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2011-09-05]
기성정당 호소력 잃어..`제3세력화' 성공여부 불투명"정당에 대한 불신 반증..새정치 바라는 국민의 명령"(서울=연합뉴스) 강영두 신재우 정아란 기자 = 대한민국 정당정치에 일대 경종이 울리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검토한다는 소식만으로도 기성 여야 정당이 주물러온 선거판이 근본부터 흔들릴 조짐을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에 반감을 보이며 무소속 성향을 드러내고있는 안 원장은 후보군으로 거론돼온 현역 정치인들을 제치고 압도적 1위로 차기 시장감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시민 후보'를 자처하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출사표를 던질채비를 본격화하며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기존 정치 문법에 물들지 않은 정치권 밖의 인사들이다. 반면 여야 정당은 아직 후보의 윤곽도 잡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정치 공방과 폭력, 부패, 동료의원 감싸기 등 구태를 되풀이하는 정치권에 염증과 불만을 느끼며 대안세력을 추구해온 국민들의 갈망이 서울시장 보선이라는 정치적 계기를 맞아 폭발했다는 것이 '안철수 신드롬'의 본질이라는 지적이다.
◇안철수 `뜨고', 양당 `침몰' = 5일 발표된 일부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간판 주자인 나경원 의원과 한명숙 전 총리을 제치고 압도적인 선두를 달렸다.
중앙일보가 지난 3일 한국갤럽에 의뢰해 서울시민 1천6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 따르면 10명의 예비후보 중 안 원장은 39.5%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나 의원은 13.0%, 한 전 총리는 10.9%로 2, 3위에 그쳤다. 정치신인이나 다름없는 박 상임이사도 정운찬 전 총리(3.6%)에 이어 5위를 달렸다.
같은 날 국민일보가 GH코리아에 의뢰해 서울지역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여론조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안 원장(36.7%)은 나 의원(17.3%)과 한 전 총리(12.
8%)보다 2∼3배 많은 지지를 얻었다. 박 상임이사도 5.0%의 지지율로 4위에 올랐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2.1%), 한나라당 원희룡 최고위원(2.1%), 김황식 국무총리(1.3%) 등 인사들은 박 상임위사의 뒤로 처졌다.
◇"기성정당 호소력 없어" = 전문가들은 여야 후보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간판급 인사들조차 뒤로 밀려나는 상황에서 기성 정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얼마나싸늘한지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삶의 궤적에 울림이 있는 정치권 밖 인사들의 출마설에 기성 정당의 한계와 위기가 여과 없이 노정됐다는 것이다.
한국정치학회장인 박찬욱 서울대 교수는 `안철수 신드롬'에 대해 "기존의 중요선택지가 별로 호소력이 없다는 것"이라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대한 불만, 여러업적과 기여가 많은 안 원장의 참신한 이미지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아직 서울시장에 출마한다고 결정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찍겠다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것은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이그만큼 크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특히 "선거의 계기가 된 무상급식 정책을 놓고 여야가 협상과 타협도못 하고 투표로까지 가는 정치적 교착상태와 대결구도에 대한 불만이 투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현 정부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했다는 실망감과 민주당이 대안정당으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신감이 중첩된 결과"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은 "안 원장의 높은 지지율은 `리얼리티'(현실)이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안 된다고 한다는 의미"라고 했고, 민주당 조경태 의원은 "새로운정치 질서를 구성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기성 정치인으로는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총선 약진 가능성은 불투명" = 안 원장이 지지율 고공비행을 계속해 서울시장직을 차지할 경우 내년 4월 총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교수는 "단순히 서울시장 선거로 그치지 않고 내년 총선까지 제3세력이 세력화된다면 내년 총선은 물론 한국 정당정치의 지형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도 "우리 국민은 항상 선거 때마다 물갈이 욕구가 컸다"며 "제3세력이신인을 대거 영입하거나 그런 움직임으로 갈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안 원장의 인기는 개인 역량과 신뢰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주변 및 신진인사들까지 참여하는 제3의 정치세력화는 파괴력이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안 원장도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이뤄질 검증의 칼날에 상처가 나면기세가 한풀 꺾일 수도 있다. 특히 전국적인 선거인 총선은 여야의 선거 구도와 전략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도 `제3세력' 약진 가능성에 크게 힘이 실리지 않는 요인이다.
이 교수는 "돈과 조직 측면에서 제3세력화가 쉽지 않다"면서 "그나마 취약한 우리나라 정당정치가 더 파편화되는 것이 장기적인 정치발전에 도움이 될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여야도 기존 이미지로는 안되기 때문에 신진세력을 흡수해 외연을 확장하려 할 것"이라며 "제3세력화 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 이재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