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는 주머니를 뒤적거려 수첩을 꺼낸다.
겨울 끝나지 않은 공원의 벤치는 아직 차디차다.
들썩이며 자리를 바꾸고 온도를 잰다.
바람막이 하나 없는 공원의 찬바람을 마주 대하며
생각에....
언제나 세상맞바람도 홀로 견디어 내고 있는것에 비하면
겨울마지막 찬바람도 시원할수 있다.
이수는 늘 파란 작은 수첩을 들고 다닌다.
필기구는 연필이다.
날카롭게 깍이어 지지 않은 연필심은 뭉툭하다.
이수 스스로의 마음같아서 잠깐 서글퍼 지다가도.
문득 문득 떠오르는 글귀들을 놓칠세라 파닥이며 글을 옮긴다.
두어줄 쓰다만다.
기억에서 흐려진다.
이수는 알고 있다.
요즈음 자꾸만 멍해지고 있음을.
자꾸만 멍해지는 머리속에서 기억을 부여잡기 위해서
귀찮아도 들고 다니는 파란 작은 수첩이 친구같다.
이수가 글을 이어간다.
......보고싶다......
공원멀리 바람타고 심플하고 유치한 가사가 귀에 박힌다.
유행가라....
그립다고 한다. 또 보고싶다고 한다. 또 가고 싶다고 한다.
유행가는 그렇게 말을 노래하고
이수는 노래를 읽는다.
또 그런다.
멍한 눈길끝에 세잎 클로버 뭉치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것을
응시하고.
잠시 주저앉아 네잎클로버를 찾아 볼까 하다가도 멈춘다.
찾아본들 어릴적 순수하게 네잎클로버를 찾아다 책갈피에
고이 모시는일 대신.
네잎클로버는 정상적인 세잎클로버들의 잘못된 유전자.
즉....돌연변이 클로버.
잘못 태어난것이 네잎클로버라는 것을 잘 아는 어느날부터다.
네잎클로버를 찾아도 그리 달갑지 않을만큼 때타있다고.
그래도 네잎클로버를 찾아서 건네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수고스러움을 자처 할지도 모른다.
이수는 사람을 찾는다.
멍한 눈길로 부딪혀 오는 찬바람은 뇌를 또렷하게 만들고
그립다 보고싶다 잘도 주절대는 유행가 가사에 마음 덧대서
그를....생각한다.
이수가 기억을 더듬는다.
그를...더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