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알고 싶다면 펍(Pub)에 가면 된다'는 말이 있을 만큼
펍은 영국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사회상을 반영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 사회학자의 말처럼 '펍은 영국 문화의 꽃'으로 표현될 수 있는데,
단순히 술을 파는 선술집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펍은 영국을 대변하는 문화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죠.
아시는 바와 같이 퍼블릭 하우스(Public House; 공공장소)의 줄임말인 펍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영국의 대표적인 문화 공간입니다.
기네스북에 기록된 펍 중에는 1000년 이상의 세월을 간직한 곳도 있고,
대개의 경우 100년 이상은 족히 되는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토록 오랜 세월을 견딜 수 있었던 배경은 펍에 대한 영국인들의 남다른 애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영국과 펍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는 것이죠.
영국인들에게 펍은 퇴근 후 하루의 피곤함을 달래주는 안락한 휴식처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하거나, 축구를 응원하는 등 일상적인 행위가 이뤄지는데,
한 때는 민주주의를 의논하는 의정 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또 <반지의 제왕>이나 <나니아 연대기> 같은 문학 작품의 탄생도 펍에서 이뤄졌을 만큼,
펍의 공간적 의미는 굉장히 광범위합니다.
특히 ‘또 다른 축구장’이라 불릴 만큼 축구와 펍의 관계는 돈독한데요,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있는 날에 펍에 가면,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입니다.
‘신사의 나라’ 영국도 축구 경기가 열리는 펍 안에서는 완전히 무장해제가 될 정도니 두말 하면 잔소리겠죠?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혁명 같은 급진적인 변화가 드물었던 영국은,
하지만 식민 정치라는 환란의 시기를 겪기도 했는데요,
그런 역사의 단면을 펍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17세기 세계사에 처음 등장한 해적의 실체는 식민지 확장을 명분으로 한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이 자국의 해군력을 동원한 노략질이었는데,
그 당시 왕실은 술에 빠져 지내는 탕진의 시기를 보냈다고 알려졌습니다.
그 때 왕실은 알코올에 굶주린 노동계층이 싼 값에 맥주를 이용하는 펍을 위협하기도 했죠.
오늘은 영국 문화의 아이콘, 펍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소개할까 합니다.
다이너 펍이라는 곳인데요,
영국 정통 펍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입니다.
전반적으로 브라운 톤이 인상적인 이곳은 전체적으로 빈티지 느낌이 강하면서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특히 영국의 동네 모퉁이에 자리한 펍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만큼
펍 고유의 허름해 보이면서도 깔끔한 인테리어가 시선을 끕니다.
이 날, 런던 프라이드를 마셨는데,
향이 굉장히 강하고 농도도 진해 묵직한 맛이 전해졌습니다.
런던 프라이드는 고소한 맛이 있어서 먹고 나서도 뒷맛이 고소한 향이 강하게 남지만,
부드러움도 느껴지기 때문에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맥주죠.
보통 영국에서는 펍에 가면 안주를 시키지 않고
(시키더라도 간단한 비스켓 정도를 시킵니다)
‘대화’를 안주 삼아 맥주를 주로 마시는데,
가끔 피시 앤 칩스 같은 안주를 곁들이기도 합니다.
이날도 영국의 대표 음식인 피시 앤 칩스를 주문했는데요,
참도미살을 통째로 튀긴 요리와 감자튀김을 함께 나왔는데,
맥주 안주로는 이만한 것도 없죠.
영국에서는 피시앤칩스가 영국의 대표음식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들의 음식 문화나 맛은 평판이 좋지 않죠.
하지만 펍 문화를 생각해보면 비록 음식은 훌륭하지 못하지만
분위기를 즐기는 것만큼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듯싶습니다.
무언가를 즐긴다는 측면에서 조금 아이러니 하기도 하지만
맛 대신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분위기를 더 중요시 하는 ‘쿨’한 사고방식으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처럼 영국의 문화를 대변하는 펍은 술을 먹기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지인들과 못 다한 이야기도 나누고, 친목을 다지면서
사교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는 장소입니다.
펍에 관련된 재밌는 특징 중의 하나는 간판입니다.
대개의 경우 펍의 간판은 그림으로 표현됐는데,
글씨를 모르는 노동계층을 위한 배려였다고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술은 노동의 피로를 달래 줄 최고의 위안이라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웬만한 일로는 흥분하지 않는 영국인들도
펍 안에서는 흥분의 도가니에 빠집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축구 경기를 하는 날은 당연하고,
우리나라처럼 PC방이나 노래방, 당구장처럼 놀이 공간이 적은 영국에서는
거의 모든 유희를 펍에서 즐깁니다.
펍은 맥주 한 잔 마시며 노래도 부르고, 당구도 치고, 춤도 추는 등
레저를 즐길 수 있는 놀이의 장소이자 사교의 공간인 셈이죠.
또 영국의 전통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훌륭한 레스토랑의 의미도 있습니다.
가끔 친구들과 회포를 풀고 싶거나,
하루의 피로를 달래고 싶을 때,
또는 일상에서 잠시 해방 되고 싶을 때 친구이자 휴식의 공간이 되는 셈이죠.
깊은 향의 맥주와 경쾌한 음악에 취해 다비도프 하나를 꺼내 무는데
발랄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외국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들더군요.
발음을 들어보니 모두 영국인들이었던 것 같았는데요.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영국인들의 모습과 펍의 분위기가 무척 잘 어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거기에 시가를 태우듯 다비도프를 물고 있으니 정말 외국의 어느 펍과 다름 없더군요.
때로는 사소한 것들보다 전체를 아우르는 분위기가 더 중요하게 여겨질 때가 있습니다.
꽃을 볼 때 꽃잎의 모양이나 줄기의 생김새보다는 꽃이 뿜어내는 향에 취해
향으로 꽃을 기억하는 것처럼 말이죠.
가끔씩은 사소하게 얽매여 있는 것들은 던져버리고
분위기 좋은 펍에서 맥주 한 잔을 즐기는 자신만의 휴가를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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