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데드라인에 사로잡혀 제정신이 아니다...
꿈많은 대한민국 젊은 청년들은 항상 사무실에서 서류와 싸움중이다.
상사는 한번 대충 훑어보고 그 위로 가져가 공은 혼자 다 처먹...잘못되면 욕은 내가 다 처먹...
그런 서류를 위해
나는 또 그렇게 지쳐있다.
필자는 사생활보호를 위해 그냥 흔한 김주임이라고 칭하겠다.
연신 서류작성에 정신이 쏙 빠져 산송장 같은 나에게 상사가 자신의 퇴근을 알린다.
"김주임 퇴근 안하나??"
나는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듯한 미소를 띄우기 위해 눈살이 부르르 경련이 일지언정 얼굴을 찌그러뜨리며
"먼저 들어가세요 ^^ 할게 좀 남아서요 "
"그럼 수고해"
저 인간 내일 아침 회의 자료를 왜 내가 준비해야 하는걸까...?
이 의문은 도무지 정당성에 성립되지않는다.
마치 내 자신이 저 사람을 성공시켜주는 그런 도우미로 전락해버린 느낌은 하루 열두번도 더 든다.
그래도 어쩌나....실업난 판치는 대한민국에 태어나 저런 비위하나 못마추면 세상 어떻게 살아가리..그래 비위맟추는것도
능력이다.
PM 7 : 13
다 다섯시에 퇴근했는데 남들보다 두시간을 더 했다. 젠장... 피곤하다.
내일 아침엔 8:00까지 서류를 그 녀석 책상에 가지런히 놓아야한다.
마치만 체크는 내일 아침 7시까지 출근해서 해야겠다.
지금은 더이상 피곤해서 .... 더는 못하겠다. 아니 하고 싶지않다.
퇴근길....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쑤아아아아아아아아~ 쏴아아아~~~~~~~~"
진정...이게 비란말인가?
믿기질않는다.
우산도 안가져왔는데...
이건 다음블럭에 있는 편의점까지 불과 50미터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가는도중에 속옷까지 다 젖어버릴꺼같다.
쳇.....나는 담배한가치를 꺼내어 입에 문다.
쏟아지는 빗물에도 담배연기는 잘도 흩날려 날아가는구나..
검지가 뜨끔뜨끔해지는걸 느끼는순간.
나는 담배가 벌써 필터까지 타들었다는걸 느끼고야 담배를 껏다.
나는 그대로 뒤돌아 다시 사무실로 들어간다.
그 망할 상사 책상 옆 우산을 가지고 나왔다.
그 녀석은 우산이 필요없을듯 했으니까...
그 망할 녀석의 우산은 꽤나 고급우산이였고 꽤 컷다.
하지만 이 물폭탄에는 큰우산에도 불구하고 무릎아래로는 다 젖어버렸다.
길거리에는 마치 물의나라에 온듯 장관을 이루고있었다.
발목까지 차오르는 물에 신발은 다 젖었다.
여자들은 하의실종패션 덕분인지 ..
핫팬츠에 치마에 반바지 차림에 양말도 신지 않은 힐에 슬리퍼 등 의 신발에
찝찝하기보단 꽤나 시원해보인다.
부럽다.....
꾸역꾸역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두당 하나씩 들고있는 우산에 버스는 만원인다.
미치겠다...
여기저기 짜증섞인 한숨이 섞여나온다.
운좋게 자리를 차지했지만....
이게 왠걸 도착지는 아직 멀었는데 사람은 안내리고 타는사람은 다 노인분들이다.
나도 모르게 내좌석 창쪽 아래벽을 쳐다본다.
노약자석이다... 젠장.
우산에 짐보따리까지 들고있는 할아버지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어이쿠 괜찮은데 고맙네 학생.."
"아니예요 어서 앉으세요 "
학생이라......아직 이 마스크로 학생소릴 듣다니...저 할아머지 혀에 꿀을 바르셨나보다.
계속 타는 손님에 밀려 안쪽 깊이 들어갔다.
