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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편지 내용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겠네요.
<받은 편지 내용>
수험생, 학부형 여러분,
진학준비에 밤낮으로 온 가족이 노심초사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모든 사람들이 가고 싶은 H대학,
합격만 하면 평생 지위와 부가 보장되는 최고의 명문,
모두 다 갈 수 만 있다면 좋으련만, 제한된 인원의 사람들만 갈 수 있는 이 현실,
저희도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H대학에 이르는
진실된 길을 알지 못하고 아까운 시간과 노력을 헛되이 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저 우수한 학업성적을 성취하고 사회봉사활동을 성실하게 하면
순위에 따라 H대학입학이 정해지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잘 못된 생각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노력만큼의 댓가를 얻지 못하고
참담한 실패를 맛보고 맙니다.
진리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H대학을 설립하시고 지금도 맡고 계시는 총장님을 알지 못하면
아무리 뛰어난 성적과 건실한 생활자세의 지원자도 불합격하는 일이 비일비재할 뿐아니라,
바닥을 기는 성적에 형편없는 생활태도의 지원자도 마지막 순간 총장님을 알고 찬양하면
합격의 길에 이를 수 있다는 이 엄청난 진리를 아는 순간,
여러분들은 총장님이 보시기에 새로운 지위의 수험생으로 다시 태어나
H대학에 이르는 탄탄대로에 들어 서게 되는 것입니다.
그럴 수가 있을까 사람들은 의심합니다.
그러나 총장님이 가장 싫어 하시는 것이 바로 그 의심입니다.
총장님은 객관적이고 사사로운 관계나 이해와는 거리가 먼 분이라 흔히
말합니다. 그러나 진리는 한낱 수험생이 짐작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총장님은 여러분과 같이 질투도 하시고 의심도 하십니다.
그것은 총장님이 여러분을 닮아서 그런게 아니라 여러분이
총장님의 모습으로 태어 났기 때문입니다.
총장님이 여러분에게서 바라는 것은 오로지 총장님만 바라보는 순수하고 충실한 믿음입니다.
혹 B대학이 낫지 않을까하는 마음, 성실하게 공부만 하면 되지 않겠는가하는 마음,
혹은 꼭 총장님을 찬양하여야만 갈 수 있다면 이상하지 않은가하는 그런 의심의 마음,
그런 마음을 가진 즉시 총장님은 그 지원자를 명단에서 즉시 지워버리는 것입니다.
믿음, 첫째도 믿음, 둘째도 믿음, 세째도 믿음 입니다.
믿지 않으면 기적은 일어 나지 않습니다,
믿음이 없는 마음을 총장님은 기뻐하지 않습니다.
매주 일요일 저희는 광신동에 소재한 황금회관에서 회원들과 함께.
총장님께서 직접 참여하여 만드신 '총장님과의 대화'라는 책을 가지고
총장님의 깊은 뜻을 생각하고 찬양하는 모임을 가지고 있사오니,
부디 참석하시어 저희와 함께 H대학의 정문을 향해 힘찬 발걸음 내딛을 수 있기 바랍니다.
회비는 각자 성의껏 내시는 것이 원칙이지만,
참고로 대부분의 회원이 학부형 수입의 십분지일 정도를
내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럼 오는 일요일 뵙기를 바라오며.
찬미 총장.
이런 허접한 사기꾼들에 속아넘어 갈 사람들이 있을까 했던 저의 생각은 며칠 후
H대학이 게재한 신문공고를 보고 무참히 깨지고 말았습니다.
공고
본대학 지원자 및 학부형 여러분,
최근 시중에 저희 대학 입학을 둘러싼 사기행위가 횡행하여,
저희 대학에 대한 신뢰성과 국가와 인류사회에 최고의 인재를 공급한다는
본 대학의 설립취지를 심각히 손상시킬 뿐 아니라,
수험생들간의 전반적 학업분위기를 크게 저하시키는 등 사회 질서를 문란케 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읍니다.
이에 저희 대학은 수험생들과 학부형들에게 다음을 분명히 해두고자 합니다.
첫째, 시중에 떠도는 '총장과의 대화'에 나오는 인물은 저희 대학총장이 아니며,
우리 대학총장은일체 그런 인터뷰나 대화를 가진 적도, 응한 적도 없음을 알려드리오며,
그 책속의 어떤 내용도 저희 총장의 의사와 무관함을 분명히 해둡니다.
둘째, 저희 대학의 입학업무는 학교가 직접 담당하고 있으며, 어느 외부의 개인이나
단체에 대리권을 준 적이 없읍니다.
세째, 총장 찬양행위는 저희 총장님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이며, 사기꾼들에게 낸
헌금 또한 전혀 저희 대학이나 총장께 전달된 적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학부형 여러분,
어찌 총장이 찬양과 헌금의 댓가로 지원자들을 합격여부를 결정할 수 있겠읍니까.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누가 성실히 본업에 전념하고 사회에 봉사하려 하겠으며,
이 제도와 사회가 유지되어 왔겠읍니까.
아직까지 매년 입학식 때마다 사기단들이 발급한 가짜 합격증과
'총장과의 대화'라는 책자를 든 사기 피해자들이 합격생보다 더 많은 수로 나타나
입학식이 그들 피해자들의 울음바다로 변하는 진풍경이 발생하고 있읍니다.
그들은 돌아갈 여비도 없이 갈 곳 없는 노숙자가 되어
습관처럼 '총장과의 대화'를 중얼거리며, 학교앞 구천동 일대를 방황하고 있읍니다,
향후 이런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저희 대학에서는 그런 어슬픈 사기에 넘어간
학생들의 도덕성 수준과 그들이 저희 대학의 권위와 총장의 명예를 훼손한 공범이라는 점
을 감안하여, 금년부터 피해학생들에게 일체 재차응시의 기회를 박탈키로
방침을 정하였사오니, 이 점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H대학 학생처장 천 국남 드림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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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읍습한 이야기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이지요.
▲ '고문 기술자', '인간 백정'으로 불리던 이근안 씨가 목사 안수를 받고 있다.
예수의 포도원 비유가 역겨워 지는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