불러드리니까 화내시던 분이? 참... 전화번호 불러드리는데 화내시더라구요. 저도 열받아서 8번, 9번 계속 전화했습니다.

 

 저 정말 화났습니다. 나중엔 종점까지 찾아가도 되냐고 하니까 그래 그러세요. 이러고 끊으시는데.

 

 아저씨. 다른 것도 아니고 안경이에요. 사람 눈입니다. 잃어버린 것이야 제 불찰이지만, 제 처치가 나빴나요? 잃어버린 거 안 즉시 전화해서 부탁드렸고, 어디서 언제 출발한 어느 버스입니다, 꼭 좀 부탁드립니다, 존댓말 꼬박꼬박 써가며 성질 죽여가며 전화했습니다.

 

 

 톡커님들, 제 처치가 잘못됐나요??

 

욕하셔도 좋습니다. 제발 제가 뭘 잘못했는지 지적해주시면서 못한 점에 욕 좀 해주세요.

 

 저 정말 너무 답답해서 여기에라도 적어봅니다. 처음 판에다 글 올리는 건데 이런 내용이네요.

지금 종점까지 차 타고 가려고 하는데 엄마가 밤이라고 말리셔서 못가고 있습니다... 가야만 해결이 될 것 같은데...... 휴.....

 

 제발 부탁입니다. 도와주세요. 명성운수 아저씨들, 보고 계십니까. 제발 손님 물건 그냥 버리지 마시고, 관심 한 번만 가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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