손잡이 봉을 잡고 서서 시선을 어디다 두어야할지 막막한 지점이라 고개를 숙였다.
삶에 찌들어 피곤에 지친 초라한 모습을 타인에 보이기 싫은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는지 싶다.
누구의 발인가...참 예쁘다.
개인적으로 어려서부터 손발이쁜 여자를 참 좋아했다.
현대여성처럼 하이힐을 밥먹듯이 신고다녀 변형된 발이 아닌 뒤꿈치쪽에 물집이나 상처가 없는걸로 봐서
이 여자의 평범한 일상이 그려진다.
수수하고 편한 옷차림을 좋아할것같고 신발도 편한 운동화를 자주 신을것같다.
너무 오래쳐다봤나.. 문득 하염없이 긴시간 남의 발을 쳐다보는 나를 발견한 나는 주위를 의식하고 재빨리 다른곳으로
태연하게 시선을 처리했다.
또다른 정류장에 내렸다.
여기서 한번 더 갈아타면 이젠 우리동네다.
버스전광판을 보니 내가 타야할 버스는 11분을 기다리라는 표시가 뜬다..
젠장...이 빗속에 많은 사람들이 죄다 정류장안에 들어가 콩나물시루를 연상케한다.
저 속으로 도저히 들어가고 싶지 않다.
할것없는 10분이란 시간속에 담배를 하나 더 피울까 생각했지만..
저 멀리 가서 피우기고 귀찮고 오랜만의 비내음을 더 맡고싶어 그냥 하염없이 건너편 빌딩숲을 바라본다.
도로에 물이 발목넘게 차있어서 차가 지나갈때마다 바닥에 고인 빗물이 요란하게 튄다.
멍한 나의 시선에 한 여자가 잡힌다.
도로 가까이 서서 정류장 옆에 붙은 버스 노선을 열심히 본다.
이곳이 초행길인지..한참을 쳐다본다.
저 앞에서 버스가 꽤나 고속으로 달려온다.
분명 물이 크게 튈텐데....
옷이 꽤나 수수하고 편해보이지만 깔끔하고 화사해보이는게 흙탕물에 튀면 보기싫을껏 같은데...
알아서 피하겠지...
도대체 몇되지않는 버스노선표를 저렇게 오래 쳐다볼 수 있을까??
무엇이 이해되지 않은것인가..?
버스가 그녀옆을 다다랐을때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팔을 잡아 당겼다.
깜짝 놀랬을까.. 중심을 잡지 못한 그녀가 들고있던 우산을 놓치고 휘청거리며 품에 안긴다.
젠장...이런 상상을 한건아닌데.. 정말 영화같은 장면이 연출되긴 하는구나...
믿기지않았다..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비바람또한 세차게 불던 날이라 그녀의 앙증맞은 우산은 바람에 실끊어진 연처럼 멀어져간다.
도로로 날아가는 우산에 교통문제로 이어질까 나의 시선은 그녀가 아닌 날아가는 우산에 향했다.
우산은 4차선인 폭넓은 도로를 횡단하며 건너편 길가까지 날아갔고 그사이 지나가던 운전자들은 흠칫흠칫하는게
차체모습만으로도 비춰졌다.
무슨 말을 할것인가..?
"괜찮아요...죄송합니다 빗물이 튈꺼같아 저도 모르게 ..."
"고마워요.."
비는 쏟아지고 정류장 안은 사람이 미어터지고 그녀는 우산이 없다.
"혹시 어디가세요? 저는 00가는데 .."
"아 저도 거기예요 ."
같은동네다...
택시라도 잡아 주어야하나... 혹시 버스타려했는데 나때문에 택시를 타고 비용지출이 심해지는건 아닌가?
그럼 내가 택시비를 내주어야하나..... 그래야겠다. 젠장...
생각을 정리하고 택시를 잡으려 도로로 향하는데 때마침 버스가 온다.
"저 버스가 그 동네가는건데 타실래요..?"
