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후 임용고시를 준비하면서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현장경험이나 전공 공부에도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시작한 학원 강사일이 이젠 그냥 제 직업이 되어버린지 근 6년째 되어 가네요.
전 현재도 학원에서 중고등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그런데 다름이 아니라 얼마전에 중3 남학생으로부터 고백을 받았어요.
요즘 애들 겉모습만으론 중학생이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경우가 허다할 정도로 키도 크고 나이 들어 보이기는 하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미성년 애기들이 이성으로 보인 적은 학원 생활 중 한번도 없었어요.
하물며 지금은 많게는 띠동갑 이상으로 나이 차이가 나는데 더더욱 그럴 일은 없죠.
지난주까지 중고등학생 애들 시험기간이라 원래 근무시간보다 일찍 나와서 직전보강도 하느라 눈코뜰 새 없이 바빴는데, 그날은 그 남학생 혼자 데리고 2시간이나 직전보강을 해야 했어요.
중 3에 그 학교가 그 남학생 한명뿐이거든요. ㅡㅡ
12명 정원의 강의실에 단 둘이 덩그러니 머리 맞대고 앉아서 요점정리를 해주고 있는데, 제가 민감한게 아니라 진짜 그날따라 너무 뚫어져라 제 얼굴만 쳐다보고 있더라구요. ㅜㅜ
설명 제대로 안 듣고 뭐 하냐고 핀잔을 주는데 갑자기 절 좋아한다는 거에요.
그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래? 나도 **이 좋아해. 라고 웃으며 대꾸해줬어요.
그랬더니 녀석이 정색하면서 그게 아니라 남자 대 여자로 좋아해요. 라고 절 똑바로 쳐다보며 말하더라구요.
순간 되게 당황스럽더라구요.
뜨악해서 어버버하고 있는데, 선을 넘고 싶다?(허걱 막상 적어 놓으니 뭔가 되게 징그럽게 들리네요.ㅜㅜ) 뭐 대충 그런 식으로 뭐라고 더 말했던 것으로 기억하네요.
학원 생활 그래도 꽤 오래 하면서 애들 짖궂은 질문이나 농담 정도야 이젠 여유롭게 넘기고 오히려 같이 장난도 쳐주는 터였는데, 정말 그 순간엔 말문이 막히더라구요.
아니, 차라리 그 또래 남자애들 흔히 하는 저질스런 농담이면 얼굴 표정 하나 안 바뀌고 얼마든지 응수해줬을 거에요.
그런데 이건 정말...
그래도 그냥 웃으면서 10살은 더 먹고 와, 이 꼬맹아! 라고 얼버무리긴 했는데...
그 후 1시간 넘게 남은 시간을 어떻게 넘겼는지... ㅡㅡ
다행히 그 학생도 더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문제만 풀고, 둘 다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것 마냥 무사히 보강을 마쳤습니다만... 물론 분위기는 뭔가 계속 어색어색...
근 6년이 넘도록 남학생이 저한테 이렇게나 직접적으로 좋아한다고 고백을 한 건 처음이네요.
그간 간접적으로 그런데도 티나게 그런 표현을 한 아이들을 종종 있었는데,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은 보통 선생님들을 상대로 그런 감정도 갖고 또 그게 금세 사라지기도 하는 감정인 터라 마냥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할 뿐이었거든요.
근데 이번엔 정말 당황스럽네요.
더 당황스러운 건 제 자신이에요.
별 일 아니다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날 이후 자꾸 저를 똑바로 쳐다보며는 그 학생의 눈빛이 종종 떠오르고...
뿐만 아니라 녀석 그러고보니 제법 남자답게 큰 키에 이쁘장하게 생겼지라는 생각도 문득 문득 떠오르고...
그럴때마다 이상하게 얼굴도 화끈 거려요. 저 미쳤나봐요. ㅜㅜ
시험도 끝나고 이번주부턴 정상수업으로 돌아왔는데... 어제도 수업시간에 오히려 제가 그 학생을 똑바로 못 쳐다보겠는거에요. ㅜㅜ
쉬는 시간에 복도나 휴게실 앞에서 마주치면 오히려 제가 굳어서 회피하게 되어 버려요. ㅜㅜ
그 학생이랑 어울려 다니는 다른 남학생들이 제 앞에서 꼭 그 학생 이름을 부르는 걸 보면 주변 애들까지 아는 건가 싶고...
언제부턴가 수업을 열심히 듣기 시작한 그 학생이랑 친근하게 농담을 하거나 자주 이야기를 한 편도 아닌데...
오히려 쉽게 장난 걸고 익살맞게 구는 다른 남학생들과는 달리 뭔가 항상 조금은 거리감이 느껴지는 아이였는데...
머릿속으론 아무렇지도 않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갑작스레 이런 일이 있고나니 어색하고...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에휴.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