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으로 44세인
태어나서 한번도 담배를 안핀 남자,,,
세달에 한번씩 꼬박 꼬박 정기 헌혈을 하며
그것으로 건강을 체크하는 남자,,,
일년에 네번 정도
10K 마라톤을 가볍게 뛰는 남자,,,
이년에 한번은 건강검진을 받으며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챙기는 건
주위 사람들에 대한 예의라고 믿는 남자,,,
고기를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고
얼마전 부턴 점진적 채식주의자로 살아가던 남자,,,
스트레스? 그게 뭐에 쓰는 거냐며
언제나 어린 마음으로 살아가는 남자,,,
자신의 일과 놀이에
언제나 충실하게 인생 참 신나게 사는 남자,,,
이런 남자가 폐암 2기 판정을 받았네요,,,^^
그것도 호주 이민을 준비중에
그냥 통과 의례처럼 찍은 X-Ray 한장으로,,,
이름도 모르는 호주 의사의 이메일 한통으로,,,
오른쪽 폐에 3cm 암이 있으리라곤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암판정을 받은 분들은
대부분 두군데 이상의 병원에서 재진을 한다고 하고
무슨 5단계인지가 있어 뭐 첨에 거부 하고 어쩌고 하다가
5단계에서 수긍하고 치료를 시작 하는다고 하던데
전 바로 5단계로 돌입,,,^^
왜 하필 내가?라는 질문 보다
그동안 내가 아니었음에 감사하고 바로 수술 결심,,,^^
뭐 생길만 하니까 생겼을 거라고 생각하고
일단 빨리 적절한 치료방법을 찾았어요,,,
병원도 아무 생각없이
집에서 제일 가까운 서울대 병원으로 결정,,,
뭐 그곳에 일하는 의사님들이라면
멋지게 치료해줄 걸로 그냥 믿었어요,,,^^
일차로 일단 조직 검사하기 위해 입원했지만
종양의 위치가 애매해서 그냥 수술하기로 결심,,,
수술을 하실 외과 의사님에 제게 축하한다고 해주고,,,^^
이렇게 초기에 종양을 발견하는 건 정말 드문일이라고,,,
저도 그렇게 생각 했어요,,,
모르고 다른 곳으로 전이가 되었다면 수술도 못했을텐데,,,
더구나 호주에서 발견 됐다면 생각만해도 아득,,,
다행히 전이가 안되었더라구요,,,
제가 제일 걱정 하던 것,,,
일단 전이가 되었다면 수술이고 뭐고 없고 걍 항암치료만,,,ㅠㅠ
수술 일정이 정해지지않아 퇴원했지만,,,
아,,,그 기다리는 시간이 또 후덜덜,,,
다들 빽을 쓰라고 누구에게 전화 해보라고 난리,,,
간호사분과 통화 중 저는 비교적 초기고 나이도 어리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해서,,,
그랬어요,,,
제가 새치기를 하면 누군가는 또 뒤로 밀리는 것이니,,,
근데 의외로 일주일 만에 수술 날자가 잡혔어요,,,야호~~~^^
다시 재입원,,,
전에 입원했을때도 그랬지만 왜이리 병원밥이 맛있는지
입원하고 퇴원할때 까지 밥을 남긴 적은 한번도 없었어요,,,
내가 하도 맛있다고 하니까
간호사 분들이 이런 환자분 첨 봤다고,,,^^
아마도 이런 맘도 있었을 꺼예요,,,
이왕 치료 받자고 온 병원인데 모든 걸 좋게 받아들이자,,,
밥도 맛있지만 환자를 편하게 대해주는 병원 시스템에 대만족,,,
환자의 말을 끝까지 귀기울여주는 의사와 간호사들,,,
수술 전날,,,
내 인생에서 제일 긴 밤,,,
혼자 이런 생각 저런 생각,,,
혹시 암이 아닐 수도 있는데,,,
그래도 넘 커져 있으니 수술은 해야겠지?
폐의 삼분의 일을 잘라낸다는 데
수술 후 나의 삶은 얼마나 달라질까?