그녀는 당연한걸 왜 묻냐는듯 고개를 연신 끄덕인다..
나랑 벌써 친밀감이 형성됬나?? 초면에 왜 고개를 끄덕일까?? 하고 의아했지만 뭐 별수있다 탄다는데...
평소에 심리학을 좋아해 관련서적을 미친듯이 읽어댔지만...현실에선 전혀 기억이 나질않는다는게 문제다.
그동안 나는 쉬는시간에 시간낭비만 하고 있었던걸까..?
이 정류장에서 우리동네 가는 버스엔 사람이 많이 타지 않는다.
항상 그랬다.
버스에 올라타 단말기에 카드를 대고 올라탔다.
같이 앉아야하나...따로 앉아야하나..생각할 겨를도 없이 빈좌석은 한개짜리 하나와 뒤에 두개짜리 하나남았다.
뒤에 단말기소리가 나지 않아 뒤를 돌아보니 그녀가 핸드백을 뒤지고있다.
쳇....뭐야.
나는 주머니에 나뒹구는 천원짜리 지폐를 꺼내어 요금통에 집어넣고 그녀의 팔목을 잡고 뒷자리로 가 앉는다.
왜 그랬을까...?
답답해서 그런걸까? 왜 자꾸 평소의 내가 아닌 이런 행동을 하는거지..?
그녀가 창가쪽에 앉아 밖을 쳐다본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어 시선처리용으로 인터넷 뉴스를 켠다.
아래쪽을 향하고 뉴스를 보는둥 마는둥.. 하는데 그녀의 발이 보인다.
아.....
아까 그 버스에서 봤던 발인데....
정말 예쁘다.. 아름답다... 변태일까?? 아니..전혀 그렇지 않다.
예쁜발을 보고 성적상상이나 욕구는 일지 않기 때문에 난 변태가 아니다.
...또 얼마나 쳐다본걸까...젠장..그녀의 시선이 느껴진다.
"몇살이예요??"
그녀가 나이를 묻는다.
"25살이요.. "
"아 좋을때다.. "
좋을때라니.....도대체 그녀는 25살에 뭘 했길래 좋을때라는걸까..?
그녀의 나이가 궁금하다.
"몇살이신데요..?"
"나 ? 28살 "
뭐야..3살차이 밖에 안나는데...말은 세상 낼모레 환갑잔치할것처럼...
"회사다니는거야?"
뭐야...벌써 친근감을 느끼는거야? 반말은 자연스럽네....이상해..이사람.
"네.."
"힘들겠다....(인상을 찌푸리며)"
..아깐 좋겠다더니 이젠 힘들겠다...두서없이 내뱉는구나..
"이름이 뭐야?"
이름은 또 왜 물어보는거야...이제 곧 헤어질텐데..
"000 이요..."
"나는 000 이야 "
고개를 한차례 끄덕여준 후...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내가 너무 차갑게 굴었나...
비는 여전히 억수같이 쏟아지는데 도착지다.
도착한것도 모르고 멀뚱히 차장만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손목을 또 잡고 내렸다.
우산을 씌워주고 그녀의 손을 잡고 우산 손잡이를 쥐게 했다.
나는 그리고 돌아서서 돌아서서 걸었다.
뭐 까짓꺼 어차피 오늘 세탁할껀테 비맞는거야 뭐 ..
그녀 우산도 나때문에 날아간거니..
저 우산은 내것도 아니니까..
지금 나의 행동을 정당화 시킬 수 있는 말은 넘쳐났다.
비가 너무 쏟아진다... 이렇게 빨리 온몸이 젖다니....젠장. 이정도일줄이야.
갑자기 비가 그친다? 아니 우산에 씌여져있다..
나중에야 알아차렸지만 내 허리에 무언가 느껴진다.
그녀가 서로 비를 피하기위해서 였을까 내 옆에 딱 밀착
해서 한손으로 내 허리를 살포시 두르고 있다.
"뭐야 왜 비를 맞고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