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지에서 누굴 만나서 사랑에 빠지거나 한적은 없지만
그렇다면 정말 드라마 같겠네요
비주얼은 딸리겠지만ㅋㅋㅋ
임경선님 글 항상 좋은거 같아서
이렇게 올려보아요. 우리 이번여름엔 좀 기대해볼까요?ㅋㅋㅋ
삼십 대 초반의 워킹우먼 후배가 바쁜 일상을 뒤로 하고 친구와 하와이로 휴가를 다녀왔다.
‘구릿빛 피부의 근육남과 이국적인 라브라브를 하고 올게요’라며 인천공항에서 의욕 있게 농담을 던졌건만
일주일 후 그녀는 ‘결국 아무 일도 안 생김’에 대해 웃으면서 울고 있었다.
우리가 전설처럼 전해 듣는 휴가지에서 생긴 일, 이른 바 ‘하룻밤의 사랑’. 이것은 과연 무엇일까.
휴가 온 리조트의 바에서 칵테일을 한잔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한 남자가 접근해 왔다.
조금 방어벽을 치고 있었지만 남자의 부드러운 화술은 이내 그 방어벽을 허물기에 충분했다.
어느덧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이렇게 말이 잘 통할 수가 있을까’ 싶다.
이 남자랑 이대로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더 함께 있고 싶은데 어느덧 바는 새벽 두 시
문 닫을 시간이 다 돼가고 그래서 아쉬워서 계속 뱅글 팔찌만 만지작거리는데……
그가 말을 꺼냈다. “방에 올라가서 한 잔 더 하면서 우리 계속 이야기를 더 나눌까?”
머리에 가벼운 현기증이 난다.
아무리 숙맥이라 하더라도 남녀가 밀폐된 공간에 있으면 어떻게 되리라고는 알고 있다.
이것은 엄연한 유혹이었다. 머리 속은 한 순간 여러 상념으로 엉켜졌다.
‘어쩌면 방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그 남자는 확 본 모습을 드러낼지도 몰라. 변태성욕 자나 돈을
뜯어내는 그런 전문사기꾼 아닐까? 여하튼 휴가지에서 여자 꼬시는 남자는 문제 있는 남자겠지.’
‘물론 위험한 일을 사전 봉쇄하면 안전하긴 하겠지. 하지만 그렇게 몸 사리고 살다가
나중에 나이 더 들어서 후회하는 것 아닐까? 내 인생 어쩜 이리 지루하게 살았니, 싶은.
한 살이라도 젊고 용기가 있을 때 모험을 해봐야 하는 거 아닐까?
인생은 어차피 한 번 살다 가는 건데 무언가를 해볼 수 있을 때 다 해봐야지.’
‘비록 단 하룻밤의 사랑, 혹은 일탈이라 하더라도 그 하룻밤이 내 인생을 통 체로 흔들어놓는
의미 있는 경험이 될 수도 있어.’
‘하지만 자칫 임신이나 성병을 옮아올 수도 있는데……
그저 이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연애하는 느낌을 만끽하는 것만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룻밤의 사랑을 나누고 나서 이 남자를 더욱 사랑하게 되고 포기 못하게 되면 어떡하지?
난 계속 관계를 이어가고 싶고 이것이 연애의 시작이길 바라는데
만약 남자에게는 정말로 단순한 원나잇스탠드였다면, 내 자존심은 또 어떡해…’
‘이 남자 혹시 나하고 있던 일을 마치 무용담처럼 주변 친구들에게 다 떠들고 다니는 입 가벼운 남자가 아닐까?
대답을 머리 속에서 결정하는 그 오 분간 드는 생각들이다.
인생 뭐 있어? 휴가가 괜히 휴가야? 여자도 본능에, 감정에 충실해도 된다고!를 씩씩하게 외쳤다가도
혹시 엄한 일 터져 신문 사회면에라도 나오면 우리 늙은 부모님 피눈물 나면 어쩌리,라며
주눅 들다가도 아쉬울 때 끝내는 게, 더 아름답고 여운에 남고
가슴에 오래도록 좋은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조신한(?) 마음도 가져본다.
‘하룻밤의 사랑,은 결국 여자들의 환상이자 남자에겐 무용담이라며.
사실 모든 것은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 알 수가 없다.
그 이전에 아무리 ‘하룻밤의 사랑’에 대한 본인의 생각이 평소에 확고했다 하더라도
직접 그 상황이 닥치지 않는 한 내가 어떻게 할지는 사실 예측하거나 장담할 수가 없다.
내 사전엔 ‘원나잇스탠드’란 없어, 라고 작심해도 어떤 날 마가 껴서 홀리듯 그 남자의 뒤를 따라갈지도 모른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그나마 확실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
그 하룻밤의 사랑, 혹은 원나잇 스탠드가 나의 기대를 완전히 무너뜨렸다고 해도
그 누구의 탓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몸이 받아들인 충격은 사실 내면의 많은 것들을 알게 모르게 변화시키고
한 번 선을 넘으면 절대로 원래의 자리로 사뿐히 돌아갈 수가 없다.
때로는 그 하룻밤으로 인해 내 인생이 총체적으로 흔들리게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 아침 역시 평소처럼 어깨를 쭉 피고 머리를 질끈 묵고
혼자서 씩씩하게 걸어나갈 수 있는 여자라면,
‘하룻밤의 사랑’을 진심으로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글/임경선(칼럼니스트)
[출처] [러브 메신저 임경선 아주 특별한 여름 이야기] 한 여름밤의 꿈 (마몽드 공식 카페: 카페 마몽드) |작성자 마몽드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