수술 도중 무슨 긴박한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수술 후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치료할 수도 없다던데,,,
아휴~~~진심 잠 못드는 밤,,,ㅠㅠ
드디어 수술날 아침,,,
나혼자 입원했지만
혹시나 해서 오신 엄마와 장인어른,,,
근데 수술 동의서는 환자 본인이 해도 된다네요,,,
주치의의 상세한 설명,,,
특히나 치명적 부작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
아오,,,그렇게 자세히 안 얘기해줘도 되요,,,ㅠㅠ
혹시나 해서 장기 기증 사실을 알렸어요,,,엄마몰래,,,^^
엄마는 그와중에 농담을,,,
"야,,내가 다 알아봤어,,,꽁지머리 한 사람들은 수술 안해준데,,,"
엄마,,,,,ㅜㅜㅋㅋㅋㅋㅋㅋㅋ
저 사실 이날 까지 제가 누구에게 어떤 수술을 받는 건지 몰랐어요,,,
병원에서도 신나게 트윗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분이 저에게 쪽지를 보냈어요,,,
본인도 폐암 1기 판정을 받아 수술하게 되었다고
어쩌면 그렇게 태연하냐고 혹시 종교의 힘이냐고
그러면서 본인은 어느 교수님에게 어떤 수술을 받는 데 님은 어떠냐고,,,
전,,,아,,,잘 모르겠는데요,,,^^;;;
나중에 알았어요,,,
가슴을 5cm정도만 절개하고
등 뒤로 구멍을 두개 뚫어 하나는 카메라를
하나는 레이저칼을 넣어 수술하는 흉강경 수술이라는 것을,,,
그분이 트윗에서 제글을 보면 어쩐지 용기를 가진다고 글 좀 자주 써달라고 해서
병원에서 폭풍트윗,,,,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술하러 들어갈때
침대에 누워 텍스와 형광등이 샥샥 지나가는 광경을 보는 거,,,
아,,,이거 굉장히 기분 안좋음,,,왠지 모르지만,,,
병원 홈피에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제안 하려고 결심했어요,,,^^
드디어 티비에서만 보던 수술실 입성,,,
아,,,그 서늘함,,,높은 천정에 단순한 색의 벽,,,그리고 커다란 조명,,,
아,,,꽃그림이라도 그려놓지,,,^^
1분도 안되서 난 넉다운,,,,
.
.
.
.
.
그리고 4시간 30분 후,,,,
바로 중환자실,,,,
깨자마자,,,
으악,,,아파서 숨을 쉴수가 없을 지경,,,
그때 생각은 지금도 안남,,,
그냥 그 와중에도 옆에 있던 친구들에게 웃음을 보였다는 말만 나중에 전해들었어요,,,
일단 환자의 생체리듬을 완전히 확인 하고 진통제를 줘야 하기에 필요했던 시간,,,
목을 통해 기다란 바늘을 심장까지 꽂아놓고
작은 스위치를 내 손에 쥐워주며 아프면 누르라고,,,
아,,,요거 편해요 조금 아프다 싶으면 스위치 살짝 누르고 그러면 주사액이 추르륵,,,
바로 안아퍼져요,,,
효과가 이렇게 있으니 그에 따른 부작용도 상당 했어요,,,나중에 알게 된거였지만,,,
그리고 등 뒤의 구멍으로 썩션튜브가 연결되있고
항생제가 팔목에 연결되 있고
가슴에 심전도가,,,
아,,,움직일 수가 없어요,,,ㅠㅠ
하긴 첨에 진짜 겁이 나서 절대 절대 조금도 안움직임,,,,ㅋㅋㅋ
그렇게 중환자실에서 하루를 보내고 병실로 돌아왔어요,,,
첫날은 동호회분이 꼭 간호해주고 싶다고 해서
고맙게 그간호를 받았고
둘째날 부터 간병인을 썼어요,,,
아직도 그분에게 감사드려요,,,
수술하면 무조건 간병인에게 간병받는 게 진리예요,,,
호흡훈련, 운동등을 체계있게 때로는 조금 엄하다 싶을 정도로 시켜요,,,
결국은 그것이 빠른 회복에 완전 도움이 됐어요,,,
24시간 나만 바라보고 심심할 땐 둘이 의사랑 간호사 뒷담화도 좀 하고,,,ㅋㅋㅋㅋㅋ
첫날 부터 문병 온 많은 친구들,,,
제가 음료수 같은 거 사오지 말고 책 한권 씩만 부탁 했었는 데
솔직히 수술 끝나고는 한줄도 못봤어요,,,
글도 머리에 안들어 오고 왠지 되게 바빠요,,,환자도,,,,^^
진통제의 그 강력한 힘이 아픔은 없애줬지만
대신 내 생체리듬은 안드로메다로,,,
도무지 작은 볼일을 볼수가 없는 거예요,,,
그때마다 꽃미남 인턴 오빠 출동,,,
아,,,호스를 거기에 꽂고 배를 꾹꾹 눌러주면
아,,,시원해,,,ㅋㅋㅋㅋㅋㅋ
한번은 내 배를 누르면서 한숨을,,,
왜그랬나 했더니 900ml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근 중독됨,,,,
미안 했어요 인턴 오빠,,,,^^
그리고 이틀 후,,,,
회진을 돌던 교수님 날 보더니,,,
"어,,,이 환자분 아직 안갔어?"
