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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죽은 자들의 황혼 쁘레 룹

박민지 |2011.09.18 23:30
조회 5 |추천 0

 

 2011.7.27

 

바이욘 사원과 그 이외의 것들을 거닐다

조금 이른 시간에 쁘레 룹으로 간다

젖은 논밭과 길을 지나

일몰을 향해...

 

 

 

 

안녕...

무수히 우리

인사 나누었던 따뜻한 캄보디아 사람들...  

 

 

 

 

 

 

 

 

 

재차 궁으로 들어설 때마다

어떤 정갈한 의식처럼 펼쳐주었던 호수와...

 

 

 

 

 

도착했다.

까맣게 탄 재로 죽은 영혼의 육신을 만들었다는 쁘레룹.

그러하기에 더욱 붉고 담담하게 장엄했던

죽은 자들의 마지막 사원,

왕을 위한 화장터.  

 

 

 

 

 

 

그저 붉게 저무는 황혼을 기다릴밖에 

지평선 가득 펼쳐진 풍성한 밀림을 우러러 주저 앉을 수밖에...

 

사후 세계로 들어서는 마지막 문이기에

헤아릴 수없이 정교하게, 곧 무너질듯 악착같이

자잘한 흙과 돌들이 하늘을 향해 기어오르고 있다     

 

 

 

 

 

 

 

 

 

 

해가 지기엔 시간이 아직 많다

다시 기어 내려가 한 형제를 발견하고  

 

 

 

 

 

형은 10살

동생은 그저 뒤로만 숨는다

아주 망설이다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원달러를 흘리는데 

우리 인사가 퇴색되기 싫어

그냥 방긋 웃어주고 말았다

돌아서는 순간 후회한다

다시 돌아서면 서로 구차해질 것 같아 

단단히 걸어간다  

 

 

 

 

 

 

 

 

 

 

 

 

 

모든 것의 실루엣이 분명해지고

산 것과 죽은 것이 분별없이 사라질 무렵

지천으로 깔린 어스름이 황혼에 가까운 것이라 착각하고

이쯤이면 되었다 자위하며 내려왔다

이것이 천추의 한이 될 줄 모르고

나는 왜 그냥 내려와버렸다

 

 

 

 

 

 

 

 

튠 아저씨를 만나 다시 돌아가는 길

거무스름을 지나 농익은 적보랏빛 울음 같은 것이 지천으로 깔리기 시작하는데

Back Back! 외치고 싶었지만 

이곳에서까지 그렇게

또 억지스럽고 싶진 않았다

 

 

 

 

 

 

 

 

 

지금 돌아서 이 길에 내가 없다면

사위어가는 강빛을 또 담을 수 없었을 테니까

 

 

 

 

 

시내로 돌아와 시장 한복판에 뒤엉킨 전깃줄 사이로 

진보라 황혼을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모히또 한잔...

충분히 되었다

드디어 내일, 내게,

앙코르 와트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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