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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윤 ‘세계로 가는 아이들’

이지연 |2011.09.08 15:33
조회 8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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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동네 아이 모두 데리고 여행 떠나는 히피 엄마 야간 자율학습에, 학원에 밤늦게 어깨가 축 처진 채 집으로 돌아오는 우리나라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불안한 마음에 그 대열에 끼게 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나라 부모들의 현주소다. 그런데 요즘, 과감히 새로운 교육방식을 실험하는 젊은 부모들이 있다. ‘세계로 가는 아이들’의 대장이자 결혼 10년차 주부인 양성윤(38) 씨. 그녀는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 기획자로 입소문을 타면서 다른 부모들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최은선  자유기고가   그녀, 결혼 전에는 늘 ‘인생은 아름다워’를 외치는 자유롭고 긍정적인 영혼이었다.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일 또한 물처럼 흘러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어릴 때부터 비틀스를 좋아했다는 단순한 이유로 무작정 선택했던 영국에서의 유학생활 동안 그들의 느긋하고 여유로운 생활 모습에 매료되었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늘 그렇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결혼 후 아이를 낳자, 사는 방식에 대한 주변의 참견이 심해졌다. 때로는 타인에게도 거침없이 향하는 지나친 관심과 간섭들로 숨이 막혔다. 어느 날 TV의 광고 카피로 등장했던 ‘우물쭈물하다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버나드 쇼의 묘비명에 제대로 꽂혀 이렇게 우물쭈물하지 말고 ‘일단 뜨자’고 마음먹었다. 멀쩡히 회사 잘 다니던 곰 같은 남편을 집요하게 꼬드겨 20개월 된 아들을 비행기 바구니에 태우고 그렇게 또다시 영국으로 떠났다.
 
  “두 달 남짓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모든 면에서 더욱 성실해진 서로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남편은 다시 공부를 시작해 직장을 얻었고, 저도 영어 가르치는 일을 병행하면서 1년에 한 번씩 여행을 떠난다는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살았죠.”
 
 
  동네 아이들 이끌고 해마다 유럽으로
 
  여행의 매력이란 그런 것이었다. 현실의 삶조차 판타지로 바꿔놓는다는 것. 두번째 여행에는 그가 영어를 가르치던 학생 중 네 명이 동행했다. 아이들이 참여할 만한 현지의 여름 캠프나 클래스를 찾고, 박물관이나 갤러리의 투어 프로그램도 꼼꼼히 챙겨보니 좋은 커리큘럼이 많았다. 그의 아들은 학교도 들어가기 전이었고, 그가 영어를 가르치던 학생들 역시 초등학교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걱정 반 기대 반이었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녀조차 신기할 정도였다고 한다.
 
  “저는 인솔자라기보다는 보호자 역할이에요. 유럽에 가면 방학을 이용해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온 부모들을 꽤 많이 만나는데, 늘 똑같은 푸념들을 하죠. 힘들어서 다시는 안 데리고 다닌다고. 그렇게 소 끌고 다니듯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니 아이나 부모나 똑같이 지칠 수밖에요. 아빠는 아이가 제대로 못 쫓아온다고 난리, 엄마는 도와주지 않는다고 난리, 아이는 억지로 끌려 다니는 게 힘들어서 난리. 저는 매번 열 명 정도 아이들과 함께 다니는데, 일정한 루트만 짜두고 이동하는 방식, 참여하고 싶은 프로그램이나 보고 싶은 것 모두 아이들 스스로 선택하게 해요. 아이들은 박물관 문이 닫힐 때까지 시간이 아까워 발을 동동 구르며 다닐 정도로 재미있어 하죠.”
 
  ‘그냥 많이 보여주고 다니자’가 여행의 모토였다. 그러다 보니 ‘영어를 배워 오겠구나’ 하고 기대하기보다 ‘또 다른 경험을 시키고 싶다’는 학부모들이 모여 작은 커뮤니티를 이루었고, 한 포털사이트에 ‘세계로 가는 아이들’이라는 카페까지 열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생애 처음 외국으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아이 때문에 인생을 버거워하던 젊은 엄마들도 아이와의 여행을 계획하면서 또 다른 자유를 만끽한다.
  아이에게 공부보다는 세계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는 양성윤 씨 가족.
  “처음 제 아들을 데리고 남편과 여행을 떠나려 했을 때 서점에서 책을 찾아보니 죄다 어른을 위한 것이더라고요. ‘세계로 가는 아이들’이라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저처럼 아이와 함께 여행하고픈 엄마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대로 모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주로 영국과 독일을 기점으로 여행 루트를 짜는데, 가장 어려운 것이 아이와 함께 묵을 쾌적한 숙박 시설을 찾는 것이라고 한다. 시내의 이곳저곳을 여유롭게 다닐만큼 가까운 거리여야 하고, 내 아이가 잠잘 곳이니까 집처럼 쾌적한 환경이었으면 좋겠지만 꽤 오랜 일정이라 호텔보다는 싼 가격의 실용적인 숙소를 찾아 한 달 이상 인터넷을 뒤진다고 한다. 또 열두 살 미만 아이들을 받아주지 않는 곳도 많아 현지의 시청 등에 적어도 두 달 전에 메일로 문의해 사전 예약하고 떠나야 하는데 그럴 때 필요한 사전 정보와 지식, 아이들과 함께 갈 만한 식당, 쇼핑에 대한 정보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그래도 영국 현지 정보가 가장 살뜰한 것이 타임아웃 키즈(Time out kids) 정도. 그는 거의 모든 박물관이나 갤러리 등에서 열리는 아이들을 위한 무료 교육 프로그램, 각 지역에서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는 교육 환경 등 우리 엄마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가이드북을 기획하고 있다.
 
  여행 때마다 열 명 가까이 아이들을 줄줄이 달고 다니다 보니 재미있는 일화도 많다고 한다. 한번은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 프랑스로 이동하는데 같은 칸에 탄 젊은 청년이 용기를 내어 물어보더란다. “대가족이시네요. 얘가 막내예요?”라고.
  양성윤 씨는 방학마다 열 명 정도 아이들을 인솔해 해외여행을 떠난다.
 
  아이 교육 걱정이요?
  부모는 그저 힘들 때 안아주는 품이 되면 되죠
 
  생후 20개월에 처음 비행기를 탔던 아들은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곰처럼 성실하게 일만 하던 남편’에게 ‘자유로운 히피 에스프리’를 물들였다는 그녀에게 물었다. 아이가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어도 지금처럼 할 수 있겠느냐고.
 
  “저도 여느 부모들처럼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죠. 하지만 아이가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도 모르면서 나만의 욕심으로 뭔가를 주고 싶지는 않아요. 저는 그저 아이가 힘들 때 달려와 안길 수 있는, 품이 넉넉하고 편안한, 넘치지 않는 테두리 엄마가 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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