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울산에 사는 20대 여자이고 많은 분들이 이 글을 보셨으면 합니다.
아 우선 어떠한 말부터 꺼내야할지 모르겠네요.
29일 어제 도가니를 보고 왔고 너무 어이없고 화가나지만 오는 길에 큰 일을 당할뻔 했어요.
영화를 보며 화나던 가슴을 진정시키며 좀 걸을까 싶어 친구들을 보내고 홀로 밤에 걸어오는 길이었어요. 그때가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요. 건너편 술집에서 심하게 싸우는 소리가 들리기에 무서운 맘에 흘깃흘깃 보다가 술에 취해 정신나간 미친놈에게 쫓기듯 편의점으로 들어갔고 그 놈도 따라 들어오더라구요.
그때부터 직감적으로 이상한 느낌이 들었고 편의점 안을 둘러보니 밤이라 여고생들 두명 빼곤 손님은 아무도 없었고 과자를 고르는 척 하는 제 옆으로 그 놈은 다른 판매대를 돌아 서서히 다가왔어요.
그때부터 눈 풀린 그 놈의 행동을 보고 여고생들이 수근거렸고 이내 그 아이들마저 나가버렸어요.
놀래서 도망치다 급하게 물을 집어들곤 카운터 앞으로 왔는데 그 놈이 소주와 컵라면을 들고 제 옆으로 다가와 계산하더니 그 더러운 눈길로 저를 아래위로 훑어봤습니다. 쉬지않고..
너무 소름끼쳐서 계산하는 직원분만 바라보고 있었고 그 놈은 비틀거리며 이내 나갔어요.
아니, 나간 줄 알고 안심하며 문을 바라봤는데 그 놈이 문에 딱 붙어서 절 보고 있더군요. 소주를 쳐마시면서.
그 순간 이건 아니다란 생각이 머릿속에 스쳤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콜택시라도 불러야겠단 생각에 114에 전화했고 그 놈이 또 다시 편의점 안으로 들어와 제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편의점 직원분께 여기로 콜택시를 부르려면 주소를 어떻게 말해야하냐고 물었습니다.
그 놈이 행여나 무슨 짓 할까봐서 온 신경이 주위를 향해 있는지라 직원분 말이 들리지않을 정도였어요.
겨우 겨우 콜택시를 불렀고 그 사이 그 미친놈이 편의점 이곳저곳을 만지며 물건을 집어 카운터 앞에 왔고 전화기만 보고 있는 저를 손으로 치더군요. 순간 가슴이 멎는 것만 같은 기분에 다리가 얼어붙어버렸고 계산하시는 직원분만 애원하듯 쳐다봤어요.
남자 손님들이 몇분 계셨지만 아는 사람이라 생각하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고 그렇게 그 미친놈이 역겨운 눈빛으로 절 훑다 나갔습니다.
폰 배터리도 바닥난 상태라 무작정 직원분께 죄송하지만 4분뒤에 택시가 오기로 되어있는데 저랑
같이 나가주실 수 있으시냐고 부탁드렸고 그분이 흔쾌히 들어주겠다고 하셨어요.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제 모습에 그 분이 혹시 아까 그 남자와 아는 사이냐고 물었고 전 전혀 모르는 사이인데 그분이 따라들어와 밖에서 절 기다리고 계속 쳐다보고 있다고 말씀드렸어요.
직원분은 제가 아는 사람인 줄 아셨다고 하시더라구요. 가만히 있는 사람을 둘러서서 건드리고 혼잣말하며 절 보고 웃으니깐..
그렇지 않아도 제가 들어왔을 때부터 그 놈이 제 주변을 얼쩡거리는 게 이상해 보였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때 그 미친놈이 또 들어왔고 너무 감사하게도 직원분께서 카운터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셨어요.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도 그 놈은 절 주시하며 편의점을 휘젓고 다니더군요.
그 시선이 너무 소름끼쳐서 폰만 보고 있었는데 그놈이 뭘 집어들고는 어떤 남자분이 계산하려고 물건을 올려놓은 카운터로 와 이것저것 만지기 시작했어요.
그때 직원분이 '그건 가스라서 그렇게 만지시면 안돼요.'
이 소리에 놀라서 고갤 들어보니 그 놈이 가스버너용으로 보이는 가스통 뚜껑을 손으로 잡고 물어 뜯고 있었어요.
정말 별 생각 다 들고 그 순간에도 절 보고 있다는 사실이 소름끼치도록 싫어서 죽고 싶었어요..
자기 맘대로 안되니깐 자기가 들고 온 걸 계산하려는데 돈도 부족하더라구요.
직원분이 돈 더주셔야된다고..
그러자 나가면서 제가 들어와있는 카운터 앞에 서서 절 뚫어져라 훑어보더니 나가더군요.
