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모두 남녀공학을 졸업했고, 현재는 23살 대학생입니다.
훈남으로 산다는 것, 여신으로 산다는 것 판을 보면서 일부 뼛속 깊숙히 공감을 하기도 하고,
저건 아닌데 하기도 했어요, 익명의 힘을 빌려 제 이야기도 해보고 싶었어요.
정말 친한 친구들한테도 이런 이야기까지는 할 수 없으니까요.
저는 솔직히 여신이라고 불릴만큼 빼어난 외모는 아니에요.
바깥에 나가보면 정말 연예인처럼 예쁘고 늘씬한 여자들이 많으니까요.
스무살 전까지는 제가 그렇게 보기좋은 얼굴인줄도 모르고 살았어요.
1. 중학교
중학교때까지는 공부 열심히하고 어른들 말씀 잘 듣고 남녀불문 대인관계도 원만했기때문에 대외적인 '이미지'가 좋았어요. 외모에 대한 칭찬을 항상 들어도 그런 이미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항상 생일이나 그나이때 챙기기 좋아할 기념일들이 되면, 못들고갈 정도로 책상위에 선물들이 쌓였지만 그것 역시 친구가 많았기에 순수한 의도로 해석했습니다.
2. 고등학교
그런데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이성이나 외모에 대한 눈이 더 트일때쯤 고생을 정말 많이했어요. 결정적인 계기는 동성친구들의 남자친구, 혹은 짝남들이 저에게 고백하고 관심보였기 때문이에요. 제가 이성친구들과 대화만해도 얼굴반반한거 믿고 꼬리친다, 재수없다는 말을 들었어요. 또 제 남자친구가 성품도 바르고 무엇하나 빠지는 것 없이 출중한 편이어서 학교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친구였는데, 그애와 사귄다는게 소문이 나면서 제가 딱히 잘못한 것도 없었는데 여자들의 '공공의 적'이 되어버렸고 마음고생 정말 심하게 했습니다.
제 앞에선 저와 친해지려고, 누굴 소개시켜달라고 하면서 갖은 알랑방구를 떨었던 여자들. 문자가 떨어져 우연히 빌려쓰게된 핸드폰 문자함에서 제 욕문자들을 보았어요. 지금도 생각이 나요. 여자들끼리 저를 도마에 올려놓고 이야기를 한 모양이에요.
제가 사무적으로 대하면 얼굴값한다, 재수없다, 남자들한테만 실실댈것이 분명하다
제가 살갑게 대하면 착한척한다, 가식이다, 남자들한테도 이렇게 꼬리칠꺼다
제가 좀 꾸미고 오면 남자 꼬시려고 저렇게 하고 온거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편안하게 하고 오면 남자만날땐 다를꺼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제가 여자들 앞에서 털털하게 대하면 남자들 앞에서는 내숭떨것이다.
제가 남자들 앞에서 털털하게 대하면 털털한척 남자들 꼬시려는 고도의 작전이다.
와나 제가 뭘해도 그냥 다 싫대요![]()
자연스럽게 사람을 경계하게되고 무섭고 학교가기도 싫었어요. 다수의 여자들이 절 싫어했지만, 다행히 진짜 절 알아주는 정말 좋은 친구들과 첫사랑 남자친구가 있었기에 즐거운 고교생활을 했어요. 하지만 항상 마음한켠은 무거웠고 마음의 상처는 지울수 없습니다. 이때도 제가 그다지 예쁜얼굴이라는 생각은 못했어요. 교지모델을 했지만 중학교때처럼 단지 제 이미지 때문이라고 여겼고 그 힘들었던 일들은 우연히 그 여자들의 남자친구와 짝남이 절 좋아하게 되는 엿같은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항상 제가 도대체 뭘 잘못했길래 그애들이 저한테 그러는걸까 속상했어요.
3. 대학교
수능이 끝나고 사회경험을 하면서 그때야 비로소 제가 남들눈에 예쁜얼굴이라는걸 알게됬어요. 알바, 과외, 봉사활동, 학교 어디에서나 제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으니까요. 대한민국 사회가 정말 외모지상주의 사회라는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득'도 많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마음의 상처가 되는 '실'도 있었습니다.
