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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에... |2011.09.08 20:15
조회 58 |추천 0

-안철수와 박원순, 그리고 서울시장 선거 관전포인트-


안철수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여부에 쏠리던 관심이 박원순희망제작소 상임대표와의 단일화이후에는 나경원, 한명숙, 맹형규 등등의 후보군의 개별 지지도는 물론 가상대결 지지율까지 온갖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난무하고 있다. 안철수 대 박근혜의 예상대결 지지율까지 발표되고 있으니 가히 점입가경이다. 이 와중에 딱한 희생자도 생기고 말았다. 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의 진으로 선수를 쳤던 천정배의원말이다. 천의원은 거의 언급조차 되지 못하는 잊혀진 얼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말았다.


정치여론조사야 어느 사회나 흔히 있는 것이지만,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선호역전현상이라는 한 가지 중요한 관전포인트를 알고 보면 더욱 재미가 있을 것이다.


갑과 을 두 정치인이 있다. 갑은 약 10,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능력을 가졌지만 탈세 같은 약간의 개인 비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을은 5,000개 정도의 일자리 밖에 만들지 못하지만 개인비리는 전혀 없는 청렴한 사람이다. 이 둘의 인기도, 즉 지지도를 개별적으로 조사하면 누구의 지지도가 높을까? 일반적으로 을의 인기도가 갑보다 더 높다.


그러면 이 두 사람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 로웬탈(Lowenthal)의 연구에 의하면 갑 후보, 즉 일자리를 많이 만들 것으로 기대되는 후보가 2:1의 비율로 이겼다. 능력이 청렴을 이기고 역전승한 것이다. 이런 의외의 결과는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전례가 있다. 95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선호도 1위를 달리던 무소속 박찬종 후보가 민주당의 조순 후보에게 패하고 말았던 것이다.


후보별 지지도 조사(Individual approval poll)에서는 훨씬 앞선 후보가 투표에서는 큰 차로 지고 마는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 이것은 개별 지지도 평가에서는 감정 자극형(affectively arousing) 후보가 더 높게 평가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각종 부정, 부패, 비리, 파벌싸움과 권력다툼에 식상한 국민들은 “정치인은 청백리였으면 좋겠다.”, “오염되지 않은 참신한 얼굴이었으면 좋겠다.”는 강렬한 바람(욕망)을 갖게 된다. 개별 후보별 지지도에는 이런 욕망이 투영된다. 하지만 투표라는 비교평가에서는 다르다. 정치인이 가져야 하는 덕목 중에 가장 중요한 덕목은 세상을 더욱 풍요롭고 평화롭게 만드는 능력이므로 그 능력이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욕망(want)”이라는 감정보다는 “논리와 이성”이라는 "당위(should)"가 투표에서는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이렇게 사람들은 개별적으로 평가할 때는 감정적 선호에 따르고, 동시에 여러 대안을 비교 평가할 때는 더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평가하는 것이다.


장관후보 청문회를 들어 보자. 청문회 때마다 정작 중요한 능력, 기본 신념, 정책방향 등에 대한 검증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온갖 시시껄렁한 개인비리 파헤치기 시합이 벌어진다. 위장전입이니 투기니, 탈세니 하는 일견 사소한 문제들로 허송 세월한다. 본말이 전도된 이런 현상은 한 사람을 상대로 개별적인 판단을 하기 때문에 감정이 앞서는 탓이다. 만약 장관 후보로 두 사람을 추천한다면 어떻게 될까? 개인비리 폭로의 경연장이 되기보다는 장관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어디로 이끌어 가야하는가 하는 본질적인 문제가 보다 심도 있게 다루어지고 비교될 것이다.


이런 예로 미루어 본다면 현재의 안철수의 인기나 안철수의 인기를 물려받은 박원순의 인기가 투표에서 표라는 형태로 현금화되기는 힘들다. 사람들은 가급적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당장에는 안철수와 박원순을 동일시하여 안의 인기가 박에게 전이되었지만, 그 효과가 얼마나 오래 갈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인기가 개별 선호가 아닌 비교 투표에까지 이어지리라 보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선호역전(preference reversal) 현상은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역전이 이루어지란 법도 없다. 불행하게도 욕망이 논리와 이성을 지배하여 무능력하지만 깨끗한 사람이 당선되기도 한다. 미국의 지미 카터대통령이 그 예이고, 한국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바로 그 케이스이다. 굳이 얘기하자면 사람들의 개별적인 선호가 “신데렐라 만들기”로 이어져서 신데렐라가 탄생하는 꼴이다. 정동영후보에게 밀리던 노무현후보는 뜻밖에도 호남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며 상황을 극적으로 역전시켰고, 끝내 이회창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서민적 이미지, 민권변호사, 군사독재의 수괴에게 명패를 집어 던진 정의로운 사람, 분노해야할 때 분노할 줄 아는 감정을 가진 사람, 좌익으로 활동했던 장인을 가졌지만 “나보고 아내를 버리라는 말인가?”하고 정면으로 반박한 인간적인 사람, 이런 것들이 모두 사람들로 하여금 노무현이라는 감정 자극 대안을 선택하게 만든 것이다. 이런 이미지는 이회창씨의 “냉철한 논리와 이성” 이미지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다. 투표에서 감정이 이성을 추월하는 순간 노무현이라는 신데렐라가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욕망이 당위를 누르게 되면 문제는 심각하다. 개인적 능력의 부족은 주위의 머리를 빌려 부분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하겠지만, 본인의 신념과 관련된 부분은 틀려도 고칠 방법이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과는 분야에 따라, 또 각자의 생각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논외로 하자. 다만 대미관계에서 그가 저질러 놓은 일, 쓸데 없는 자존심 세우기, 성급하고 경솔하게 내뱉은 말로 인해, 그렇지 않았더라면 얻을 수 있었을 엄청난 국익이 희생되었고, 필요 없는 부담을 하게 되었고, 생기지 않아도 좋을 간극이 생기고 만 것이다. 그 간극을 메워 원상 복구하는 데는 지금도 많은 비용과 노력과 시간이 투입되고 있다. 이성과 논리가 아닌 욕망으로 판단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라는 신데렐라의 지지를 이끌어 낸 박원순대표가 끝까지 완주하여 승리할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박원순은 신데렐라가 아니고, 냉철한 논리와 이성을 뒤집을 만큼 유권자의 감정을 자극할 능력도 부족하다. 다시 말해, 지금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하더라도, 정작 투표에 가서는 제2의 박찬종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물론 박원순이 서울시장에 당선될 수도 있다. 만약 그가 성공하여 또 다른 노무현이 된다면, 노무현이 저지른 일의 뒤처리에 전전긍긍하며 몇 년을 보내듯이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혼란과 갈등은 가중될지도 모른다.


박원순대표의 인기가 높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개별 선호도이며, 이성과 논리가 작동하는 투표에서는 역전될 가능성이 많다. 이것은 학문적 예측이니, 학문이 실제와 얼마나 다를지는 두고 볼 일이다. 사족을 달자면, 보수와 여권이 어처구니 없는 닭대가리 짓을 한다면 이 예측은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학문에서 고려할 수 없는 요인이니 틀려도 학문을 탓하지 않기를 바란다.


출처 : 프런티어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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