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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새벽 2시경, 대학교 앞 버스 정류장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

이민성 |2011.09.15 03:22
조회 9,790 |추천 19

야심한 새벽 시간...

잠도 안 오고 생각 정리할게 많아서 밖에 산책을 나갔다.

학교 근처로 걸어가는데 버스 정류장 긴 의자에 여자로 보이는

사람 한 명이 앉아있더라.

시간을 확인해 보니까 대략 새벽 1시 20분 정도..

 

근처에 정차해놓은 택시가 몇 대 있는대도 불구하고 가만히 앉아 있는 폼이

돈이 없어서 아침 첫 버스를 기다리는 거 같았다. 

혹시나 친구 기다리는거 아닌가 해서 그냥 지나치고 산책을 계속 했다.

그리고 2시쯤 되어서 다시 돌아오는 길에 여전히 정류장 의자에 앉아있는 그 여자분을 보았다.

 

저건 아무리 봐도 집에는 가야 하는데 택시비는 없고

있을 곳을 찾지 못해서 하염없이 밖에서 기다리는 것으로 보였다.

이 늦은 시간에 혼자 이렇게 밖에 있으면 얼마나 무섭고 외로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비라도 빌려줘서 빨리 집으로 돌려보내야 할 거 같은데

나의 탈인간화한 얼굴로 말을 잘못 걸면 간첩으로 신고 당해서

경찰서에 잡혀가기 딱 좋은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이번에 감방가면 죽기 전에는 다시 해를 못 볼건데...ㅠㅠ

산책 나온 상황이라서 돈도 없고 지갑도 없으니 신분도 증명 할 수 없고 돈도 빌려 줄 수 없다.

 

고민하다가 평소 친하게 지낸다고 생각했던 여자애한테 카톡을 썼다.

 

"버스정류장에서 돈 없어서 앉아있는 듯한 여자 봤는데

택시비 빌려준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할까요?"

 

라고 보냈는데 그 사람은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내 카톡을 씹었다. ㅋㅋㅋ

 

내 여동생 나이뻘정도로 보이는 그 여자분이 걱정되었고

결국은 집으로 지갑과 신분증을 가지러 갔다.

연락처 달라고 하면 혹시라도 오해할거 같아서 종이에 대구은행 계좌번호도 적었다.

나중에 돈 갚을 수 있으면 이 쪽으로 돈 부쳐달라고 말하려고 했다.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나가서 조심스럽게 그 여자 옆으로 걸어갔다.

어그로 99 보스 몹 등장에 그 여자분 깜짝 놀라서 나를 쳐다봤다.

하긴 낮에 봐도 거리감이 느껴질 얼굴인데...ㅋㅋ

낯선 사람들이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는 1.6 미터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건냈다.

 

"저기요, 제가 나쁜 사람은 아니고요,

아까 지나가면서 봤는데 집에 갈 돈이 없어서 기다리는 듯 해서 돈 좀 빌려드릴려고 말 걸었습니다."

 

진짜진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내 말을 들으면서 여자가 두려움을 느껴도 안 되지만

돈 없어보인다는 말에 부끄러움을 느껴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근데...................ㅠㅠ 

 

"저 지금 친구 기다리거든요!!"

 

그 여자분은 제삿상에 올라온 피자 토핑 보듯이 나를 쳐다보며

짜증난다는 말투로 대답했다.

그리고 아이폰을 꺼내들고 밀어서 잠금해제 화면을 쳐다보셨다.;;;; 하하하 ㅠㅠ

 

"넵!! 편한 밤 되십시오!!"

 

놀란 마음에 이등병 시절에 쓰던 말투가 나와버렸다. 

나쁜 짓 할려는 것도 아니었는데 열라 쪽 팔린다.

역시 오지랍은 적당히 넓어야 해...ㅠㅠ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컴을 켜고 이 짓을 하고 있다.  

흠...근데 아직도 여자분이 거기에 있을 듯 해서 걱정은 되는데 다시 가서 말 걸자니

그것도 못 할 짓인거 같고 암튼 그렇다...아놔

 

다시 가서 돈을 빌려주고 와야 하나요?

추천수19
반대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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