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다리가 태양 빛을 받은 건 백년이 채 지나지 않은 일이다. 다리가 이렇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은 것은 가장 에로틱한 부위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바로크시대에는 여성들이 피아노를 칠 때 피아노의 다리가 연주하는 여자의 다리를 연상시킨 다는 이유로 피아노 다리를 천으로 감쌌던 적이 있다.
몇 겹의 속옷과 또 몇 겹의 치마로 둘러싸여 다리의 움직임이 전혀 노출되지 않았던 탓에 여자들은 '다리 없는 동물'로 불려지기도 했다. 16세기, 스페인의 아사 벨라 여왕의 즉위 선물로 스타킹을 준비한 영국측은 민망할 따름이었다. 선물을 받아든 스페인 대사는 벌컥 화를 내며 "도로 가져가시오. 스페인 여왕께서는 다리가 없소"라고 했기 때문.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던 여자들의 다리가 역사에 등장한 것은 1850년경. 여성운동가였던 아멜리아 불루머 여사가 터키풍의 하렘 팬츠를 응용해 바지를 입었던 것. 당시 남성들은 여자들이 감히 남성의 권위에 도전한다며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느냐고 개탄해 마지않았고, 여자들의 다리는 다시 치마 속으로 돌아갔다.
여자의 다리가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1920년 '플리퍼'라고 불렸던 당시의 말괄량이 젊은 여성들이 짧은 치마를 입고 댄스 플로어를 휘집고 다닐 때였다. 옛날 영화를 보면 머리를 짧게 깎아 얼굴에 붙이고 눈썹은 갈매기처럼 가늘고 진하게 그리고 길다란 담배를 하나 들고, 허리 없이 헐렁하게 떨어지는 반짝이 구슬이 잔뜩 붙은 원피스를 입은 여자를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 했다.
1960년 디자이너 마리 퀀트가 허벅지를 훤히 드러내는 유사이래 가장 짧은 미니스커트를 발표하면서 다리가 가진 선정성이 제대로 표현되기 시작했다. 젊은 여자들은 용감해졌고, 남자들은 휘파람을 불었으며, 노인들은 고개를 돌렸다. 사실50년대까지만 해도 마릴린 먼로풍의 로켓트 가슴에 잘록한 허리, 알밤처럼 커다란 엉덩이가 아름답다고 여겨졌지만, 미니스커트가 등장하면서 볼륨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비꺽 마른 몸매에 주근깨투성이의 아직 덜 성숙한 느낌의 모델 트위기가 젊은 층의 우상이 미니스커트를 입게 되면서 여자들은 비로소 다리 길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각선미를 평가하는 미인대회가 속속 등장했고, 구두 밑창은 하나가 다르게 두꺼워졌다.
한국여자들도 서양 여자 못지 않은 고난의 다리 사를 가졌다. 이화학당의 발목을 드러낸 교복 때문에 학교를 다니지 못한 사람이 여럿이었고, 미니스커트를 입고 귀국했던 윤복희는 계란 세례를 받아야 했다. 다리 수난의 절정은 경찰들이 자를 가지고 다니며 무릎 위 10cm보다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들을 모조리 잡아들인 일이다. 이런 저런 사건 속에서도 한국 여자들은 꿋꿋하게 다리 드러내기를 고수했고, 치마 길이에 시비 거는 경찰도 없어졌다.
사실 전통적인 한국 미인상은 버들가지처럼 낭창낭창한 길고 가는 허리를 가져야 했다. 하지만 이젠 긴 허리는 '요롱'이라는 놀림을 받기 일쑤다. 더 심각한 고민은 한국인에게 흔한 하반신 비만. 상체는 나와야 할 가슴마져 비쩍 가물었는데 하체는 튼튼한 허벅지에 톡 튀어나온 종아리를 가진 사람이 드물지 않다. 게다가 근육이 많은 하체는 여간한 다이어트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초음파 지방흡입술로 허벅지 안쪽과 바깥쪽이나 종아리 살을 빼주고 한 4개월 정도 특수 탄력 스타킹을 신어주면 한결 시원해 보일지 모르지만.
오랜만에 텔레비전에 모습을 드러낸 왕년의 청춘스타 신성일에게 "어떤 여배우가 섹시하다고 느껴지느냐"는 질문을 던졌더니 "다리가 미끈하게 빠진 배우"라고 답을 했다. 이런 답을 듣고 보면 여자들의 다리가 왜 그렇게 오랫동안 감춰져있었는지 이해되지 않는가?
......이리 저리 수집하고, 정리하고, 간추린 글
나는 다리를 좋아한다. 특히 다리 중 무릎과 그 위로 향한 20 cm 까지의 그 부분이 좋다. 당연 다른 부위에도 집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쉽게 만나지 못할 곳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맨살을 즐기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보는 것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만지는 것도 좋아한다. 나는 행사 도움이의 날렵한 다리나, 스튜어디스의 다리를 한 번 만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마도 그랬다가는 내공이 아무리 강하도 해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본인들이야 원치 않게 그 옷을 입었어도, 그 옷을 보는 이의 눈길이 예사로울 수는 없는 것을 알고는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여자의 다리는 몸의 모든 상태를 대변해주고 있는 듯하다. 다리에는 몸이 지시해 주는 깊이와 결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만져 보노라면 온몸 구석구석까지도 한 번에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잘 익은 토마토를 손에 잡았을 때의 풍부함과도 느낌이 부풀어오른다. 째즈의 현란한 트럼펫 소리가 옆머리를 두드려대듯이 정겨움이, 나의 흥겨움 주체할 수 없이 손바닥을 타고 흘러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