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 열사는 일제 강점기의 독립 운동가로, 아우내 장터에서 군중에게 태극기를 나눠주고 만세 시위를 주도하다가 체포되어 옥사했다.
그것이 박정희 대통령의 군사 정권에 들어와서 국가 영웅의 성역화 작업의 일환으로 구국의 영웅 이순신 장군의 동상과 더불어 전국 각지의 국민 학교에 동상이 세워지거나 초상화가 걸리게 되었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의 경우도 그렇지만 그런 어른들의 사정과 상관없이 학교에 다니던 아이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괴담이 야기됐다.
20세기의 학교 괴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유관순 괴담이다.
보통 밤 12시가 됐을 때 화장실에 불을 끄고 들어가 혼자 거울을 쳐다보며 유관순 노래를 10번 반복해서 부르면 거울에 유관순 누나의 얼굴이 슥 나타난다는 괴담이 일반적이다. 그때 거울에 나타난 유관순 누나의 얼굴을 보면 죽거나 미쳐버린다는 이야기가 있어 많은 아이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사실 거울 괴담은 일본은 물론이고 서양에서도 단골 소재로 13시의 악마라든지, 블러드 메리 같은 게 거울에 비춘 유관순 괴담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서 더 파고 들면 한국의 거울 괴담은 유관순 괴담 외에 다른 것도 있다.
밤 12시에 화장실에 불을 끄고 들어가 입에 칼을 물고 거울을 내려 보면 거기에 미래의 배우자가 비춘다는 이야기로, 이건 일본 괴담에서 유래된 것이다. 한국 괴담은 여기서 끝이지만 일본 괴담에서는 그렇게 배우자의 모습을 보다가 실수로 입에 물고 있던 칼을 떨어트리게 되고, 수년 뒤 결혼을 하고 나서 남편 혹은 아내가 얼굴에 난 상처를 보이며 '네가 그랬지!'라고 소리를 지른다는 이야기다.
유관순이 살던 시대는 일제 강점기 때였고, 유관순은 열사였기 때문에 당시 일본군이 악의적으로 괴담을 유포했다는 설이 있는데 거기에 따르면 거울 괴담보다 더한 것도 많다.
얼굴의 반은 여자, 반은 남자. 혹은 여우. 손이 늑대발이라거나, 밤 12시에 역사 교과서에 실린 유관순의 사진. 혹은 학교에 걸린 유관순의 초상화를 보면 피눈물을 흘리거나 여우로 변하는가 하면 얼굴의 반이 화상 입은 얼굴로 변한다는 괴담도 있었다.
흔히 밤 12시가 넘으면 이순신 동상과 세종 대왕 동상이 살아 움직여 서로 박터지게 싸운다는 괴담이 흔히 알려졌는데, 세종 대왕 동상 대신 유관순 동상이 있는 학교에서는 유관순 동상이 이순신 동상과 싸운다는 괴담도 전해지고 있다.
실제 역사에서 유관순 열사가 옥중에서 가혹한 고문을 끝에 가슴과 자궁이 파열되어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다고 해서 어떤 괴담에서는 아예 그런 참상 때문에 남자도 여자도 아닌 원귀가 되어 거울을 통해 나타나 사람들을 무참히 해친다는 이야기까지 있다.
그러한 여러가지 괴담이 약 10가지 정도 되는데 그걸 전부 알게 되면 죽는다는 설도 있다.
이것은 한국의 학교 전설에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어떤 특정한 비밀을 전부 알면 죽는다! 라는 것에 파생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내가 국민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유관순 여우 설이 나돌았고, 그것과 별개로 학교에 전해지는 100가지 전설을 다 알면 죽는데 학교 수위 아저씨가 99가지를 알고 있다가 비교적 최근에 마지막 1가지를 알면서 급사당했다는 루머도 떠돌았다.
어쨌든 이렇게 다양한 설이 나돌던 괴담이지만 이것도 80년대에나 유행했을 뿐. 90년대에 들어서는 빨간 마스크와 홍콩 할매 등의 도시 괴담에 그 자리를 내주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아마도 지금 세대는 유관순 괴담이 뭔지 모를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