대학 오티에 갔는데, 200명여 중 저랑 동기 한명이 무대로 호명됬어요. 단지 예쁘단 이유로요. 그때이후로 '대한민국 1프로', 'X학과 여신',라는 낯간지러운 말들을 들었고 적극적으로 대쉬하는 남자 선배, 동기, 조교..;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절대로. 절대로. 고등학교때처럼 동성을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생존전략을 짰어요. 남자들한테는 방어벽을 둘렀고 여자들과만 어울렸어요. 반대로 그 때 같이 호명되었던 동기는 남자들이랑 아주 잘 어울렸고요. 그걸 보면서 속으로는 그 동기를 걱정했습니다. 저러면 안되는데.. 저러면 위험한데... 맹세컨대, 그 동기한테는 이렇다 할 성격적 결함은 없습니다. 밝고 애교도 많고 착해요.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그 동기는 얼마 지나지않아 여자들의 적이 되었고 왕따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CC인 남자에게는 말도 놓지 않고 존대하고, 공적으로 불가피할때만 대화했어요. 솔직히 제 자신이 지랄이다 싶을만큼요. 학과내에서는 절대 CC하지 않는다고 소문을 냈고, 절대 틈을 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매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여자친구들은 절 좋아해주고, 남자들은 저를 어려워하지만 싫어하진 않으니까요.
이러면 피곤하지 않냐, 구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 물으시겠지만 여자들사이에서 씹히는게 세상에서 제일 피곤하구요. 저는 남녀가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지인'은 될수 있을망정 경험상 진정한 친구는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어렵습니다. 보통 남자들은 절대로 대다수 훈녀분들을 영원한 친구로 두려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또, 성추행, 외모만 보고 접근하는 쓰레기 같은 남자들이 많이 꼬입니다. 어떻게 한번 만져보려고, 잠자리를 가져보려고 호시탐탐 노리는 재활용불가 우주쓰레기들. 스무살땐 정말 상처를 많이 받았지만, 이제는 이골이 납니다.
제가 스무살 후반에서 스물한살 초반, 정말 꼬인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남자들이 절 악세사리 취급한다는 것에 상처받고, 성적욕구의 대상, 외모만 본 진심 없는 대쉬 등 이골이 났을 무렵입니다. 남자들이 절 그렇게 대하는 만큼, 저 역시 그 사람들을 갖고 놀아도 좋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 사람들이 나쁘니까 나도 똑같이 그들을 대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을 만날 때 진심은 절대 없었습니다. '다 똑같겠지 뭐,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를게 뭐야 속은 시꺼먼데'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철 없는 생각이었지만 그땐 그게 제 방어기제였나봅니다.
길거리에 나가면 이유없는 친절, 사람들의 시선, 모두 느낍니다. 도서관에 가면 항상 연락처를 묻는 사람이 있었고, 스터디나 모임에서도 말 한 마디에 무게가 실립니다. 낯선 길을 가다가 어떤 여자분께 길을 물었는데 쌩뚱맞게 외모에 대한 칭찬을 듣기도 합니다. 부끄럽게 대중목욕탕에서도 제 외모에 대해 수근대는 분들이 있습니다. 근처 학교의 중학생들을 가르치러 자원봉사를 나가면, 외모에 관심이 많은 사춘기 학생들이 혹시 성형한거 아니냐면서 제 코를 눌러보면 안되냐고 묻기도 하고 인형같다는 이야기도 자주 듣습니다. 스무살 되면 원래 다 예뻐진다고 웃으며 넘기기도 하고 성형한거라고 해버리기도 합니다.
제가 '훈남으로 산다는것'이라는 판을 보고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내면을 채우려 한다는 것입니다. 으레 사람들은 외모가 예쁘면 능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예쁜여자들한테 그런 시선이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백치미'라고 미화하기도 하죠. 미용이나 패션, 연애에만 관심이 많겠지, 능력은 없겠지, 공부는 못하겠지라는 편견어린 대우를 받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그런것들이 정말 싫고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다양한분야의 상식을 키우고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합니다. 얼굴만 이쁘장한 여자는 되고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냥 대한민국에서 훈녀로 살아가는 여자중 한명일 뿐이고, 저랑은 비교되지 않을정도로 외모가 출중하신 여자분들도 정말 많습니다. (왠지 진짜 여신인 분들은 넘사벽이라서 이상한 사람들도 안꼬일거같아요ㅋㅋ 여자들이 욕도 못하구요ㅋㅋ) 평범한 사람들은 그래도 외모덕에 조금은 덕보고 살지 않냐, 재수없다고 하실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랑 비숫한 처지에 있으신분들은 쉽게 말못할 마음의 상처가 많으실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