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월급 절반밖에 못 줬는데…" 돈가뭄에 목타는 중소기업

대모달 |2011.08.28 21:32
조회 79 |추천 0

[매일경제신문 2011-08-28]

 

페인트 생산업체 A사 김 모 대표(가명)는 요즘 '돈 걱정'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김 대표는 1992년 건축자재ㆍ설비업체 A사를 창업해 연평균 5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건실한 중소기업으로 키웠다. 하지만 올해 김 대표는 극심한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뚜렷해진 건설경기 침체에 올해 상반기 주문물량이 지난해 40% 수준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올해 들어 찔끔찔끔 들어오는 돈은 공장 운영비용과 인건비로 모두 빠져나갔다"며 "공장을 놀릴 수도 없고 20년간 함께한 직원들을 해고할 수도 없지 않으냐"고 하소연했다.

진퇴양난에 내몰린 지난달 말에는 급기야 직원 30여 명 앞에서 눈물을 쏟았다. 직원 월급을 반밖에 주지 못하며 회사 사정을 설명하다 감정이 북받친 것. 그는 "아예 폐업신고를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며 "하지만 직원들이 오히려 회사 사정을 알아주고 묵묵히 공장을 지켜줘 겨우 버텨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올해 추석상여금 지급에 대해선 꿈도 못 꾸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최근 '불경기'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경기 악화가 매출 급감으로 이어지면서 자금 경색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정수기 생산업체 C사는 불경기 여파로 사업 포기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여름이 정수기시장 '성수기'란 속설과 달리 C사가 지난달 판매한 정수기는 고작 30대에 그쳤다.

30만여 원짜리 제품을 팔아 한 달 매출 1000만원도 올리지 못한 셈이다. 신제품을 위한 연구개발(R & D)은 차치하더라도 당장 공장 꾸려나가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 회사 이 모 대표는 "예년에는 월판매량이 100~200대에 달했다"면서 "올해 같은 침체는 지금까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 경기가 좋아질지 기약도 없는 상황이라 차라리 폐업신고하고 사업을 정리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설상가상으로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압박도 중소기업을 옥죄고 있다. 전자부품업체 D사 관계자는 "정부가 강조하는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은 그저 허울 좋은 구호일 뿐"이라고 말했다.

불경기와 함께 철강, 목재 등 원자재 가격 상승도 기업 경영 환경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자금난에 처한 중소기업들이 운영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은행권 대출은 꽉 막혔고, 중기 자금 지원을 위한 중소기업진흥공단 정책자금도 바닥난 지 오래다.

귀금속업체 F사 신 모 전무는 지난 19일 주거래은행을 찾아 1억5000만원 대출을 신청했다. 인도에서 다이아몬드 원석을 구매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주일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신 전무는 "은행은 '아직 심사 중'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그동안 대출이자 한 번 거르지 않았고 회사 신용등급도 높은데도 은행은 대출자금을 전혀 풀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신 전무는 "대출이 이뤄지지 않는 내막을 알아봤더니 황당하게도 우리가 담보를 제공하지 않아 은행이 대출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최근 은행권이 가계대출을 옥죄고 있어 개인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렸던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사장들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중소기업들에 자금 융자를 해주는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는 기업들이 지원을 요청해도 가지고 있는 돈이 없다는 분위기다.

중진공 서울지역본부 관계자는 "서울지역본부 기준으로 올해 지원액 80%를 이미 집행했고 지원하기로 결정된 금액까지 합하면 93%에 이른다"며 "추가 예산 투입이 이뤄지지 않으면 지원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수 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으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지원자금 집행이 상반기에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중소기업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 주식시장 하락으로 적절한 평가를 받지 못해 생각만큼 자금 유입이 힘들어지자 상장을 연기하는 기업이 생기고 있다. 지난 25일 반도체 검사장비업체 테크윙은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렵다는 이유로 다음달 코스닥에 상장하려던 일정을 철회했다.

채권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장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금융시장 불안 염려로 안전자산인 국고채와 초우량 회사채만에만 투자를 하고 나머지 중견기업 이하 회사채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매일경제신문 홍종성·박준형 기자〕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