주치의는 "네 곧 퇴원 할갑니다,,,"
전 "나,,,갈께요,,,"
뭐야,,,나 쫒겨나는 거?
쨌든 그런 기분으로 퇴원했지만
그만큼 수술결과가 좋았단 얘기,,,^^
퇴원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든생각,,,
아,,,아직도 문병 올 친구들이 백명도 넘는데,,,^^
간호사들과 미팅도 주선해야 하는 데,,,,ㅋㅋㅋㅋ
2주 후 처음간 외래,,,
내 가슴 사진,,,
이제 노래가사에 구멍난 내가슴 어쩌고 그러면 흠칫놀랬듯,,,ㅋㅋㅋ
뭔가 허전한 마음,,,^^
수술 잘되어서 3개월후에 만나자는 기분 좋은 얘기를 들었지만
같이 떼어난 임파절에서 암세포가 한개 발견 됐으니
항암치료 한달만 받자고 방사능과 선생님 소개,,,
힝~~~전이 안되었는 줄 알았는 데,,,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정말 천만 다행,,,
딱 전이 되기 전에 발견 된거잖아,,,
누가 날 이렇게 도와 주고 있을까?
우주의 어느 기운에게 감사해요,,,정말,,,
오래오래,,,아니 한순간 한순간 행복하게 살께요,,,^^
그러다 3주 후 진통제를 끊었어요,,,
마약 성분이라던 진통제
역시 끊자마자 밀려오는 금단 현상,,,,
왜 티비에서 보면 암환자가 혼자 변기 붙잡고 막 괴로워 하잖아요,,,
그거 저 해봤어요,,,
넘어올 것도 없는 데 속은 계속 미식 거리고
생전 처음 느껴보는 우울증 돌입,,,
계속 눈물,,,
분명이 이것 또한 지나 갈 것을 알지만
당장은 이상태가 영원 할거 같은 생각,,,,
아,,,몸이 발란스는 완전 다 깨지고
머리끝 부터 발끝가지 아프고 힘들고 진땀만 나고
더불어 짜증 작렬,,,
그렇게 3일을 보내다 해결 방법을 찾았어요,,,
손내밀기,,,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나 힘들어 죽겠다고 도와 달라고 단체문자,,,
쏟아지는 위로의 답글들,,,
읽으며 계속 울었어요,,,그때 전화 통화는 못했어요,,,
서로 울기만 할까봐,,,,
역시 효과 100%,,,,^^
사랑을 주고 받는 것에 워낙 익숙한 나,,,
그렇게 사랑을 받다보니
우울증은 스르륵 사라지고,,,,
혹시나 해서 들었던 암보험 두개,,,
4000만원이 바로 입금되었어요,,,
우와~~~~~~~~
치료비로 500만원 들었으니 상당히 남는 장사,,,
솔직히 지금은 무서워서 멀리는 못가겠고
올겨울 북해도 가서 좋아하는 삿뽀로 맥주 한잔 먹고 올려구요,,,^^
혹시 암보험 없으신 분,,,
제일 싼거,,,전 3만원이었어요,,,들어 놓으세요,,,
도움 많이 될거예요,,,
앞으로 내인생에서 제일 겁나는 단어는
"재발"
그렇게 안되도록 조심 조심 할려구요,,,
원인을 알고 싶지도 않고 정확하지도 않겠지만
지금 제일 유력한 건 20년동안 신나게 했던 나의 직업,,,
인테리어,,,
특히나 멀티플렉스 극장 공사를 많이 해서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
어짜피 올해 부터 저는 일하다 쉬는 게 아니라
놀다가 잠깐 일하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었으니
쉬엄 쉬엄 순간 순간을 충실히
신나게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려구요,,,^^
앞으로 남은 항암 치료도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해요,,,^^
필요하면 언제라도 부를께요,,,
그때마다 따뜻한 사랑과 도움 주세요,,,^^
제 홈피예요,,,^^
요즘은 홈피보다 트윗,,,^^
@chul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