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불교의 세계를 목표로 25일 개원하는 조계종 국제불교학교의 주역들. 왼쪽부터 원어민 강사 마야 터너, 학장 무진 스님, 화운사 주지 도현 스님, 원어민 강사 켄드라 버넷, 학감 자우 스님.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영어로 포교할 스님 기르는
'국제불교학교' 오늘 개교
"한국 불교 세계화 이끌 것"
경기도 용인의 아파트 숲 건너편, 꼬부랑 산길로 잠시 접어들면 산속에 절 하나가 홀연히 나타난다. 용인시 처인구 삼가동의 화운사. 조계종이 "세계인에게 영어로 설법하고 불교 관련 국제회의도 자연스럽게 진행할 인재를 키워내겠다"며 25일 문을 여는 '국제불교학교'가 자리 잡은 곳이다. 강의는 물론 생활도 모두 영어로 진행하는 2년제 전문교육기관이다. 연면적 100평 규모의 건물 1층에는 강의실과 도서관 등이, 2층에는 학인 스님들의 숙사가 자리 잡았다.
"수년 전 인도 성지 순례를 갔을 때였어요. 인도에서 만난 스님이 한국에도 불교가 있느냐고 물으시는 거예요." 학감 자우(慈友) 스님은 "한국 불교의 아름다운 전통을 세계가 이렇게나 모르고 있다는 게 너무 답답했다"고 했다. 지난해 조계종이 종단 차원에서 시작한 국제불교학교 프로젝트는 서울에서 비로자나 국제선원을 운영하며 불교 영어 교육에 힘을 기울여온 자우 스님에겐 "부처님이 주신 기회"였다.
학교의 학장은 스위스 법계사 주지 무진(無盡) 스님이 맡았다. 영국인 아버지와 캐나다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비구니 스님이다. 스위스에서 대학을 나온 뒤 스리랑카에서 출가했으며, 한국에서 비구니계를 수지했다.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로 원어민 교사 전화 면접을 직접 진행했고, 500여회의 수업안까지 만들어 뒀을 정도로 열정적이다.
여기에 화운사 주지 도현(道現) 스님은 화운사 내 능인선원을 국제불교학교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넉넉지 않은 사찰 예산을 탈탈 털어 건물 리모델링 등에 4억5000여만원을 지원했다. 풍채가 당당한 여걸(女傑)형인 도현 스님은 "작년 12월에 종단 교육원에서 오셔서 '국제불교학교' 얘기를 꺼내시기에 스승님 허락도 받지 않고 덜컥 승낙했다"며 "결국 스승이 모아두셨던 장례비용까지 받아서 모두 학교에 썼다"며 웃었다.
국제불교학교는 교과 과정도 야심차다. 우리말을 쓰는 시간은 새벽 4시에 일어난 뒤 드리는 예불 시간뿐이다. 참선·공양을 마친 뒤 오전 7시 30분부터 12시까지 영어수업을 한다. 오후에는 교리, 사찰경영, 포교 마케팅, 국제매너 등을 역시 모두 영어로 배운다. 간화선이나 위파사나 같은 수행법은 '외국인에게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중점을 두고 교육된다. 하버드대 출신 서광 스님이 '불교 카운셀링'을, 호주 출신 지광 스님이 '선과 창조성' 강좌를 맡는 등 조계종의 국제적 인재들도 강사진으로 총출동한다.
한국 불교 세계화의 원력을 세운 첫 학인 스님은 모두 9명. 나이는 33세에서 49세로 다르고, 영문과 졸업자나 의대 교수 등 경력도 다양하다. 하지만 '한국 불교를 통해 세계인이 고통과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희망만은 한결같다. 미국 출신 원어민 강사 켄드라 버넷(40)과 마야 터너(29)가 학교에서 숙식을 함께 하며 이들을 가르친다.
"스님들은 내 존재 자체가 모든 것의 은혜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이 은혜를 어떻게 갚을 것인가 고민해요. 이곳 국제불교학교에 모인 사람들은 영어 포교를 통해 이 은혜를 갚겠다는 결심을 한 거죠." 학감 자우 스님은 "국제불교학교의 교육은 단순히 영어를 잘하는 인재가 아니라, 어떻게 한국 불교를 영어로 이해하고 잘 설명해낼 수 있는지 토론하고 합의해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