살 돈도, 생각도 없으면서 그렇게 수도 없이 들어와서 제 주변을 스치고 문앞에서 더러운 눈으로 절 보고 있던 거였죠. 제가 나오길 기다리면서..
콜택시도 제가 나가질 못해서인지 그냥 가버린 듯 하고 엄마한테도 [엄마 제발 자지마] 라고 문자를 보내봤지만 절 기다리다 주무시고 계시고.. 폰 배터리는 꺼져가고..
직원분이 그 놈이 갔는지 밖에 계속 살펴주셨는데 실성한 얼굴로 여전히 안을 쳐다보고 있더라구요.
마지막으로 직원분께 폰을 빌려 엄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때 그 놈이 절 보곤 또 다시 들어왔고 전 손이 덜덜 떨려서 엄마 번호도 제대로 누르지 못 했습니다. 그 순간에도 카운터앞에서 그 놈이 절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단 사실이 느껴졌으니까요. 그러길 몇번 미칠듯 길게 느껴지던 통화연결음이 끝나고 엄마 목소리가 들리는데 목이 메이더라구요. 데리러 와줄 수 있냐는 말에 처음엔 화내던 엄마도 우는 제 목소리에 놀라셔서 무슨 일이냐고..
너무 울어서 직원분이 대신 위치 알려드렸구요..
진정하고 주변을 보니 편의점 안은 그 놈이 행패부려서 바깥 테이블에 앉아있다 들어온 여성분과 처음에 크게 다투고 있던 그 가게 여사장님이 들어와 계셨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바깥 테이블에 앉아있던 여성분도 남편분과 함께 앉아있는데도 그놈이 집적거려 화가 나셨고 제가 지나치며 봤던 그 가게에 와서도 말도 안되는 말을 퍼부어서 쫓아냈다고 합니다. 경찰에 신고하려다가 그만뒀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바로 이 편의점으로 들어와 계속해서 주변을 배회하는 모습에 이상해서 와보셨는데 제가 그런 일을 당하고 있던 거구요.
듣고 나니 더 무서운 생각에 온몸이 떨렸어요.
괜찮다고 달래주셨는데 부끄러운 줄 모르고 계속 울었어요.
뒤에 분위기를 눈치 챈건지 그 미친놈은 그동네 골목길로 사라지더랍니다.
이후에 주무시다 놀라서 달려오신 부모님과 집에 무사히 돌아왔고 부모님께 호되게 야단 맞았지만
40여분간 그 편의점 안에서 보낸 끔찍한 기억에 비하면 그저 죄송한 마음뿐이지요.
그 태화강 산책로는 거의 매일 2~3시간씩 홀로 걷는 길이라 늦은 시각은 생각않고 안일한 마음에 홀로 걸어왔던 제 탓도 크지만 그런 정신병자 같은 사람이 동네를 배회하고 다닌다는 사실이 더 소름끼치네요.
이젠 도가니 속의 안개가 자욱한 무진시와 겹쳐보이던 그 길을 홀로 걷지 못할 것 같아요.
그리고 직원분과 이야기를 해보니 그 놈은 그 동네에 살고 출근까지 하며 아침엔 멀쩡하게 와서 담배따위를 사간다고 합니다. 소름끼치게도...
마지막으로
절 위해서 불편하실텐데 카운터 밖에 나와서 살펴주시고 달래주시던 직원분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동생분 이야기도 해주시고 많은 대화는 아니였지만 그 피말리는 시간, 덕분에 버틸 수 있었어요.
마지막엔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인사도 못 드리고 나왔네요.
제가 성함을 몰라서...
울산 중구 태화동 꽃누리아파트 앞쪽에 위치한 태화 강변점 패밀리마트
평일 야간 타임 담당하시는 남자직원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단 말씀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다음부턴 이런 일 있으면 무조건 밝은 곳으로 들어가서 도움 요청하라고 말씀해주신 것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 때 불안한 제 모습에도 그냥 흘깃보고 물건만 사고 나가던 남자분이 조금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그 놈을 신고하지 못한 게 아직까지 마음에 걸리지만..
음주상태라 처벌되지 않을 걸 알기에 이 생각마저 화가 나네요.
↓ 어제 그 곳 이에요.
다른 여성분들도 부디 늦은 시간에 홀로 돌아다니거나 짧은 치마같은 것 입는 것 주의하셨으면 해요.
내 일이 아니라고 안일하게 여기지 마시고 호신용기구 같은 것 꼭 가지고 다니셨으면 하구요.
도가니를 보고 난 뒤라 더 혼란스럽네요.
부디 저 같은 일이 누군가에게 생기지 않길 간절히 바랍니다.
저 같은 분들이 생기지 않도록
더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도록 추천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