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후, 방금 전 얘기를 나눴던 역무원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혹시, 한국분인가요?"
"네, 그런데요."
▲ 비상버튼 ©jpnews"저기 저 벽에 붙어있는 노란상자 보이나요? 저것은 비상정지버튼인데, 플랫폼 벽과 플랫폼에 가까운 쪽 전철 통로에 설치돼있습니다. 가운데 버튼을 누르면 벽과 터널에 양쪽 등에 깜빡깜빡 불이 들어옵니다. 그러면 운전수는 빨간불이 들어온 걸 보고 전철 운행을 멈추는 거죠" 역무원은 '한국인'인 나에게 무언가를 말해주고 싶은 듯, 계속 말을 이어갔다.
"언제쯤이었더라 ... 몇 년전에 신오쿠보에서 한 한국인이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려다 사망한 사건이 있었잖습니까. 저 비상버튼은 바로 그 사고로 인해 일본 각 철도에 설치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저 비상정지버튼은 일반사람이 눌러도 되는 건가요?"
"네 물론이죠. 일반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철도 관계자에게 즉시 알릴 수 있도록 말이죠. "
역무원이 말한 사건은 바로 8년전 발생한 고 이수현씨 사고를 말한다. 2001년 1월 26일 저녁, 신오쿠보역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 고 이수현씨의 사고 이후, 위험상황에 대해 보다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대대적인 안전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역무원과 얘길 마치고 도자이센에서 남보쿠센(南北線)으로 갈아타던 중, 정말로 비상정지버튼이 어느 철도에든 설치돼 있는지 궁금해졌다.
역무원의 이야기를 확인하기 위해 남보쿠센의 한 플랫폼을 모두 돌아봤다. 하지만 각 철도에 모두 설치돼있다는 비상버튼은 단 한 개도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남보쿠센 플랫폼에서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는 역무원을 운좋게 만나서 물어보았다.
"(도자이센의 비상정지버튼 사진을 보여주며) 남보쿠센에는 이런 비상정지버튼이 없나요?"
"아 이건 없어요. 대신 스크린도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 선로쪽에 비상버튼이 있긴합니다."
스크린 도어(혹은 폼 도어)란, 낙하나 열차와의 접촉사고 방지 등을 목적으로 한 안전시설 중 하나이다.
사고 발생 후 빠른 대처를 하기 위한 것이 비상버튼이라면, 낙하 또는 자살의 위험을 아예 처음부터 차단해버림으로써 사고의 위험성을 낮춘다는 취지로 세운 안전대책이 바로 스크린 도어인 것이다.
스크린 도어 중에서도 특히 높이가 천정까지인 스크린 도어는, 가장 비용이 많이 들지만 자살 또는 물건이 바람에 날려 선로에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는데에 가장 큰 효과가 있다. 2009년 현재, 도쿄메트로 8개선 중 유일하게 남보쿠센에만 높이가 천정까지인 스크린 도어가 설치돼있다.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역무원들과 고 이수현씨 사건을 계기로 설치된 비상정지버튼, 스크린도어 확충 등 그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 사진으로 보는 플랫폼의 안전 장치
▲ 친절하게 대답해준 도자이센 역무원손에 들려있는 아이즈토 ©구지은 / jpnews
▲전철이 정차했을 때 승객들을 살피는 역무원의 모습 ©구지은 / jpnews
▲비상정지버튼. '긴급히 열차를 멈추게 할 경우 이 버튼을 눌러주세요' ©구지은 / jpnews
▲노란박스에는 '이상이 생겼음을 열차에 알려야 할 경우, 이 버튼을 눌러주세요. 함부로 다룰 경우 처벌받게 됩니다. ' 라고 쓰여있다. ©구지은 / jpnews
▲ 남보쿠센에 설치된 고가의 스크린도어. ©구지은 / jpnews
▲스크린도어 정면 ©구지은 / jpnews
▲비상시 이 버튼을 누르면 문이 열립니다. ©구지은 / jpnews