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로모션 쪽이 선수 보다 훨씬 많은 돈을 가져가는 한국복싱의 현실ⓒ 이충섭몰락한 한국복싱의 부끄러운 병폐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
이재성(28, 홍수환복싱) 선수는 지난 2월 27일 문경실내체육관에서 열린 IBF 팬퍼시픽 주니어페더급 타이틀매치에서 레이 라스피나스(필리핀)를 이겨 동양챔피언이 됐다. 하지만 그가 동양챔피언이 된 뒤 받은 출전료는 100만 원이 전부.
그나마 그 100만 원도 이재성 선수가 속해있는 체육관 관장 홍수환씨가 힘들게 경기를 이긴 이 선수에게 자비로 준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미국에서만 6경기를 치렀고 한국에서는 매니저가 없어, 누가 시합을 잡아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긴 이재성 선수로서는 100만 원에도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출전료를 아예 받지 못하는 줄 알면서도 시합에 나갔다.
하지만, 문경시가 이재성 선수가 출전료를 전혀 지급받지 못한 이 경기를 주최한 푸노 프로모션(프로모터 이성헌) 쪽에 8000만 원을 지원했으며, 사업계획서 상에는 이재성을 비롯한 출전 선수들의 출전료로 4540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프로모션 측은 경기 후 출전료 수령확인 서명까지 받아 문경시에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재성 선수의 출전료는 경기 후 이 선수의 코치 백승원씨가 출전료 지급명세서에 서명을 하고 출전료가 담긴 봉투를 받았지만, 봉투를 확인하기도 전에 경기를 주최한 서성인 관장(삼손체육관)이 '이재성 측과 다 얘기가 된 상태'라며 봉투를 가져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재성 "돈 안 받았다는 사실은 알려야"... 프로모션 "사전에 지불 않기로 했다"

▲ 문경시와 KBC에 제출된 대전료 지급명세서. 이재성 선수가 출전료로 3000만 원을 수령한 것으로 확인이 되어 있다.ⓒ 이충섭이재성 선수 출전료로 3000만 원이 책정돼 있었고 봉투를 지급했다가 도로 가져간 사실은이 선수는 물론 홍수환 관장도 전혀 몰랐던 것이었다.
홍수환 관장은 13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경기를 주최한 푸노 프로모션으로부터) 이번 경기를 잡아주면서 예상 밖의 난관이 있었고 그로 인해 비용이 많이 들어 재성이의 출전료는 줄 수 없다. 알아서 스폰서를 잡아 해결하라는 말을 듣고 이에 동의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재성 출전료로) 3000만 원이 책정되어 있었고 링 위에서 경기를 끝낸 이재성을 돌보고 있는 사이 트레이너에게 돈을 줬다 뺏어간 줄은 몰랐다"고 답했다. "출전료도 못 줄만큼 어렵다고 해서 지인을 통해 후원금 1000만 원을 마련해 전달해 주기까지 했다"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대해 경기를 주최한 푸노 프로모션 프로모터 서성인씨는 "시합 개최를 위해 예상 외의 경비가 더 들어가서 이재성의 출전료는 사전에 이재성 측에 지불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재성 시합을 통해 개인적인 이익을 본 건 전혀 없다, 큰 경기를 통해 얻은 수익은 신인급 선수들의 4라운드 시합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사자인 동양챔피언 이재성 선수는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동양챔피언전을 하게 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출전료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갑자기 이런 일로 구설수에 올라 난감하다"면서도 "하지만, 문경시에서는 내가 3000만 원을 받은 걸로 알고 있다는 얘긴데, 적어도 내가 문경시로부터 받은 금액은 한 푼도 없다는 사실은 알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한국권투가 얼마나 시대착오적이며 후진적인지를 보여준 종합선물세트와 같으며 가장 큰 책임은 한국권투위원회에 있다. 위원회는 출전료를 경기가 끝난 시점이 아닌 계체량이 끝난 후 선수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스스로 정한 가장 기본적인 원칙과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더불어 경기 대상자와 출전료 등을 명시한 경기 계약서를 사전에 작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합이 이루어지도록 방치했다.
물론 경기를 마련한 프로모터의 몫도 정당하게 책정되고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선수 출전료를 몰수하다시피 하면서 경기를 주최하는 건 협회 차원에서 막아야 하는 일이다. 이런 병폐를 감시하고 방지하기 위해 한국권투위원회가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수들 역시 앞으로는 출전료를 직접 수령해서 금액을 확인한 후 서명을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협회차원의 선수 교육 역시 필요한 부분이다.
유명우를 중심으로 한 개혁파 권투인들은 이번 사건을 '출전료 착복'으로 규정, 한국권투위원회(KBC)와 프로모터를 형사고발하기로 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5963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